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가죽 없는 프리미엄은 가능할까?

전동화로의 전환이 부각되며 최근 자동차 인테리어의 새로운 화두는 ‘레더프리(Leather-Free)’다. 동물 가죽을 쓰지 않고 합성섬유나 식물성 소재, 재활용 원단으로 고급스러움을 구현하겠다는 흐름이다. 테슬라는 이미 2019년 ‘모델3’를 시작으로 전 차종에서 가죽을 퇴출했고, 볼보는 모든 전기차에서 천연가죽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BMW는 미니(MINI) 브랜드에서, 아우디와 메르세데스-벤츠도 일부 차종에서 ‘비건 인테리어’를 내세우고 있다. 심지어 르노는 동물보호단체 PETA와의 협의를 거쳐 올해 안에 전 차종에서 가죽을 없애기로 결정했다. 현대차와 기아도 전기차에 이러한 변화를 더하고 있다.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에서 천연가죽은 단순한 소재 이상의 상징이었다. 그렇다면 자동차 업계의 레더프리 선언은 ‘진정한 혁신’일까, 아니면 ‘상징적 제스처’에 불과할까.

레더프리의 명분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동물 보호다. 가죽은 분명 동물에서 비롯되며, 특히 악어·타조 같은 ‘이그조틱 레더’는 동물학대 논란과 직결된다. 둘째는 탄소중립이다. 가축 사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는 CO₂보다 강력한 온실가스다. 따라서 가죽 사용을 줄이면 기후 위기 대응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셋째는 화학물질 논란이다. 가죽을 만드는 ‘가공(태닝)’ 과정에서 쓰이는 크롬 화합물이 환경과 인체에 해롭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이 때문에 ‘식물성 가죽’이나 ‘바이오 기반 대체재’가 주목받는다. 최근엔 사과 찌꺼기, 버섯 균사체, 옥수수, 심지어 커피 찌꺼기까지 원료가 다양화되고 있다.

하지만 레더프리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피혁산업에 종사중인 전문가들은 “자동차에서 쓰이는 소·돼지·말 가죽은 100% 식용 도축의 부산물”이라고 강조한다. 고기 소비가 줄지 않는 한 가죽 생산을 멈춘다고 해서 가축 사육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오히려 가죽을 쓰지 않으면 폐기물이 늘어나고, 소각 시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이 논리를 따르면, 가죽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CO₂ 감축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자동차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죽 특유의 촉감, 냄새, 내구성이 여전히 고급 인테리어의 기준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때문에 벤츠나 제네시스 브랜드도 ‘가죽 사용 축소’는 선언했지만, 전면적인 퇴출까지는 가지 않고 있다.

현재 기준에서 볼 때, 가죽에 대한 KS 기준은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라 정의 자체가 변화하진 않았다. 즉, '레더를 피하고자 하는 움직임' - 예컨대 친환경, 비건패션 트렌드—이 기준 구조나 용어 정의에 직접적인 변화를 유발한 모습은 찾기 힘들다. 다만, 일부 최신 규격(예: 코팅 두께 기준이나 인조가죽 항목)은 품질 분류 및 표시 기준으로는 실무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지만, 정의 조항 자체가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해 변화하진 않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일본 산업 규격(JIS)이 올해부터 ‘레더’라는 용어를 동물 유래 소재로만 한정했다. 국제 표준(ISO)에 따른 결정인데, 앞으로는 석유·식물 유래 소재를 ‘○○레더’라 부를 수 없다.
이러한 변화는 일본 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업계에도 점차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비건 레더’나 ‘합성 레더’라는 표현이 점차 사라지고, ‘바이오 소재’, ‘울트라 스웨이드’, ‘리사이클드 패브릭’ 같은 새로운 이름들이 시장의 언어를 대체할 것이다.

레더프리 논쟁은 단순히 ‘가죽을 쓰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자동차 산업이 윤리, 환경, 소비자 경험이라는 세 축을 어떻게 균형 있게 조율할지 묻는 과정이다. 진짜 고급스러움은 소재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정의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다. 자동차 브랜드들이 내세우는 ‘레더프리’는 결국 기술과 가치의 조율 위에서만 살아남을 수 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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