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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화 시대 남겨야 할 유산 #11] 범인은 너 였어-디젤 엔진 자동차 흥망사

오토헤럴드 조회 수352 등록일 2021.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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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물리학자 사디 카르노(Sadi Carnot, 1796~1832)의 이론에서 영감을 얻어, 이상적 엔진을 만들겠다는 루돌프 디젤(Rudolf Diesel, 1858~1913)의 의지가 처음 결실을 맺은 것은 1897년의 일이다. 디젤은 지금의 MAN으로 발전하게 되는 아우구스부르크 기계공작소의 도움을 받아, 이론과 설계에 머물었던 디젤 엔진을 실제로 제작해 높은 효율을 낸다는 것을 입증했다. 당시 널리 쓰이던 증기기관의 열효율은 10% 남짓했지만, 실제 작동한 첫 디젤 엔진은 그 두 배가 넘는 26.2%이나 되었기 때문이다.

디젤 엔진을 발명한 루돌프 디젤. 이상적 엔진을 만들겠다는 그의 의지에서 디젤 엔진이 탄생했다 디젤 엔진을 발명한 루돌프 디젤. 이상적 엔진을 만들겠다는 그의 의지에서 디젤 엔진이 탄생했다

1893년에 디젤이 특허를 받은 기술을 실용화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4년이나 되었다. 그러나 공장, 발전소 등 시설에서 고정된 형태의 동력원으로 쓰이기 시작한 디젤 엔진이 자동차의 동력원으로 쓰이기까지는 그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걸렸다. 자동차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크기로 만드는 일도 쉽지 않았고, 동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엔진의 특성도 개선되어야 했다. 즉 소형화와 고속화라는 걸림돌을 넘어서야 했다.

문제의 해결이 절박하면 누구든 해법을 찾게 되어 있다. 디젤 엔진이 자동차에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한 것도 절박함 때문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유럽에서는 본격적으로 자동차 보급이 시작되었지만 정작 자동차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연료 공급은 충분하지 못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이 있었고, 그 중 하나로 자동차 업체들이 택한 것은 고효율 디젤 엔진을 자동차에 얹는 것이었다.

1924년에 MAN이 선보인 직접 연료분사식 디젤 엔진 트럭 1924년에 MAN이 선보인 직접 연료분사식 디젤 엔진 트럭

1923년에 벤츠와 다임러가 처음으로 예연소실(prechamber)식 디젤 엔진을, 1924년에는 MAN이 직접 연료분사식 디젤 엔진을 트럭에 올려 생산하기 시작했다. 실용화된 뒤로 점차 크기가 작아지며 선박, 트랙터 등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진 디젤 엔진이 마침내 자동차를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디젤 트럭의 첫 시험주행 결과에 관한 벤츠의 자료에는 디젤 엔진 트럭이 가솔린 엔진 트럭 대비 연료 무게는 32%, 연료 비용은 86% 경제적이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게다가 중유, 등유, 파라핀유 등 어느 것을 쓰더라도 작동한다는 것이 자랑거리였다.

실제로 과거 디젤 엔진은 연료 품질에 구애받지 않고 작동하는 것이 많았다. 기계식 연료분사장치를 쓰던 시절의 디젤 엔진 차들도 대부분 그랬다. 물론 배출가스 속 오염물질이 사람들의 관심사가 아니던 시절의 이야기다.

디젤 엔진 승용차 시대를 연 모델 중 하나로 꼽히는 메르세데스-벤츠 260 D 디젤 엔진 승용차 시대를 연 모델 중 하나로 꼽히는 메르세데스-벤츠 260 D

디젤 엔진이 트럭에서 승용차로 옮겨가는 데에도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시트로엥이 영국 리카르도의 기술을 활용해 만든 1.8L 33마력 디젤 엔진을 타입 10 ‘로잘리(Rosalie)’에 얹어 출시한 것은 1934년, 메르세데스-벤츠가 2.5L 45마력 디젤 엔진을 260 D에 올려 내놓은 것은 1935년, 하노막이 1.9L 35마력 디젤 엔진을 얹은 레코드(Rekord) 세단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1938년의 일이다. 상용차에서 승용차로 디젤 엔진 적용 범위가 넓어지는 데에도 10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이들 가운데 시트로엥은 회사의 부침과 더불어 한동안 디젤 엔진에 투자할 여력이 없었고, 하노막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승용차 생산을 중단했다. 이후 디젤 엔진은 고효율 저비용이라는 장점에 힘입어 상용차 분야에서는 대세가 되었지만, 승용차용 동력원으로는 주류 대열에 끼어들지 못했다. 적어도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을 겪기 전까지는 그랬다. 결국 디젤 엔진을 승용차 세계에 끌어들인 것은 역시 경제성이었다.

다만 과거와는 달리, 기술 수준이 높아진 가솔린 엔진만큼 디젤 엔진도 승용차에 어울리는 특성을 갖춰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진동과 소음은 줄이고, 성능과 작동 특성은 개선되어야 했다. 자동차 업체들은 물론 기술 협력업체들도 디젤 엔진의 고도화에 꾸준히 투자한 덕분에, 디젤 엔진은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며 점점 더 개선되었다.

