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전동화 시대 남겨야 할 유산 #9] 폭스바겐 비틀-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단일 모델

오토헤럴드 조회 수401 등록일 2021.09.23
공유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Ctrl+V)하세요.

레이어 닫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는 ‘전동화 시대 남겨야 할 유산’ 시리즈 첫 연재에서 다룬 토요타 코롤라다. 1966년 11월에 일본에서 처음 판매되기 시작한 코롤라는 2021년 7월에 판매량이 5000만 대를 넘어섰다. 

1966년에 처음 생산된 토요타 코롤라는 지금까지 누적 판매량 5,000만 대를 넘겼다 1966년에 처음 생산된 토요타 코롤라는 지금까지 누적 판매량 5,000만 대를 넘겼다

자동차 역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래서 코롤라는 단종되지 않는 한 계속해서 자동차 역사상 최다 판매 모델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 틀림없다. 자동차 구매를 고려한다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에,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판매되며 폭넓은 소비자의 요구를 채우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코롤라처럼 세계 누적 판매량 기록을 갖고 있던 차들도 있다. 2007년에 코롤라가 왕좌를 빼앗은 폭스바겐 비틀, 1972년 비틀이 추월한 포드 모델 T가 대표적이다. 이들 가운데 모델 T는 생산과 판매 속도 면에서 놀랍다. 1908년부터 1927년까지 19년 남짓한 시간 사이에 생산된 모델 T는 공식적으로 1500만 7033대다.

포드 모델 T(왼쪽)가 갖고 있던 세계 최다 판매 모델 기록은 1972년에 폭스바겐 비틀이 깼다 포드 모델 T(왼쪽)가 갖고 있던 세계 최다 판매 모델 기록은 1972년에 폭스바겐 비틀이 깼다

지금도 계속 세계 각지에서 팔리고 있는 코롤라와는 달리, 이미 생산이 중단된 비틀 기록은 다른 차들에 의해 계속해서 깨지고 있다. 1948년부터 지금까지 판매된 포드 F-시리즈 픽업 트럭은 4000만 대가 넘는다. 그러나 F-시리즈는 같은 모델로 묶기 어려울 만큼 크기가 다양한 변형 모델이 있어 단일 모델이라 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비틀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폭스바겐 간판 모델 골프도 만만치 않게 팔렸다. 이미 2002년에 비틀 기록을 깼고, 2019년에 누적 판매량 3500만 대를 넘겼다. 

그러나 단일 모델로 기록한 최다 누적 판매량은 어느 차도 비틀을 뛰어넘지 못한다. 1938년에 볼프스부르크에서 생산되기 시작해 2003년 멕시코 푸에블라에서 긴 역사의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세상의 빛을 본 비틀은 모두 2152만 9464대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면 일제 강점기에 개발되어 생산을 시작했던 차가 고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될 무렵에 단종된 것이다. 

1938년에 독일에서 시작된 폭스바겐 비틀 생산은 2003년에 멕시코에서 끝났다 1938년에 독일에서 시작된 폭스바겐 비틀 생산은 2003년에 멕시코에서 끝났다

비틀은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기본 설계가 단종될 때까지 이어졌다. 컨버터블을 포함해 소소한 변형 모델들이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2도어 세단 형태의 차체와 공랭식 엔진을 뒤 차축 뒤에 얹은 뒷바퀴굴림 구동계 구성도 한결같았다. 르노 4, 클래식 미니, 시트로엥 2CV 등 비슷한 방식으로 장수한 차들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들의 누적 판매량은 모두 1000만 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비틀 기록을 이미 깼거나 위협하고 있는 모델들은 대개 세대가 바뀔 때마다 대대적 변화를 거친 차들이다. 장비 구성이나 안팎 모습 어느 것도 비틀만큼 고집스럽지 않다. 이미 자동차 업계가 ‘계획된 진부화(planned obsolescence)’가 당연해진 지 오래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강화되는 안전과 환경 관련 규제는 변화를 강제하는 중요한 요소다.

