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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vs. 오리지널] 14. 르노 스포르의 부활 '알핀 A110' 절묘한 타협의 결과

오토헤럴드 조회 수876 등록일 2022.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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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르노의 고성능 모델과 모터스포츠 활동을 맡아온 조직은 르노 스포르(Renault Sport)였다. 그러나 르노 그룹의 브랜드 재편과 함께 르노 스포르의 활동은 알핀(Alpine)으로 통합되었다. 알핀은 원래 르노 차들의 동력계와 구동계, 부품 등을 활용해 스포츠카를 만들던 업체였다. 그러나 1976년에 르노에 합병되었고, 1995년 이후로는 브랜드 고유 모델을 만들지 않았고 이름도 거의 쓰이지 않게 되었다.

르노 차들에서 한동안 쓰이지 않던 알핀이라는 이름은 A110 출시와 더불어 본격적으로 부활했다 (출처: Renault Group) 르노 차들에서 한동안 쓰이지 않던 알핀이라는 이름은 A110 출시와 더불어 본격적으로 부활했다 (출처: Renault Group)

그러나 그룹 전략에 따라 2010년대에 순수 스포츠 모델을 출시하기로 했고, 이에 알핀 브랜드 부활과 더불어 첫 시판 양산 모델로 2017년에 나온 차가 A110이다. 이름은 물론 디자인도 1963년에 첫선을 보인 옛 알핀 A110을 되살려 주목받았는데, 일반 르노 브랜드 양산차의 고성능 모델이 아니라 독립된 순수 스포츠 모델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선택이었던 셈이다. 알핀 A110은  순수 르노 혈통은 아니었지만 비슷한 개념의 차로서 스포츠 이미지가 가장 강했던 모델이기도 했다.

안토니 빌랑(Antony Villain) 알핀 디자인 책임자는 A110 프로젝트에서 '헤리티지와 현대성 사이의 알맞은 균형을 찾는 것이 과제'였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1960년대에 이미 높은 수준의 디자인 완성도를 보여줬던 차를 현대적 기술과 설계, 감각에 맞춰 재현하는 일은 복고 디자인을 다루는 모든 디자이너의 공통된 고민거리일 것이다.

기술적 배경은 다르면서도 옛 모델의 차체 형태와 주요 디자인 요소를 거의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이다 (출처: Renault Group) 기술적 배경은 다르면서도 옛 모델의 차체 형태와 주요 디자인 요소를 거의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이다 (출처: Renault Group)

미드엔진 뒷바퀴굴림 구동계 배치와 알루미늄 합금을 주로 쓴 전용 섀시는 현재 생산 중인 르노 양산차들은 물론 옛 A110과도 다르다. 그런 기술적 배경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현대적으로 다듬은 것을 빼면 옛 모델의 차체 형태와 주요 디자인 요소를 거의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이 새 A110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이다.

외부에서는 날카로움을 더한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크기가 작아진 보조 헤드램프, 수랭식 엔진을 쓰면서 사라진 차체 뒤쪽 위의 공기 흡입구, 범퍼 아래쪽에 배치한 대형 배기구 등 차이가 나는 부분은 적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 옛 차에 쓰인 요소를 변형한 것들이고, 그 외에 전반적 차체 형태, 옆 유리와 캐릭터 라인, 옆 부분까지 덮는 대형 뒤 유리 등은 옛 차의 분위기가 물씬하다.

단순한 구성과 옛 차 분위기를 살린 부분을 빼면 현대적 차의 분위기가 물씬하다 (출처: Renault Group) 단순한 구성과 옛 차 분위기를 살린 부분을 빼면 현대적 차의 분위기가 물씬하다 (출처: Renault Group)

내부는 차체와 같은 색 내장재를 도어에 배치하는 등 옛 차 분위기를 살린 부분과 대시보드와 센터 콘솔의 단순한 장비 구성이 눈길을 끈다. 그러나 다른 양산 모델과 공유하는 부품일이 보이는 것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현대적 양산차라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트림에 따라 내장재의 고급스러움에 차이가 크다는 점은 소량 생산되는 차의 특성을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량생산 대중차 이미지가 강한 르노 브랜드가 아니라 일부러 알핀 브랜드를 부활시킨 것은 그런 점을 정당화하는 방편이기도 하다.

오리지널 A110은 전설적인 이탈리아 디자이너 조반니 미켈로티(Giovanni Michelotti)가 디자인했다. 브랜드와 장르를 넘나들며 수많은 걸작을 디자인한 그는 알핀의 첫 독자 모델인 A106부터 인연을 맺어 A108에 이어 A110까지 디자인했다. A110은 엔진 등 주요 구성요소를 르노 8(R8)에서 가져오면서 뒤 엔진 뒷바퀴굴림 구동계 배치도 이어받았다. 자체 개발한 백본 프레임에 얹은 유리섬유 차체는 반듯하게 각진 4도어 세단 형태의 R8과의 공통점을 찾기 어려울 만큼 세련된 모습이었다.

미켈로티가 디자인한 오리지널 A110은 주요 구성요소를 가져온 르노 8과의 공통점을 찾기 어려울 만큼 세련된 모습이었다 (출처: Renault Group) 미켈로티가 디자인한 오리지널 A110은 주요 구성요소를 가져온 르노 8과의 공통점을 찾기 어려울 만큼 세련된 모습이었다 (출처: Renault Group)

공랭식 엔진을 차체 뒤쪽에 배치했기 때문에, 차체 앞쪽에는 그릴이 없었다. 네 개의 원형 헤드램프를 좌우로 나누어 배치하고 아래쪽에 범퍼를 단 구성은 단순했지만 차체 곡면과 어우러져 A110만의 특별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아울러 앞쪽이 뾰족하면서도 팽팽한 곡면을 이룬 앞부분, 탑승공간을 정점으로 뒤로 갈수록 낮고 좁아지는 차체와 지붕, 잘라낸 듯 평평하게 처리한 뒷부분 등은 외모에 속도감과 더불어 안정감을 불어넣었다. 차체 옆에는 뒷바퀴 앞에 사선으로 살짝 파인 부분을 넣어 옆모습에 탄탄한 느낌을 더했다.

실내는 스티어링 휠 너머에 집중된 계기를 제외하면 불필요한 장식이 없이 단순하고 간결하게 꾸몄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실내 뒤쪽에 좌석이 들어갈 만한 공간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구동계가 차지하는 공간이 커서 실제로는 계단식으로 짐을 놓을 수 있는 공간만 마련되었다.

오리지널 A110은 공랭식 엔진을 뒤 차축 뒤에 얹어 차체 뒤쪽이 꽤 길었다 (출처: Vauxford vis Wikimedia Commons - CC BY-SA 4.0) 오리지널 A110은 공랭식 엔진을 뒤 차축 뒤에 얹어 차체 뒤쪽이 꽤 길었다 (출처: Vauxford vis Wikimedia Commons - CC BY-SA 4.0)

옛 A110의 전성기는 랠리 무대에서 맹활약한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였는데, 1973년에 처음 열린 세계 랠리 선수권(WRC)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 A110의 랠리 또는 스포츠 이미지를 굳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금의 A110에 물려준 이미지는 50년도 전에 만들어진 셈이다.


류청희 칼럼니스트/jason.ch.r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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