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시대’로의 회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2월 1일, 미국 트럼프 정부는 멕시코와 캐나다에게 25%의 포괄적 수입관세를 부과하였다. 이것은 단순히 국가간 문제 수준이 아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에 이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당사국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무슨 뜻일까? EU, 아세안과 함께 대표적인 역내 보호 무역 기반의 경제 블록인 북미 블록이 와해, 혹은 최소한 커다란 위기에 봉착했다는 뜻이다. 20세기 중후반부터 세계 무역을 이끌어 온 핵심적 시스템 가운데 하나인 블록 경제 시스템이 흔들리는 것이다.
근본적인 위기다. 그리고 퇴행이다. 1947년 GATT 체제에 의한 국가간 협상 방식, 1995년 WTO 설립을 거치면서 약 80년에 거쳐 어렵게 틀을 잡아가던 국제 무역의 협의 시스템의 한 축이 흔들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국제 무역은 총성 없는 전쟁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규칙을 정해 놓고 겨루는 협상이기 때문에 따라서 최소한의 명분을 갖추어야 했다. 친환경 정책을 무역의 주요 규칙으로 적용하는 EU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미국의 경우는 인권을 명분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 관세 부과로 이 ‘최소한의 선’마저 무너졌다. 이제는 명분도 필요 없다. (물론 펜타닐의 유입 경로라는 솔직히 상당히 무리가 되는 명분을 대기는 했다.) 특히 멕시코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우회 통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 실질적인 이유다. 더 나아가 미국은 자국의 산업 경쟁력이 뒤떨어져 발생한 무역 적자 조차도 불공정 무역으로 간주하여 포괄적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이것은 품목에 따라 부과되던 이전의 반 덤핑 관세와는 차원이 다르다. 포괄적이기 때문이다. GATT 체제의 양국간 무역 협상도 없이 일방적 관세 부과라는 비협상 일방 제재의 원시적 무역 형태로 되돌아간 것이다.
미국은 세계 경찰 국가의 지위를 버렸다. 초강대국의 힘만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파리 기후 협약과 WHO, 즉 세계 보건 기구의 탈퇴는 미국이 세계 사회의 안정성을 위한 의무에는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탈퇴를 시사한 국제 기구에는 WTO, 즉 세계 무역 기구도 포함되어 있다. 사실 공식 탈퇴 여부는 이미 의미가 없을 정도로 미국이 국제 무역 규칙을 훼손시켰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
기울어가는, 그러나 아직은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20세기 말 이후의 일극체제를 고수하기 위하여, 즉,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 MAGA)’라는 슬로건 하에 이루어지는 폭주다. ‘폭주’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폭주하는 미국 자신도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캐나다산 원유와 니켈 등의 천연자원, 멕시코산 자동차 부품과 식료품 등에 의존하는 미국인들의 생활과 미국 산업이 타격을 입는다. 파괴적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번 관세 인상 조치를 통하여 확보되는 추가 관세 수입이 그 재원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즉, 엄청난 재정 적자를 안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자국내 국민과 기업의 부담을 더하지 않으면서도 세수를 확대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격적인 관세 정책이 국내 관점에서는 큰 부작용이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일정 수준의 시민 물가 상승 및 산업의 원가 상승은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사회 내의 불만 에너지는 다른 곳으로 배출시켜야 한다.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방법이 외부의 적을 찾는 것이다. 이번에 시행된 첫번째 불만 에너지 해소 정책은 불법 이민자 색출 정책이었다. 이것은 미국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의 원인을 이민자들에게 돌리기 위한 전형적인 수법이다. 그리고 작년 대미 최대 규모의 무역 흑자를 기록한 우리 나라와 경쟁 관계인 대형 경제 블록인 EU를 대상으로 한 포괄 관세도 예측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최소한 취임 첫해인 2025년에는 강경한 무역 정책을 계속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본적인 방향은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우리 나라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어야 한다. 안전장치가 사라진 무역에만 의존하는 것은 천재지변에 노출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상황이 좋아졌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소련 해체 후 미국 일극체제로 안정되었던 세계 주도권이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쇠퇴로 앞으로 어떻게 될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내수 시장을 확대해서 경제의 안정성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출산율 저하로 인구 절벽이 예상되는 우리 나라의 현실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구매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매우 절실하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폭주에 대응해야 한다. 우리 나라 혼자로는 어렵다. 게다가 작년에 우리 나라는 미국에 215억 달러를 투자하여 대미 투자 1위를 기록하였다. 좋게 보면 미국과의 협력 관계가 긴밀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나쁘게 본다면 미국 내에 인질이 잡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즉, 원하든 원치 않든 미국을 멀리 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미국과 우리가 1대 1로 협상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방법은 우리와 비슷한 입장에 놓인 나라, 우리와 비슷한 정책을 가진 나라와 연대하는 것이 첫번째다. 현재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을 보자면 대부분의 서방 국가들이 비슷한 입장에 놓일 것이다. 따라서 WTO의 기본 정신을 갖고 양자 혹은 다자간 공정 무역에 대한 명분을 쌓아나가는 것이 유리하다.
두번째는 우리가 갖고 있는 것 가운데 미국이 필요로 하는 것을 극대화하여 협상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는 서방 국가 가운데 가장 강력한 제조업 기반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우리 나라를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조선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에 투자하도록 ‘강력하게 권고’했던 것이다. 비록 많은 카드를 이미 내 놓은 것이 현실이지만 미국 내 제조업이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여전히 우리의 역할이 중요한 것도 사실이다.
확실한 것은 이제부터는 약속을 믿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길러야 할 것은 바로 우리의 힘이다. 그리고 자신이 갖고 있는 카드를 잘 사용할 줄 아는 안목과 협상력일 것이다. 그리고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우리는 여전히 서방 최대의 제조업 기반을 갖고 있는 나라다. 오히려 소프트웨어 기술을 쉽게 협력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야만의 시대로 회귀하는 것일까. 정신 바짝 차리자. 그렇지 않으면 새벽을 보지 못하는 수도 있다.
글 / 나윤석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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