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카 브랜드, 왜 다시 내연기관으로 돌아가는가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자동차 산업은 전동화의 거대한 물결 속에 있었다. 주요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전기차 전환’을 선언하며, 내연기관의 종말이 머지않은 듯 보였다. 그러나 2025년 현재, 초고가 럭셔리와 슈퍼카 시장에서는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고객들이 전기차보다 여전히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호하면서, 제조사들은 전동화 전략을 다시금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포르쉐는 2030년까지 판매 차량의 80%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최근 들어 하이브리드 모델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전기차 일변도의 전략보다는 고객층이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메르세데스-벤츠도 마찬가지다.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앞세워 내놓은 EQ 브랜드는 기대만큼 시장의 반응을 얻지 못했고, 관세와 비용 부담까지 겹치자 일부 모델의 주문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BMW 역시 “내연기관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전기차 전환의 속도를 늦추고 있다.

벤틀리 역시 ‘Beyond100’이라는 이름으로 2035년까지 내연기관을 완전히 퇴출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최근에는 내연기관의 수명을 더 늘리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벤틀리의 프랑크-슈테펜 발리저 CEO는 “럭셔리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낮고, 고객과 함께 가는 속도가 중요하다”라고 언급하며 현실적인 접근을 강조했다.

슈퍼카와 하이퍼카 시장은 전동화에 가장 완강하게 저항하는 영역이다. 리막과 부가티를 이끄는 마테 리막은 “고객들이 전기 하이퍼카를 원하지 않는다”고 단언했고, 코닉세그의 CEO 역시 “초고성능 전기차에 대한 수요는 극히 미미하다”고 밝혔다.
람보르기니 역시 오랫동안 비슷한 입장을 유지해 왔다. 스테판 윙켈만 CEO는 “기술적으로 빠른 전기차를 만드는 것은 가능하지만, 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내연기관이 주는 감성과 꿈”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로 예정됐던 ‘란자도르’의 출시는 2029년 이후로 연기됐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전환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페라리 또한 전기 슈퍼카를 개발 중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수요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결국 이 시장의 핵심은 단순한 성능 경쟁이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과 감성적 경험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다.

대중 소비자에게 전기차의 가장 큰 매력은 경제성이다. 연료비를 절약하고, 복잡한 엔진 정비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강력한 동기다. 그러나 수억 원대 슈퍼카와 럭셔리 모델을 구입하는 고객에게는 이런 요소가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그들에게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일종의 상징이며, 감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대상이다. 고회전 엔진이 내뿜는 사운드와 진동, 변속기의 리듬이 만들어내는 몰입감은 전기차의 즉각적인 가속 성능이나 정숙성으로는 대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부유층 고객들은 전기차에 냉담하며, 브랜드들도 이를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흐름이 전기차 시대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초기의 과도한 낙관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전동화 전환이 ‘속도 조절’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초고가 브랜드들은 여전히 전동화를 장기 전략으로 삼고 있다. 다만 그것은 BEV 단일 노선이 아니라,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을 포함한 다양한 선택지를 병행하는 형태다.
언젠가는 전기 슈퍼카가 주류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시장은 여전히 내연기관의 굉음을 원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초고가 자동차 브랜드들이 내연기관을 당분간 붙들고 가는 이유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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