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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시대, 우리에게 남아있는 레버리지는 무엇일까?

글로벌오토뉴스 조회 수2,119 등록일 2024.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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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구체적인 정책 방향은 면밀히 분석한 뒤에 대책을 세워야 하겠지만 확실한 것은 많은 변화가 예측된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미 의회 상하원 모두 공화당 우세로 정리된 지금 바이든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에 변화가 생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치 부문에서도 큰 변화가 예측된다. 우리 나라도 커다란 영향을 받을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대북관계가, 경제적으로는 미국의 산업 내재화 및 대 중국 기술-무역 장벽 구축을 위하여 유치된 우리 기업의 북미 투자가 관건이 될 것이다. 그 중심에는 우리 나라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와 반도체가 있다.

이 글은 구체적인 해결책이나 분석을 제시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상황이 지금처럼 불확실하거나 불안정할 수록 한 발 떨어져서 상식적이고 근본적인 관점에서 전체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중요한 점 한가지를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갖고 있는 무기, 즉 레버리지다.

레버리지, 즉 지렛대는 우리가 갖고 있는 것들 중에서 실제 역량보다 커다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 레버리지에서 집중하는 것은 ‘커다란 효과’일 것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갖고 있는 것’이다. 즉, 레버리지는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레버리지에서 중요한 두 번째는 상대방이다. 상대방의 전략과 전술을 이해하고 파악해야지만 어떤 지점에서 나의 어떤 무기가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레버리지가 될 수 있을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트럼프의 전략과 전술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그는 정치가이기 이전에 사업가이다. 즉, 그의 판단 기준은 이익과 손해다. 물론 미국 자체가 전형적 지본주의 국가이므로 이익을 추구한다. 다만 인권 등으로 명분을 쌓는 미국의 기성 정계와는 달리 그는 직설적으로 국익과 지지층의 이익을 포함한 이익을 추구하는 데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런가 하면 그는 사업가이기 이전에 승부사다. 오바마에게 조롱을 받았다고 생각한 것은 트럼프가 정치인의 길에 들어서게 하는 직접적 원인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그가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집중했던 것도 오바마가 해결하지 못한 과제였던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오바마에게 승리하는 단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승자에게는 전리품이 따른다. 북한 개방은 새로운 투자처를 뜻하고 부동산 개발 전문가인 트럼프에게는 아주 익숙한 수익 모델이다. 즉, 승리는 이익을 동시에 가져오는 가장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하는 트럼프다.

트럼프의 승부사적 기질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전술은 기선 제압이다. 악수를 하면서 상대방을 잡아당기는 힘 싸움도 아주 직설적인 기선 제압의 방법이다. 트럼프가 좌충우돌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은데 이 또한 상대방이 상황을 분석하고 수립한 전술을 무력화하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다.

요약해 보면 트럼프는 승부사적인 기질과 전술을 바탕으로 이익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그에게 정치적인 명분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그는 미국 정치계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부분 때문에 나는 트럼프의 정책이 궁극적으로는 예측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고 생각한다. 목적이 또렷하기 때문이다. 인권과 자유 등 가치중심적 레토릭으로 명분을 포장하다가 오히려 본래의 목적이 흐려지거나 복잡한 상황에 빠지는 바이든 정부를 포함한 미국 기성 정치계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자, 이 정도로 트럼프와 그의 정책 스타일을 파악했으면 다시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과 우리에게 레버리지가 될 만한 것이 있는가를 확인해 보자.

