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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vs. 오리지널] 15. LEVC TX vs. 오스틴 FX4 '런던의 명물 블랙캡'

오토헤럴드 조회 수1,100 등록일 202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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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라졌지만, 한동안 미국 뉴욕의 명물 중 하나로 ‘옐로우 캡’으로 불린 체커 마라톤(Checker Marathon) 택시가 있었다. 그와 비슷하게 영국 런던에는 ‘블랙 캡’으로 불리는 택시가 유명하다. 지금은 여러 업체가 런던 택시용 모델을 만들고 있지만, 그 가운데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모델은 고전적 스타일의 LTEV의 TX와 그 전신인 LTI의 TX4다.

런던 ‘블랙 캡’의 전통을 잇고 있는 LEVC FX (출처: LEVC) 런던 ‘블랙 캡’의 전통을 잇고 있는 LEVC FX (출처: LEVC)

최신 모델 격인 LEVC의 TX는 2017년에 첫선을 보였다. 오랫동안 블랙 캡을 대표하는 모델이었던 FX4의 스타일을 현대화하고, 완전히 새로운 설계로 만든 택시 전용 모델이다. 차체 형태는 뒤에 설명할 영국의 법규 때문에 FX4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사각형 투명 커버 안에 넣은 원형 헤드램프와 매끈하게 차체 안에 담긴 테일램프, 단순화된 범퍼와 코치 도어 등이 현대적 미니밴 분위기를 자아낸다. 

21세기에 걸맞은 새 설계와 동력계를 갖췄지만 고전적 분위기는 여전하다 (출처: LEVC) 21세기에 걸맞은 새 설계와 동력계를 갖췄지만 고전적 분위기는 여전하다 (출처: LEVC)

새로운 설계로 만들어진 만큼 동력계도 현대적이다. 환경 관련 규제를 충족하고 대기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직렬형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동력계를 갖췄다. 외부 전원에 연결해 충전하는 기능이 있는 대용량 배터리와 전기 모터로 움직이고, 필요할 때에는 3기통 1.5L 가솔린 터보 엔진을 발전기로 활용해 충전할 수 있다.

최대 여섯 명이 탈 수 있는 실내는 법규와 런던 택시의 전통을 따라 뒷좌석이 뒷바퀴 부근까지 물러나 있고 운전석과 승객석 사이의 격벽에는 접이식 좌석이 설치되어 있다. 휠체어 사용자가 편리하게 탈 수 있는 수납식 경사로, 승하차를 돕는 여러 개의 손잡이 등 편의 장비들도 마련되어 있다. 운전석 주변은 스티어링 휠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에서 볼보 차에 쓰이는 부품들을 볼 수 있는데, 이는 LEVC가 중국 지리의 자회사이기 때문이다. 동반석 자리는 짐을 실을 수 있도록 비워두었다.

LEVC가 지리의 자회사여서 운전석 주변에서는 볼보 차들의 부품이 눈에 들어온다 (출처: LEVC) LEVC가 지리의 자회사여서 운전석 주변에서는 볼보 차들의 부품이 눈에 들어온다 (출처: LEVC)

설계와 꾸밈새는 21세기 자동차의 기준을 따르고 있지만, 여러 면에서 TX는 전통적인 런던 택시의 특징을 그대로 담고 있다. FX뿐 아니라 런던에서 쓰이는 택시용 차들은 기본 형태가 거의 비슷하다. 이는 택시용 차에 관한 법률과 규정을 충족해야 런던 공공운송국(Public Carriage Office)의 인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신 TX와 그 스타일에 영향을 준 오스틴 FX4가 무척 닮아 있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오리지널 모델격인 FX4도 그와 같은 규정에 맞춰 개발되었다. FX4 3세대 모델이 판매되고 있던 1971년 기준으로, 택시 인증을 받으려면 승객이 뒷좌석에 앉았을 때 천장과 좌석 사이에 38인치(약 96.5cm)의 공간을 확보해야 하고, 뒷좌석용 문이 열리는 부분의 크기는 가로 21인치(약 53.3cm), 세로 47인치(약 119.3cm)여야 한다. 이와 같은 규정 때문에, 런던 택시는 탑승 공간 부분의 차체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도 규정의 상당 부분은 과거와 큰 차이가 없다.

오스틴 FX4는 1958년부터 1997년까지 생산되었다 (출처: Dietmar Rabich via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오스틴 FX4는 1958년부터 1997년까지 생산되었다 (출처: Dietmar Rabich via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런던 택시의 대표 모델로 반세기 가까이 활약한 오스틴 FX4는 1958년에 처음 나왔다. 1948년에 나온 FX3의 후속 모델격인데, 외관은 FX3을 현대화했을 뿐 형태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언뜻 키 큰 왜건을 닮았는데, 일반적인 왜건과 달리 승객용 뒷좌석이 뒷바퀴 부분까지 뒤로 많이 물러나 있다는 점이 다르다. 

개발은 오스틴과 딜러 겸 투자자인 만 & 오버튼(Mann & Overton), 차체 제작업체인 카보디즈(Carbodies)가 함께 했다. 기본 디자인은 오스틴의 에릭 베일리(Eric Bailey)가 했고, 차체 생산을 맡은 카보디즈의 제이크 도널드슨(Jake Donaldson)이 양산을 고려해 스타일을 다듬었다. 

1950년대 영국 고급 승용차의 분위기를 따르면서도 스타일에서는 옛 차의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출처: Dietmar Rabich via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1950년대 영국 고급 승용차의 분위기를 따르면서도 스타일에서는 옛 차의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출처: Dietmar Rabich via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펜더가 차체의 일부가 되는 등 1950년대 영국 고급 승용차의 분위기를 따르면서도 높은 보닛과 세로로 긴 그릴, 두 개의 원형 헤드램프, 펜더 형태를 단순화한 옆 부분 등 옛 차의 흔적들은 남아 있었다. 실제로 바탕이 되는 섀시는 FX3의 것을 이어받아 개선한 정도였고, 실내를 비롯해 여러 부품은 오스틴의 대형 세단인 웨스트민스터의 것을 활용했으니 기술적으로도 앞선 부분은 없었다. 특수 시장에 한정적으로 판매되는 모델인 만큼 적절한 선에서 타협해 개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1980년대 이후 생산 주체가 바뀌면서도 FX4는 1997년까지 계속 생산되었다. 다만 40여 년간의 생산량은 7만 5,000여 대로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는 런던에서 운행한 택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어서, 런던을 상징하는 것들 중 하나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류청희 칼럼니스트/jason.ch.r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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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16.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계승하는 모습이 멋있네요. 우리나라도 블랙캡이나 옐로우캡처럼 상징적인 택시 모델이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이 듭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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