1984년에 출시된 BMW 524td. 승용차용 디젤 엔진 최초로 전자제어 기술이 쓰였다 1984년에 출시된 BMW 524td. 승용차용 디젤 엔진 최초로 전자제어 기술이 쓰였다

1978년에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처음으로 양산차용 디젤 엔진에 터보차저를 결합해 내놓았고, 1987년에는 보쉬가 개발한 디젤 엔진용 전자제어 시스템이 BMW의 디젤 엔진에 쓰이기 시작했다. 2년 뒤엔 1989년에는 직접 연료분사 터보 디젤 엔진이 피아트 크로마 TD-i.d.와 아우디 100 TDI을 통해 첫선을 보였다.

이후 '직접 연료분사 터보'는 이내 디젤 엔진의 표준 기술처럼 쓰이기 시작했고, 이를 수식하는 고출력, 저진동, 고효율, 저연비와 같은 화려한 키워드들이 디젤 엔진과 승용차의 결합에 축포처럼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1997년에 처음 커먼레일 기술이 쓰인 디젤 엔진을 얹어 출시된 알파 로메오 156 JTD 1997년에 처음 커먼레일 기술이 쓰인 디젤 엔진을 얹어 출시된 알파 로메오 156 JTD

1997년에는 현대적 승용 디젤 엔진의 획기적 발전을 가져온 커먼레일 기술이 등장했다. 고압 연료분사장치를 전자식으로 정밀제어하는 이 기술은 진동과 소음을 크게 줄여 디젤 승용차의 주행 품질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아울러 디젤 엔진의 마지막 걸림돌인 배출가스 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았다.

2006년에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선택적 촉매 환원(SCR) 기술을 처음 쓴 블루텍(BlueTec) 디젤 엔진을 내놓으며 질소산화물(NOx) 배출도 크게 줄였다. 이로써 디젤 엔진 승용차들은 배출가스 규제가 특히 심했던 미국이나 일본 등에 다시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게 되었다. 이후로 한동안 디젤 엔진은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다는 장점과 더불어 하이브리드 기술의 고전적 대안으로 여겨질 만큼 승용차 동력원의 새로운 대세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2006년에 메르세데스-벤츠가 SCR 기술을 쓴 블루텍 디젤 모델을 내놓으며 디젤 엔진 기술은 가장 발전된 단계에 접어들었다 2006년에 메르세데스-벤츠가 SCR 기술을 쓴 블루텍 디젤 모델을 내놓으며 디젤 엔진 기술은 가장 발전된 단계에 접어들었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말처럼, 디젤 엔진의 전성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유럽에서 디젤 엔진 승용차의 점유율이 50%를 넘긴 지 채 10년이 되지 않은 2015년. 디젤 엔진의 운명을 바꾸는 커다란 사건이 터졌다. 폭스바겐 그룹이 소프트웨어 조작으로 디젤 엔진의 배출가스 특성을 속인 것이 드러나, 이른바 디젤게이트가 시작되었다.

디젤 엔진의 장점을 앞다퉈 과시한 자동차 업체들의 주장은 신뢰를 잃었다. 부랴부랴 한층 더 강화된 배출가스 정화 기술을 내놓고 실제 주행 시험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하기도 했지만, 디젤 엔진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가로막을 수는 없었다. 나아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구온난화와 대기오염에 대한 우려가 더해지면서, 세계 여론은 자동차 분야에 내연기관 퇴출과 빠른 전동화 전환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디젤게이트의 중심에 있었던 폭스바겐의 TDI 엔진. 디젤게이트로 인해 내연기관 시대의 종말이 앞당겨졌다 디젤게이트의 중심에 있었던 폭스바겐의 TDI 엔진. 디젤게이트로 인해 내연기관 시대의 종말이 앞당겨졌다

디젤게이트는 디젤 엔진뿐 아니라 내연기관 전체에 대한 치명타였고, 오랫동안 지지부진하던 자동차 전동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도록 만든 촉매 역할을 했다. 이런 아이러니는 어쩌면 디젤 엔진의 태동기에 예고되었는지도 모른다. 디젤 엔진을 완성한 루돌프 디젤은 1913년 도버 해협을 건너던 배에서 실종되어, 유해조차 찾지 못한 채 사라져버렸다. 그가 꿈꾸던 이상적 엔진은 후대에 이르러서도 끝내 이상에 다다르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카르노, 디젤, 나아가 니콜라우스 오토, 벤츠와 다임러 등 수많은 선구자들이 열었던 내연기관의 시대는 이제 교류 유도 전동기의 아버지 니콜라 테슬라와 전지를 발명한 알레산드로 볼타, 리튬이온 배터리의 발명자인 존 구디너프와 스탠리 휘팅엄, 요시노 아키라가 문을 연 전기 동력원의 시대에 자리를 넘겨주고 있다.

<모빌리티는 자율화, 커넥티비티 그리고 전동화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습니다. 아주 먼 미래로 생각했던 신 모빌리티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130년 이어져 왔던 내연기관 시대는 이제 사라져 갈 것이라는 예측이 많습니다. 오토헤럴드는 전동화와 신에너지에 밀려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르는 내연기관이 인류 발전에 기여하며 남긴 유산을 연재하고 이번 호로 맺음을 합니다. 수고해주신 자동차 칼럼니스트 류청희 님에게 감사드립니다>


류청희 칼럼니스트/jason.ch.r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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