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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의 마에스트로 루이지 콜라니의 디자인

글로벌오토뉴스 조회 수608 등록일 2022.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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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에 91세의 나이에 타계한 디자이너 루이지 콜라니(Luigi Colani; 1928~2019)는 언제나 곡선의 마에스트로(Maestro; 거장) 라고 불렸다. 독일 태생의 미스터 루이지 콜라니는 1980년대에는 얼마간 일본에서 활동하기도 하면서 그 시기에 일본에서 유기체적 디자인의 붐을 일으키기도 했었다.





1985년에 대학에 입학해 디자인을 공부하기 시작했던 필자가 그때 처음 접했던 루이지 콜라니 선생의 유기체적 조형은 가히 충격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지난 뒤였던 2013년쯤이었던 걸로 기억되는데, 그가 우리나라에 와서 특강을 한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가 그의 강의를 듣고 인터뷰를 청하기도 했었다.





루이지 콜라니 선생은 자신의 디자인에 대해 자연 그 자체라고 이야기 했다. 지구를 포함해 우주 전체는 둥글고 그로 인해 완전한 직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는 디자인을 할 때 자연 속에 모든 답이 있고, 그것을 참고하면 가장 이상적인 결과물이 나온다고 하였다. 그런 이유에서 자동차와 가구 등 그의 모든 디자인 조형에는 유기체와 자연 속에 존재하는 곡선과 곡면이 담겨 있다.





오늘 이렇게 새삼스레 루이지 콜라니 선생의 곡선 조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최근에 필자가 모빌리티 차체 디자인에 대한 학회 논문을 준비하면서 느낀 점 때문이다.





오늘날 건축 양식 중 대표적인 것의 하나로 불리는 미국의 국제주의 양식(International Style)의 커튼월 구조(curtain wall structure)는 전통적 건축물과 달리 일체의 장식이 배제된 규격화된 철골과 사각형 유리로 구성된 모더니즘의 대표적 양식이다. 이 건축양식의 시초는 근대 디자인 교육 기관으로 1919년 바이마르공화국(오늘날의 독일)에 처음 세워진 바우하우스(Bauhaus)를 위해 1925년에 신축된 건물부터 라고 언급되기도 한다.





이후 커튼월 구조는 바우하우스 교수진 중 한 사람이었던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 1886~1969)가 미국으로 귀화해 건축가로 활동하면서 UN본부 건물을 비롯한 1950년대 미국을 대표하는 건축물을 다수 설계하는 등 직선과 직각의 도시양식을 대표하는 모더니즘 건축의 전형이 됐던 것이다.





한편, 독일 태생 디자이너 루이지 콜라니 선생은 이러한 바우하우스 풍의 직선적 조형에 맞서기라도 하듯 그와 대비되는 극단적 곡선 조형을 추구했던 것이다. 물론 콜라니 선생은 바우하우스 시기보다는 한 세대쯤 후의 인물이지만, 이처럼 상반되는 조형은 서구 디자인 다양성의 근원이기도 하다.





이렇게 루이지 콜라니 선생의 디자인 속의 조형을 되짚어 보면서, 앞으로 나올 미래의 모빌리티는 어떤 모습을 하게 될 것인가 하는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콜라니 선생의 관점처럼 직선이란 결국 둥근 지구 위에 존재하는 극히 미시적 현상(微視的 現像)에 불과한 건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에서 그의 디자인 조형은 곡선과 곡면으로 이루어져 있고, 유기체적 형상의 차량이나 소파 외에도 미래지향적 우주선과 항공기도 존재한다.





일견 콜라니 선생의 조형은 기능주의를 지향하는 바우하우스의 논리적 직선 조형과 전혀 다른, 감성적 조형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가장 효율적이고 안정적 생명활동을 위한 신체 구조로서 유선형과 곡선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유기체적 조형이야말로 가장 기능적 형태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콜라니 선생의 조형은 기계적 대량생산의 상징과도 같은 바우하우스적 직선조형과의 바탕을 이루는 원초적 기능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자연의 원리를 담은 기능적 조형일 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실상 모든 건축물과 자동차, 비행체 등은 인간이 만들어낸 인위적 물체이지만 인간 자신은 자연 그 자체이니, 서로 기원인 동시에 또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직선은 모든 디자인과 설계의 바탕이 되는 기준선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직선은 매우 큰 곡선의 극히 짧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현실 속에서 직선과 곡선을 구분해 서로 다른 것으로 다루고 있기도 하다.


오늘날의 디자인 조형은 곡선과 직선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중 직선의 극단을 달리는 조형의 테슬라 사이버 트럭도 사실상 완전한 직선은 아니다. 곡률이 너무 커서 직선처럼 보일 뿐이다. 우리가 딛고 서 있는 평평한 땅이 결국은 둥근 지구 위의 곡면이라는 사실이 바로 그 증거이기도 하다.





콜라니 선생의 곡선은 유기체에서 얻은 곡선인 동시에 매우 아날로그적 성향의 실존적 곡선이기도 하다. 반면에 오늘날의 우리 눈에 익은 최신의 자동차와 제품의 형태는 대부분 벡터와 같은 수학적 개념으로 팽팽하게 당겨진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콜라니 선생의 곡선은 어딘가 다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모든 인공물 형상의 근원은 결국 자연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자연이 알려준, 자연으로부터 얻은 형태를 응용해서 인간은 자신이 만드는 물건에 적용해 왔을 뿐이라는 건 수 천년 인류 문명의 역사 동안 변하지 않은 사실이다. 다만, 오늘날은 그 적용 방법에서 디지털 기술을 쓴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일견 전위적인 감성조형으로 보였던 루이지 콜라니 선생의 디자인은 사실은 인공물을 만들고 사용하는 유기체로서의 사람에게 가장 잘 맞는 기능적 형태를 찾아낸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여전히 대량생산의 연장선상에 있는 오늘날 디지털기술이 보여주는 조형은 기능과 효율을 우선하는 바우하우스적 직선적 조형이 전부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그 형태 또한 자연으로부터 유래됐다는 점에서 콜라니 선생이 추구한 유기체적 조형의 본질은 변하지 않을지 모른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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