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디자인과 제2차 세계대전 (1)
2024년 8월 15일은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배에서 해방된 지 79주년이 되는 광복절인 동시에, 연합군에 대한 일본의 항복으로 20세기 중반의 5년여 동안 거의 전 세계를 전쟁의 포화 속에 있게 만든 세계 제2차 대전이 끝나 79년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두 편의 글로 2차 대전과 자동차의 변화를 살펴보겠습니다.
역사적으로 공식적인 2차대전의 종전은 1945년 9월 2일에 일본이 항복문서에 서명하면서부터 입니다. 그런데 세계 제2차 대전은 자동차 디자인에서도 많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전환점이 되었는데요, 2차 대전 이전까지 유럽이 세계사의 중심이었던 데에서, 전쟁 이후 미국이 역사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되었고, 유럽과 북미 대륙의 자동차문화와 산업이 확연한 차이를 가지도록 하는 촉매제로써 작용했다는 관점이 대부분입니다.
역사적으로 본다면, 자동차가 처음 발명된 것은 독일이었지만, 실용화를 위한 기술의 연구와 개발은 프랑스의 파나르 르바소(Panhart Levassor)의 최초의 FR 방식 개발을 비롯해서 이탈리아의 레이싱 카 개발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유럽은 오랜 마차 문화의 영향으로, 마차 제작자(Coach Builder)들의 수공예적 제작 방식이 계속 이어져서 1930년대까지도 자동차 생산은 소량생산에 의한 고급승용차의 생산 비중이 높았습니다.
이처럼 유럽지역이 마차 제조업의 전통으로 자동차 제작의 산업화가 상대적으로 천천히 진행됐다면, 신대륙은 광활한 넓이 만큼이나 차량의 요구는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유럽에서의 자동차가 주로 귀족층을 위한 사치품의 개념이었다면, 신대륙에서는 생활의 도구에 더 가깝게 받아들여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03년에 미국에서는 헨리 포드(Henry Ford)에 의하여 포드자동차가 설립되었고, 1908년에 포드의 모델 T가 개발되었지만, 아직은 대량생산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1915년을 전후로 대량생산방식으로 만들어지면서 염가에 보급되기 시작합니다. 이어서 GM과 크라이슬러의 모태가 되었던 여러 회사들이 생겨 경쟁적으로 생산력을 늘려가게 되면서 자동차의 제작이 ‘수공업’에서 ‘대량생산 산업’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미국에서는 거대기업의 형태를 가진 대량생산체제의 자동차 메이커가 생겨나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공예방식의 생산 체제를 가진 소규모 메이커들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들은 코치 빌더(coach-builder)라고 불렸는데요, 듀센버그(Duesenburg), 어번(Auburn), 코드(Cord) 등이 있었으나, 이들은 주로 수공업으로 차체를 만들었습니다.
자동차의 구조가 마차와 같이 차대(車臺; chassis)가 있고, 여기에 엔진을 비롯한 구동장치 등이 장착되는 구조에서 변화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차체 제작자가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차대 메이커에서는 프레임(frame)에 엔진과 구동장치만을 만들고, 구매자가 이것을 별도의 코치 빌더가 구입해 차체를 제작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이들 코치 빌더는 상당수가 전통적인 마차 제조업자들이었습니다.
미국 포드의 대량생산 방식은 1920년대 후반의 차량에서부터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1930년대는 미국에서의 자동차 산업은 포드 뿐 아니라 모든 메이커들이 공통적으로 완전한 대량생산 방식으로 체계화되어 자리잡게 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량생산방식은 단순히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금형을 이용해서 규격화된 똑같은 제품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보다 근대적인 생산기술의 발전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금형 가공에 의한 대량생산 방식은 한편으로 수십만 대를 찍어 냄에 따라 금형의 노후에 의한 재가공(retooling)의 필요가 대두되었고, 그때 금형의 구조와 형태의 보완과 변경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것을 시작으로 주기적인 차체 형태 변경과 자동차의 1년 단위의 스타일 변화(model year) 개념이 나타났으며, 차체에서 스타일(Style)의 개념이 중요하게 다루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때 판매 목적이 아닌, 새로운 기술이나 디자인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는 콘셉트 카가 처음으로 뷰익에서 Y-Job이라는 이름으로 1938년에 등장합니다.
2차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유럽의 자동차산업은 공예방식을 중심으로 차량 자체의 구조나 성능을 높이는 기능적 향상에 집중한 반면, 미국은 산업화와 대량생산을 통해 판매를 위한 상품 개념의 스타일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1939년에 세계 제2차 대전이 시작되자 대부분의 유럽 국가의 공업생산은 중단되었고, 기존의 생산 시설들이 파괴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이에 따라 유럽의 모든 산업은 1939년을 기준으로 한동안 멈추게 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2차 대전을 계기로 등장한 차들도 나타나게 됩니다.
2차대전을 계기로 해서 유럽을 대표하게 되는 차들 중 하나가 바로 독일 폭스바겐(Volkswagen)의 비틀(Beetle) 입니다. 이 차는 2차 대전이 일어나기 직전인 1938년에 개발이 완료됐지만, 전쟁 종료 후 1940년대 중반 이후부터 민간용 차량으로 보급됩니다.
그런 한편으로 비틀로 인해 등장하게 된 차량은 전쟁 기간 중에 독일군의 기동차량으로 쓰인 쉬빔바겐(Shwimmwagen)과 큐벨바겐(Kubelwagen) 입니다. 이들 두 차종은 비틀을 기반으로 설계된 차량들입니다.
이들 이외에도 비틀은 전쟁 이후 그의 최초 설계자였던 페르디난트 포르쉐(Ferdinand Porsche; 1875~1951) 박사에 의하여 스포츠카 포르쉐(Porsche) 356 모델로 개발되기도 합니다. 그런 이유에서 비틀은 2차대전을 전후로 자동차 역사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차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미국은 본토에서는 전쟁이 치러지지 않은 관계로 1939년에는 유선형 차체 디자인을 가진 에어플로우(Airflow)가 등장하는 등 상품으로써의 차량 개발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유럽의 전장에서 연합군이 불리한 전세에 처하자, 그것을 만회하기 위한 차량으로 1941년에 윌리스 MB와 포드의 GP-W가 공동으로 개발됩니다. 나중에 지프로 불리게 되는 이 차량의 차체 디자인은 군수품 생산의 효율성을 위해 각진 형태였지만, 분리형 펜더(fender)와 측면의 발판(running board) 등으로 1930년대의 디자인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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