현재 상황은 좋지 않다. 세 가지 관점에서 그렇다. 첫번째는 명분이다. 우리 나라는 대미 무역에서 역대급 흑자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금년 상반기에 287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여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5% 증가한 기록이다. 따라서 트럼프가 관세 부가 등을 통하여 무역 불균형을 완화할 명분을 갖고 있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 무역 확장법 232조, 불공정 무역으로 간주될 경우의 무역법 301조 등은 한미 FTA를 무력화하고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 미 의회 양원이 모두 공화당 우세다. 의회의 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두번째는 인질이 잡혀 있다는 점이다. 바이든 정부의 미국내 제조업 기반 강화 정책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미국 내에 생산 거점을 포함한 대규모의 투자를 진행했거나 진행중이다. 즉, 이미 회수할 수 없는 부분이 크고 미국의 정책 변화에 따라 사업성에 커다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친환경 정책에 미온적인 트럼프의 정책을 감안한다면 전기차 및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등이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세번째는 승부사 트럼프에게 중요한 기세 싸움에서 우리 나라는 이미 밀렸다는 점이다. 최근 우리나라 정부는 미국의 정책에 거의 공조하는 자세를 취해왔다. 즉,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가치 외교에 동의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철저한 자본주의 국가다. 앞서 말했듯 가치 외교의 형태를 취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비용 부담을 분산 혹은 전가하면서 국익을 취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가 미국의 정책에 공조하면서 우리의 역할 대신 챙긴 실리는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물론 트럼프 정부는 북미 무역 흑자의 급증이 그 실리의 한 가지였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는 우리 정부에게 이미 주도권을 가져왔다가 판단하고 전방위적인 공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은 좋지 않다. 자,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대책이 있을까? 가장 아쉬운 것은 트럼프가 관심을 갖고 있는 대북문제에 더 이상 우리가 가진 레버리지가 없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잘 하는 표현인 ‘마이 프렌드’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될 여지가 별로 없다. 즉, 트럼프에게 큰 선물을 제공하고 반대급부를 얻을 가능성은 없다는 뜻이다. 요컨대 자동차를 포함한 경제 문제를 경제 문제 그 자체로 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무역 및 산업 정책으로만 관점을 좁혀보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했다. 자신을 위협할 존재는 무릎 꿀릴 것이다. 과거의 일본이고 현재의 중국이다. 즉, 트럼프 미국에는 도전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겨서는 절대 안된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순종하는 태도도 절대 안된다. 순종하는 자나 나라의 것은 곧 자신의 것, 혹은 미국의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입장 정리는 또렷하다. 우리는 미국에게 도전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은근히, 그러나 확실하게 강조해야 할 것은 대한민국의 제조업 능력과 협력하지 않으면 트럼프 정부가 원하는 미국 내 산업의 부활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메시지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제안한다면 미국과 우리 나라의 강점을 융합한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차전지의 경우 리튬 등 원료는 미국이, 소부장은 각국의 강점을 융합하며, 최종 셀 생산은 강점을 가진 우리 나라 기업이 주도하는 형태다. 이렇게 하면 미국 현지에 진출한 LG와 SK 등 이차전지 기업의 안정적 운영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의 동지가 된 일런 머스크의 테슬라와도 이차전지 공급 등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정치적 요소가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최소화하는 안전장치가 될 것이다.

그러나 레버리지, 즉 지렛대는 한쪽으로 치우친 경우에는 작동하지 않는다. 비록 미국과의 사업이 매우 중요하지만 인도와 인도네시아, 중동 등 신흥 시장과 파트너들과의 관계를 강화하여 시장 다변화를 통한 안전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곳은 중국이다. 과거 트럼프 시절을 떠올려 보자. 진영논리가 앞섰던 바이든 시대에는 우방들도 중국과의 관계를 멀리 하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과거 트럼프 정부 시절에는 자신의 정책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어쩌면 균형 외교, 균형 교역이 오히려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 트럼프의 실용주의다.

요약하자면, 우리의 우수한 제조업 기반과 전기차 관련 기술, 그리고 새로운 시장들이 대 미국 레버리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과거 트럼프 시대에 비하여 최근의 국제 정치 및 무역 상황은 더욱 첨예하고 보호무역이 강조되는 분위기다. 그리고 트럼프도 두 번째 대통령 임기인 만큼 훨씬 정교해질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승부와 이익을 원하지 전쟁과 상대방의 괴멸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않으면 협상의 영역은 언제든지 존재할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문뜩 떠오르는 것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내수 시장의 확대다. 안방이 풍족하면 바깥 싸움에서도 여유가 있다.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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