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모리조' 도요타 아키오 회장,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의 비결
도요타 스타디움,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市)에 위치한 경기장으로 해마다 WRC 서킷을 위해 대대적 공사를 한다.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市)에서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도요타(豊田)'를 상호로 쓰는 곳을 쉽게 볼 수 있다. 부동산, 미용실, 크고 작은 식당들도 도요타로 시작으로 하는 간판을 달았다. 세계 최대 완성차 도요타 본사가 위한 일본 자동차 산업의 중심이기도 하다.
도요타시 중심에서 서쪽으로 조금 가면 도요타 스타디움이 있다. 경기가 열리지는 못했지만 2002년 월드컵을 위해 세워졌고 평소에는 축구나 럭비 경기 등에 쓰이는 곳이다. 수용 인원(4만 5000석)으로 보면 일본에서 몇 손가락에 안에 드는 규모다.
해마다 가을이 오면 도요타 스타디움은 잔디 대신 아스팔트를 깔아 자동차 경주를 위한 서킷으로 변신하기 위해 대대적인 공사를 벌인다. FIA(국제자동차연맹)가 주관하는 세계 3대 모터스포츠 WRC(World Rally Championship)의 시즌 마지막 라운드 '일본 랠리'의 스페셜 스테이지를 위한 무대다.
도요타는 4년 연속 WRC 제조사 부문 시즌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했다. 사진 가운데가 토요다 아키오 회장이다.
WRC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2024시즌 챔피언은 지난 24일 모두 가려졌다. 드라이버ㆍ코 드라이버 부문은 티에리 누빌과 마틴 비데거(현대 월드랠리팀), 그리고 제조사 부문에서는 도요타가 시즌 챔피언을 거머쥐었다. 현대 월드랠리팀이 WRC 드라이버 부문 시즌 챔피언을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 도요타는 4년 연속 제조사 1위에 올랐다.
토요다 아키오 '도요타그룹'과 '가주 레이싱팀' 회장은 팀 서비스 파크에서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지켜봤다. 가주 레이싱팀 일본인 드라이버 카츠타 타카모토는 앉아 있는 아키오 회장의 어깨에 '감히' 팔을 올리고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아키오 회장은 제조사 부문 타이틀이 확정된 이후 스타디움의 일반 관중석을 찾았다.
일반 관중석에 있는 아키오 회장의 인기는 일반 연예인 못지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쉴 새 없이 아키오 회장과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아 갔다. 웬만한 연예인한테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주변 누구도 다가서는 사람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그 순간 정의선 회장은 VIP가 머무는 전용룸에 있었다.
일반 관중석에 자리를 잡은 아키오 회장이 관람객의 사진 촬영과 사인 요청에 흔쾌히 응하고 있다.
시상식 모습도 다르지 않았다. 가주 레이싱 드라이버는 물론, 팀원들과 포옹하고 장난치듯 샴페인을 뿌리며 제조사 부문 타이틀 획득을 자축했다. 스타디움 복도를 혼자 걷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손 인사를 하고 작은 기념품을 주기도 했다. 한국인을 보고 두 팔을 올려 "사랑해요"를 외치기도 했다.
아키오 회장은 누구보다 모터스포츠에 대한 열정이 강한 인물이다. 지난 10월 '현대 N x 도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을 위해 한국을 찾아 정의선 회장과 만났을 때도 한국 언론들이 왜 자신을 '모리조(MPRIZO)'로 부르지 않고 레이싱이 아닌 수소 이야기만 하느냐는 불만을 얘기했다는 후문도 있다.
아키오 회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도요타 마스터 드라이버 고(故)나루세 히로무에게 훈련을 받았고 2007년 독일 뉘르부르크링 24시간 내구 레이스를 시작으로 각종 모터스포츠에 모리조라는 레이서의 이름으로 직접 참가했을 정도로 열정이 깊다.
2024 일본 랠리에서 우승을 차지한 가주레이싱 팀 드라이버 엘핀 에반스와 그의 코드라이버 스콧 마틴이 아키오 회장에 샴페인을 뿌리고 있다.
이날 제조사 부문 시상에서 아키오 회장은 "우리는 지지 않는 팀"이라면서도 "현대차의 드라이버 부문 타이틀 획득을 축하한다"라고 했다. 또 "2024년 WRC는 정말 흥미진진했다"라며 "우리가 만드는 랠리카의 소리와 냄새를 동아시아 도로에서 보여 준 것은 큰 의미가 있다"라고 했다.
일본에서 모터스포츠가 자리를 잡고 대중의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도요타가 있다. F1과 슈퍼 GT, WRC 같은 세계적 모터스포츠가 일본에서 열리는 배경에도 도요타가 있다. 도요타가 모터스포츠에 진심을 갖게 된 배경에 도요타 아키오 회장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오전부터 경기장을 찾아 현대 월드랠리팀을 응원하기는 했다. 서비스 파크에서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아키오 회장을 만나기도 했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자신의 타이틀은 물론 제조사 부문 우승까지 날려버린 오트 타낙을 위로하기도 했다. 여기에 아키오 회장이 그의 팀원들과 대중에게 보여준 친근한 이미지가 더해졌으면 좋겠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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