1960년대 비틀의 광고 이미지. 비틀은 시장마다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여졌다 1960년대 비틀의 광고 이미지. 비틀은 시장마다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여졌다

비틀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시장에 따라 소비자들이 차를 받아들인 방식이 달랐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코롤라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고 하는 포드 F-시리즈는 생산량 대부분이 북미 대륙에서 소화되었다. 그러나 비틀은 유럽과 북미에서 상당 부분 팔리긴 했어도 실제 시장은 전 세계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비틀을 받아들인 방식이 시장마다 다른 것은 당연한 이치다.

비틀이 세상 빛을 보기 전부터 계획된 진부화에 길들여져 있던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여러 면에서 신기한 차였다. 모든 자동차 업체가 해가 바뀔 때마다 여기저기 뜯어고치고 조금씩 덩치를 키우며 값을 올려받고 있을 때, 시대착오적인 모습의 작은 독일 차는 같은 모습을 계속해서 유지했다. 

1938년부터 1975년까지 생산된 여러 비틀. 두드러진 것은 없었지만 작은 변화는 늘 있었다 1938년부터 1975년까지 생산된 여러 비틀. 두드러진 것은 없었지만 작은 변화는 늘 있었다

물론 비틀도 끊임없이 이곳저곳 조금씩 바뀌었다. 워낙 조금씩 작은 부분들이 바뀌어 사람들이 쉽게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다. 이런 특징은 광고대행사 DDB의 유명한 광고 캠페인에 반영되기도 했다. 시장의 보편적 원칙을 거스르는 ‘반항적’ 모습을 역으로 마케팅에 활용한 것 역시 반항적인 접근 방식이었다.

20세기 중후반 저개발 국가에서는 비틀이 모터리제이션이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비틀은 중남미,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독일 외 다른 지역에서도 조립 생산이 이루어졌다. 특히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저개발 국가에서는 적당한 크기와 값에 막 굴려도 잘 버텨주는 비틀이 잘 팔릴 수밖에 없었다. 일본 차가 세계 시장을 휩쓸기 전까지는 그랬다.

저개발 국가에서도 비틀은 사랑받았다. 르완다의 한 정비소에서 수리되고 있는 비틀의 모습 저개발 국가에서도 비틀은 사랑받았다. 르완다의 한 정비소에서 수리되고 있는 비틀의 모습

그럼에도 어느 시장에서든 공통적으로 인정받은 장점은 뚜렷했다. 비틀은 세계 어디에서나 단순하고, 튼튼하고, 사고 쓰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차였다. 고장이 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고치기는 쉬웠다. 많이 팔린 만큼 부품도 많았고, 정비할 수 있는 사람도 많았다. 

무엇보다도 골치아픈 고장이 날 만큼 복잡한 차가 아니었다. 공랭식 엔진은 냉각수가 필요 없어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문제가 없었고, 속도를 내어 달릴 수만 있다면 적도 가까운 사막에서도 무리 없이 쓸 수 있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독일 차에 대한 믿음을 심는 데에는 메르세데스-벤츠와 더불어 비틀의 역할이 컸다.

비틀이 큰 변화 없이 오랫동안 많이 팔린 것은 규제가 느슨한 시기에 전성기를 보냈기 때문이다 비틀이 큰 변화 없이 오랫동안 많이 팔린 것은 규제가 느슨한 시기에 전성기를 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산이 끝날 즈음에 이르렀을 때에는 비틀이 소수의 애호가들을 위한 ‘추억의 아이템’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자동차에 대한 현대 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이기에는 비틀은 이미 너무 작고 낡은 차였다. 전성기가 각종 규제가 느슨했던 시대에 전성기를 보내고, 선진국에서 저개발국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의 모터리제이션을 이룬 것으로 비틀은 이미 제 역할을 다 했다. 

