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도요타 아키오의 '일본 탈출'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했다면?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
[오토헤럴드 김필수 교수] 일본이 자동차 인증 부정 문제로 시끄럽다. 작년 후반 도요타 자회사 히노, 다이하쯔 등에서 시작한 인증 부정이 도요타와 렉서스 그리고 혼다, 마쓰다 등 다른 제조사로까지 확산하면서 윤리적 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자동차 인증은 안전과 연비, 배출가스 등 전체적인 품질을 좌우하는 가장 기본적인 절차다. 소비자들은 제조사의 인증을 믿고 구매하는데 이 과정이 부정한 방법으로 조작됐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일본 정부 조사 결과 도요타는 에어백이 정상 작동하는 것처럼 센서를 조작하고 연비를 부풀리는가 하면 보행자 보호 데이터까지 위조하기까지 했다. 신차 출시에 맞춰 인증 절차를 끝내기 위해 그동안 아무런 죄의식 없이 해 왔던 일들이라고 한다.
품질 경영을 부르짖고 그래서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해 왔던 도요타의 신뢰가 한 순간에 무너졌지만 아직까지 별 영향은 받지 않는 듯하다. 심각한 사안임에도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학습 효과, 그리고 이미 알려진 사실에 대해 일본 정부의 조사가 길어지면서 시장의 관심이 크게 줄어든 탓도 있다.
일본 정부의 조사 방식과 형식에 도요타는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 도요다 아키오 회장은 지난 7월 "일본 탈출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일본 정부의 태도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제기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나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이 했다면 나라가 발칵 뒤집혔을 얘기지만 그는 “강한 자를 치는 것이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강자가 없으면 국가는 성립하지 않고, 강자의 힘을 어떻게 사용할지 엄격한 눈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증 조작 이후 수 차례의 사과와 생단 중단 등 즉각적인 조치에도 정부 조사가 길어지고 도요타에 강도 높은 비난이 계속되자 "일본에서 사업을 축소하거나 본사를 이전할 수 있다"는 식의 엄포를 낸 셈이다. 자동차 산업, 그리고 도요타가 일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그의 발언은 상당한 파문을 불러왔다.
일본 국민 기업인 도요타는 지금까지 생산, 인력 등에서 자국 50%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외 생산이 많은 도요타 브랜드와 달리 렉서스 브랜드의 자국 유지를 고수하는 것도 높은 임금, 고부가 가치 등을 통해 일본 경제에 기여하겠다는 의지의 하나다.
이런 가운데 도요타 최고 임원이 '일본 철수'를 언급한 것은 경직된 일본 정부의 태도와 도덕성을 내세워 비난에 나서고 있는 언론 등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키오 회장은 자신의 발언이 “자동차 업계의 목소리라고 생각해 달라”고 해 다른 제조사 역시 같은 불만을 품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살얼음판 같은 노사 문제, 예측하기 어려운 미국 대선 결과로 자동차 산업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도 도요타처럼 본사를 해외로 이전한다고 할 수도, 해외 생산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게 될 수 있다.
인증 조작 문제로 불거진 도요타의 지금 상황과 전혀 다르기는 하지만 "회사가 망하기 전에 더 많은 것을 빼먹자"라는 식의 노조 요구에 끌려다니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도요다 아키오 회장과 같은 고민을 하는 날이 오지 않기 바란다.
김필수 교수/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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