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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화 시대 남겨야할 유산 #7] 내연기관 종말을 예고하듯 사라진 '공랭식 엔진'

오토헤럴드 조회 수417 등록일 2021.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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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판매되고 있는 자동차의 엔진은 모두 수랭식 냉각계통을 쓰는 수랭식 엔진이다. 수랭식 냉각계통은 연소에서 생긴 열을 가장 많이 받는 부분인 실린더를 감싸는 통로를 만들어 냉각수가 지나게 하고, 열을 빼앗아 뜨거워진 냉각수를 열교환기(라디에이터)로 보내 식힌 다음 다시 엔진으로 돌려 보낸다.

요즘 자동차 엔진은 수랭식 냉각계통을 갖춘 수랭식 엔진이다. 사진은 아우디 V8 4.2L 엔진 요즘 자동차 엔진은 수랭식 냉각계통을 갖춘 수랭식 엔진이다. 사진은 아우디 V8 4.2L 엔진

이와 같은 냉각방식은 냉각수 온도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라디에이터, 엔진과 라디에이터 사이를 잇는 부품, 냉각수를 순환하게 만드는 펌프 등 냉각계통의 작동에 필요한 여러 구성요소가 필요하다. 아울러 냉각수도 따로 관리를 해야 한다. 이런 단점은 지금은 단점으로 여겨지지 않을 만큼 당연한 것이 되었다. 20세기 후반 들어 세계 각국의 환경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장점들이 단점을 넘어설 수 있는 설득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전에는 어땠을까? 수랭식의 단점이 없거나 적은  냉각계통인 공랭식이 나름의 설득력을 갖고 시장에서 적잖은 몫을 차지할 수 있었다. 공랭식 냉각계통은 말 그대로 엔진 냉각을 공기(구체적으로는 공기흐름)에 맡기는 방식이다. 실린더 외부에 공기와 접촉하는 부분을 넓힌 핀을 붙이고, 그 핀 사이로 공기가 통과하면서 열을 빼앗게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요즘도 엔진이 밖으로 노출된 모터사이클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공랭식 엔진은 실린더 외부에 있는 냉각용 핀이 공기와 접촉해 냉각된다. 사진은 모터사이클의 공랭식 엔진 (Yanko Malinov via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공랭식 엔진은 실린더 외부에 있는 냉각용 핀이 공기와 접촉해 냉각된다. 사진은 모터사이클의 공랭식 엔진 (Yanko Malinov via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공랭식 엔진의 가장 큰 장점은 수랭식 냉각계통에 필요한 여러 요소들이 대부분 필요없다는 것이다. 즉 냉각수의 흐름과 관련된 구조와 부품이 없기 때문에 엔진을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다. 당연히 비슷한 크기의 수랭식 엔진보다 값도 싸다. 물론 공랭식 엔진이라고 해서 냉각에 관련된 부품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엔진 오일이 열을 머금기 때문에, 엔진 오일이 적정 점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오일쿨러를 다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오일 냉각계통은 엔진 냉각계통보다 훨씬 더 작고 간결하다.

1900년대 초반 미국에서 나름 자리를 잡았던 프랭클린 세단에서도 볼 수 있듯, 수랭식 엔진과 공랭식 엔진은 자동차 역사 초기부터 공존했다. 어떤 냉각계통을 쓰느냐는 자동차 혹은 엔진 제작업체의 철학이나 주 소비지역의 환경 특성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효율과 성능 관점에서 수랭식 엔진이 우세했지만, 자동차 대중화 즉 모터리제이션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공랭식 엔진을 쓰는 차들이 빠르게 늘기 시작했다.

1958년에 나온 스바루의 첫 경차 360의 엔진룸 모습. 공랭식 엔진의 냉각용 핀이 보인다 1958년에 나온 스바루의 첫 경차 360의 엔진룸 모습. 공랭식 엔진의 냉각용 핀이 보인다

폭스바겐 비틀, 피아트 500, 시트로엥 2CV 등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큰 인기를 얻은 대중차들이 그랬고, 스바루 360, 마즈다 R360, 혼다 N360, 토요타 퍼블리카 등 1950~60년대 일본의 경차와 소형차들의 엔진룸에서도 공랭식 엔진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이 공랭식 엔진을 쓴 이유는 당연히 작고 경제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작은 배기량으로 비교적 높은 출력을 낼 수 있으면서, 유지관리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매력이었다. 그 덕분에 한동안 공랭식 엔진은 소형 대중차 설계의 기본 요소처럼 자리를 잡았다.

