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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동차 산업, '갈라파고스' 이미지 벗고 진짜 반격 나설까

글로벌오토뉴스 조회 수3,586 등록일 202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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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에서 열린 재팬 모빌리티 쇼 소식이 전해졌다. 예전 같으면 '모터쇼'라고 불렀을 행사다. 하지만 요즘 자동차 회사들은 자신들이 파는 게 단순한 '자동차'가 아니라 '모빌리티 솔루션'이라고 주장한다. 현장을 담은 사진과 영상들을 보니, 전시장 곳곳에는 전기차는 물론이고 자율주행 캡슐, 로봇, 드론 등이 즐비했다.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조연 캐릭터들이 모두 모인 것 같은 풍경이었다.




공개된 자료들을 보면 토요타 부스가 특히 흥미롭다. 험로를 달릴 수 있는 '랜드크루저' 휠체어가 있었고, 장애인도 춤출 수 있게 돕는 걷는 의자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끈 건 어린이 통학용 자율주행 포드였다. 일본에서 초등학교 1학년생이 교통사고 피해를 가장 많이 입는다는 통계를 반영한 아이디어라고 한다.


게처럼 옆으로 걷는 배송 로봇도 재미있어 보인다. 시골 마을에 택배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녀석은 커피 테이블처럼 생겼는데, 영상으로 보니 움직이는 모습이 귀엽기까지 하다. 그 옆에는 토요타의 콘셉트 밴들이 가족처럼 나란히 서 있었다.


확실히 '독특한 (또는 기이한)' 면은 있다. 하지만 이게 바로 일본 자동차 산업이 가장 창의적이고 다채로운 모습을 드러낸 순간인 것 같다. 외신 보도를 종합해보면, 현장에는 묘한 기운이 감돌았다고 한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에게 시장을 너무 많이 내줬다는 위기의식, 그리고 이제는 반격하겠다는 결의 같은 것 말이다. 중국 업체들은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소프트웨어, 그리고 '일단 빨리 만들고 보자'는 공격적인 태도로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화려한 전시물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정작 우리가 살 수 있는 차는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토요타가 새 코롤라를 공개했다. 공개된 이미지를 보면 기존 코롤라와는 확연히 다른, 날렵한 쿠페형 세단이다. 하지만 이것도 콘셉트카일 뿐이다. 내연기관도 넣을 수 있고, 하이브리드도 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도 되고, 순수 전기차도 가능하다는 애매한 설명만 있을 뿐이다.





렉서스는 아예 폭탄선언을 했다. 고급 세단의 시대는 끝났으니, 앞으로 LS는 6륜 밴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탑승자가 1인승 자율주행 삼륜차로 갈아타고 목적지까지 간다고 전했다.


같은 공간에는 자율주행 요트도 전시됐고, 높이 올린 스포츠 쿠페 비전(LS 쿠페)도 있었다. 곧 나올 V8 GR 슈퍼카의 전기차 버전으로 보이는 스포츠 콘셉트도 눈에 띈다. 드론까지 내장되어 있다고 한다.





전부 상상력을 자극하는 멋진 작품들이다. 하지만 실제로 살 수는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마쓰다는 또다시 로터리 엔진의 부활을 예고했다. 도대체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스바루는 랠리 전성기를 추억하는 콘셉트를 내놨다. 모두 눈길을 끌기에는 충분했지만, 정작 언제 나오는지, 얼마에 파는지는 알 수 없다. 센추리가 롤스로이스의 경쟁자로 나선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빈약하다. 공개된 사진 속 거대한 오렌지색 쿠페는 정말 인상적인데 말이다.





제대로 된 양산 모델을 보여준 건 혼다가 유일했다. 혼다는 슈퍼 EV 콘셉트의 베일을 벗기고, 슈퍼-N이라는 이름의 귀여운 경차를 공개했다. 주행거리도, 가격도, 성능도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최소한 문손잡이는 달려 있었다. 진짜 차처럼 말이다.


사실 이번 재팬 모빌리티 쇼에서 가장 고무적이었던 건 다른 데 있다. 일본이 소형 저가 자동차를 지키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점이다. 혼다의 슈퍼-N 외에도 마쓰다의 멋진 소형차 콘셉트가 있었고, 다이하쓰는 역대 최고로 멋진 코펜 로드스터를 선보였다. 공개된 이미지만 봐도 가슴이 뛴다. 그런데 유럽에서는 안 판다고 한다. 제발 다시 생각해주기를.





일본자동차산업은 분명히 상상력 엔진에 터보를 달았다. 한때 지나치게 보수적이었던 브랜드들이 이제는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멋진 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냥 사람 실어 나르는 게 목적인 차로는 더 이상 승부를 볼 수 없다는 자각이다. 경쟁자는 많고, 그들은 무섭게 빠르게 배우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제 정말 필요한 건 양산 모델이다. 일본이 단지 전시회에서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말이다. 날카롭고 대담한 콘셉트들을 실제로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 일본이 자동차 업계에서 다시 한번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나라로 돌아올 수 있다.





이번 재팬 모빌리티 쇼는 분명 희망적이었다. 전해지는 소식들을 종합해보면 말이다. 하지만 그 희망이 현실이 되려면, 전시장의 콘셉트카가 대리점 쇼룸의 실제 차로 이어져야 한다. 중국 업체들이 맹렬히 추격해오는 지금, 일본이 다시 혁신의 아이콘으로 우뚝 설 수 있을지는 결국 '실행력'에 달려 있다.


상상력만으로는 시장을 되찾을 수 없다. 그 상상력을 실제로 도로를 달리는 차로 만들어낼 때, 일본 자동차는 비로소 '이상하다'는 평가가 아니라 '혁신적이다'는 찬사를 받게 될 것이다. 일본은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화려한 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진짜 반격의 신호탄이 될 것인가.그 결과가 기대된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사진 / 한국자동차기자협회 공동취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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