[모빌리티 인사이트] 美 완성차, 중국산 부품 '완전 제거'에 나서는 이유
미국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CHINA PARTS’라고 적힌 스티커를 떼어내고 있는 AI 이미지.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중국산 부품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팬데믹 시기 전 세계 제조업을 마비시킨 반도체 공급난을 겪은 자동차 산업은 ‘중국 중심’으로 고착된 공급망 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뼈저리게 경험했다.
여기에 중국의 희토류·흑연 등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통제까지 이어지면서 부품 조달 리스크가 폭발적으로 커졌고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 강화와 기술 제재는 이를 글로벌 이슈로 확대시켰다. 자동차 산업이 본격적인 글로벌 공급망 재편 국면에 들어선 이유다.
가장 빠르게 움직인 것은 미국 완성차들이다. GM은 최근 수천 개 협력사에 “2027년까지 중국산 부품을 공급망에서 완전 제거하라”는 지침을 통보했다. 단순 권고 수준이 아닌 사실상의 강제 조치로 중국 의존도를 ‘제로’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테슬라도 1~2년 내에 미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차량에서 중국산 부품을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전기차 시대에 핵심 부품 대부분이 반도체·배터리·희토류 소재로 구성된 만큼 지정학 리스크가 큰 중국을 계속 안고 가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단순한 조달 정책 변화가 아니다. 팬데믹 당시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은 반도체 부족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이후에도 베어링, 하네스, 시트 폼, 배터리 소재 등 비교적 단순한 부품 공급 부족 사태가 일어날 때마다 막대한 생산 차질을 빚었다.
여기에 최근 중국 정부의 흑연·갈륨·게르마늄 수출 규제,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 충돌, 미 정부의 기술·공급망 규제 등이 겹치면서 ‘중국 리스크’는 더 이상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업계 전체의 변수가 됐다.
실제로 미국뿐 아니라 유럽·아시아 OEM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공급망 다변화 방향은 동일하다. 독일 브랜드들은 중국 내 부품·소재 공급망의 인권·정치적 리스크 평가를 강화하고 있으며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동남아·한국·대만으로 배터리 및 전기차 핵심 부품 조달선을 늘리고 있다. ‘중국을 대체할 시장’이 아니라 ‘중국을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최근 한국을 찾은 메르세데스 벤츠 CEO 올라 칼레니우스의 행보도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벤츠는 한국의 반도체·배터리·전장 기술을 미래 전동화 전략의 핵심 축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삼성·LG 등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내연기관 시절에는 품질·원가 중심의 글로벌 조달이 관행이었다면, 전동화 시대는 ‘공급망의 안전성’이 제품 경쟁력의 핵심이 된 것이다.
완성차업체들이 부품 공급망을 재편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정치적, 지정학적, 정세와 관세 등 복합 위협이 상존한 상황에서는 기존 공급망으로는 안정적인 생산을 이어갈 수 없고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특히 배터리·칩·희토류로 대표되는 전기차 핵심 부품의 공급망 안정성은 향후 브랜드 경쟁력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다. 이 때문에 완성차들은 전략 부품의 내부 통제 강화, 소재·광물에 대한 장기 투자, 조달선 다변화, 북미·한국·동남아·유럽 등 다층적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부품·소재 공급 국가이고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려운 존재다. 그럼에도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중국산 완전 배제”를 입에 올리기 시작한 지금의 변화는 단순한 긴급 대응이 아니다. 미래 전기차 시장의 가격 안정성, 생산 연속성, 정치적 리스크 최소화에 직결되는 생존 전략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극단적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는 관측도 하고 있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의 중국 부품 비율이 20%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어 완전한 배제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글로벌 공급망의 대전환이 시작됐고 그 중심에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변수와 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놓고 고심하는 완성차업체들의 선택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자동차 산업에 기회가 될 것인지를 두고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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