비틀은 내연기관 시대에 가장 대중적이면서 가장 컬트적인 차다. 비틀처럼 사회문화적으로 영향력있고 의미가 큰 차는 앞으로 다시 볼 수 없을지 모른다. 


류청희 칼럼니스트/jason.ch.ryu@gmail.com


ⓒ 오토헤럴드(http://www.autoherald.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다나와나 네이버, 카카오, 페이스북 계정으로 로그인 하신 후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시승기] 선택과 집중..렉서스 RX450hL의 자신감!
잦은 디자인 변화로 풀모델 체인지와 페이스리프트의 의미가 퇴색되어 가고 있는 요즘, 눈에 띄는 디자인 생명력을 연장하는 대신 돌연 차체를 연장한 모델이 …
조회수 3,756 2020-06-22
데일리카
[편파시승 #3] 제네시스 G70, 잠시 일을 잊고 대호 방조제 질주
상복 많은 차가 있다. 2017년 데뷔해 2018년 세계 3대 디자인상 가운데 하나인 굿 디자인 어워드, 2019년 어느 브랜드나 받고 싶어 하는, 한 번 받으
조회수 4,260 2020-06-19
오토헤럴드
[영상시승] 탄탄한 기본기, 아우디 Q5 45 TFSI 콰트로
아우디의 중형 SUV Q5 2세대 모델이 국내 출시했습니다. 최근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형 SUV 시장에서 차별화된 디자인과 디지털화 등
조회수 3,237 2020-06-16
글로벌오토뉴스
[편파 시승 #2]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흔들리지 않는 침대
대한민국, 자동차 힘 내라고 좋은 점을 골라 소개하는 오토헤럴드 편파 시승 두 번째 모델은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다. 요즘 흔한 소형 SUV와 다르게 정통 오프로
조회수 6,078 2020-06-15
오토헤럴드
[시승기] 또 하나의 완벽한 대안..아우디 A7
2010년 첫 등장한 A7은 머리 속으로 그려온 가장 이상적인 드림카였다. CLS가 4도어 쿠페라는 장르를 개척한 후 쿠페의 아름다운 디자인과 4명의 탑승객을
조회수 4,897 2020-06-15
데일리카
디자인 하나로 충분한 존재감, 아우디 Q8 45 TDI 콰트로 프리미엄
5m가 넘는 전장과 2m에 육박하는 전폭에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비례가 유지됐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의 기능성에 쿠페의 날렵함이 더해지고 여기에 아우디 특유의
조회수 4,066 2020-06-12
오토헤럴드
폭스바겐 티구안 올스페이스 2.0 TDI 시승기
폭스바겐 티구안 올스페이스 7인승 모델을 시승했다. 풀 디지털 계기판의 그래픽이 달라졌고 3열 시트가 있는 것이 포인트다. 특별히 5인승 모델과의 차이는 없지만
조회수 12,237 2020-06-12
글로벌오토뉴스
렉서스 RX 450hL, 3열 갖춘 리무진 하이브리드 SUV
전장이 무려 5미터나 되는 렉서스 플래그십 SUV RX의 리무진 버전 'RX 450hL' 시승 영상입니다. 하이브리드의 강점인 경제성에 공간 활용
조회수 3,045 2020-06-11
오토헤럴드
마세라티 르반떼 제냐 펠레테스타, 딱 20대 명품 SUV
1억9200만원,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마세라티의 첫 SUV 르반떼의 에디션 '제냐 펠레테스타' 시승 영상입니다. 쿠페 타입에 마세라티 특유의
조회수 2,188 2020-06-11
오토헤럴드
[편파 시승] 쌍용차 리스펙 코란도, 이렇게 좋은 차였어!
자동차 힘내라...대한민국 화이팅! 자동차 산업이 내수 시장은 어느 정도 버티고 있지만 수출 부진으로 고전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이너 업체가 힘들어 하고 있
조회수 3,363 2020-06-11
오토헤럴드
리스트광고

브랜드 선택

비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