폭스바겐은 현대적 앞바퀴굴림 모델인 파사트와 골프를 내놓기 전까지 만든 승용차들은 물론, 해외 현지 모델에는 1980년대, 현지 생산 모델에는 2003년까지도 공랭식 엔진을 썼다. 심지어 1960년대에는 GM도 폭스바겐 비틀에 자극받아 공랭식 엔진을 얹은 쉐보레 콜베어를 내놓을 정도였다.

공랭식 엔진이 들어 있는 폭스바겐 비틀(왼쪽)의 엔진룸. 오른쪽은 전기차로 개조한 e비틀로, 엔진룸 자리가 비어 있다 공랭식 엔진이 들어 있는 폭스바겐 비틀(왼쪽)의 엔진룸. 오른쪽은 전기차로 개조한 e비틀로, 엔진룸 자리가 비어 있다

물론 몇몇 장점은 다른 방향으로 극대화되기도 했다. 같은 배기량의 엔진을 더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고성능 차를 만드는데 활용한 것이다. 포르쉐와 혼다가 좋은 예다.

포르쉐는 첫 양산 스포츠카인 356을 시작으로 대표 모델 911에 오랫동안 공랭식 엔진을 썼다. 배출가스 규제의 영향으로 1996년에 내놓은 996 시리즈부터는 수랭식 엔진을 쓰기 시작했지만, 마지막 공랭식 911인 993의 가장 강력한 모델인 GT2에서는 당시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최대 450마력의 출력을 냈다. 993 GT2와 더불어 포르쉐 양산차의 공랭식 엔진 시대는 1998년에 끝났다.

포르쉐는 경주차용 엔진에서도 공랭식의 장점을 적극 활용했다. 모터스포츠 역사상 가장 강력한 성능을 낸 경주차 중 하나인 917에는 수평대향 12기통 공랭식 엔진이 올라갔다. 이 엔진은 여러 버전이 만들어졌는데, 최고출력이 1,100마력에 이르는 것도 있었다. 이 엔진을 올린 포르쉐 917이 1970년과 1971년에 르망 24시간 경주 우승을 차지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복원 작업 중인 포르쉐 917 1호차의 모습. 맨 아래쪽에 수평대향 12기통 공랭식 엔진이 있다 복원 작업 중인 포르쉐 917 1호차의 모습. 맨 아래쪽에 수평대향 12기통 공랭식 엔진이 있다

혼다는 창업차 혼다 소이치로의 철학 때문에 공랭식 엔진의 극과 극을 보여주는 차들을 만들었다. 한편으로는 소형 대중차에 올라갈 작고 가벼운 것을 만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포뮬러 원(F1) 경주차에 쓸 고성능 엔진 개발에도 열을 올렸던 것이다.

혼다는 다른 일본 업체들보다 오랫동안 공랭식 엔진을 고집했다. 그런 가운데 1969년에 소형차 시장으로 진출하며 야심차게 내놓은 1300에 올라간 1.3L 엔진은 혼다의 승용차용 공랭식 엔진 가운데 가장 발전된 기술이 들어갔지만 혼다의 공랭식 엔진 시대에 마침표를 찍는 결과를 낳았다. 시장에서의 실패와 환경 규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혼다 1300에 쓰인 DDAC 엔진의 냉각 공기 흐름도. 공랭식이면서 수랭식과 비슷한 구조를 쓴 것은 혁신적이면서도 비효율적이었다 혼다 1300에 쓰인 DDAC 엔진의 냉각 공기 흐름도. 공랭식이면서 수랭식과 비슷한 구조를 쓴 것은 혁신적이면서도 비효율적이었다

혼다의 F1 출전 1기의 마지막을 장식한 1968년의 RA302의 V8 3.0L 엔진도 마찬가지였다. 수랭식 엔진을 썼던 초기 혼다 F1 경주차들과 달리, RA302는 혼다 소이치로의 의지에 따라 개발한 공랭식 엔진을 얹었다. 엔진은 강력했지만 경주차 자체는 그렇지 못했고, 프랑스 그랑프리에서 드라이버인 조 슐레서가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난 뒤 혼다는 F1에서 잠정 철수했다.

공랭식 엔진이 자동차에서 사라진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강화된 환경 규제지만, 환경 규제가 시작된 것은 내연기관의 배출가스가 사회문제가 될 만큼 심각한 대기오염을 일으킨 데 있다. 최근 들어 내연기관 자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전기차가 급부상하는 것도 이유는 같다. 공랭식 엔진의 종말에서 우리는 내연기관 시대의 끝을 미리 경험했으면서도 그 교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류청희 칼럼니스트/jason.ch.r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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