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6. 현대차그룹과 GM의 제휴, 핵심은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화학적 결합
2024년 9월 12일, 현대차그룹과 GM이 파트너십 체결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아직은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하고 최종 승인이 있어야 한다. 한 번도 완성차업체와 본격적인 제휴가 없었던 두 회사의 움직임은 이 시대 자동차산업이 어떤 처지인지를 잘 보여 준다. 당장에는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 등에서 비용절감을 노리고 있다. 중국과 미국시장에서의 존재감을 강화하기 위한 것도 포함된다.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 절감이 우선이다. 기본적으로는 비용절감이고 궁극적인 목표는 차세대 자동차이고 중국시장이 될 것이다. 두 회사의 파트너십 체결 움직임의 의미를 짚어 본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20세기 말 인수합병의 열풍은 규모의 경제가 배경이었다. 다른 말로 하면 비용저감을 위한 것이었다. 당시만해도 연간 400만대 정도를 생산해야 수익성을 맞출 수 있다는 논리가 등장했다. 그때는 인수합병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998년 다임러벤츠와 크라이슬러의 합병이었다.
많은 미디어들은 ‘세기의 합병’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때 기자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결과는 2007년 결별이었다. 핵심은 전혀 다른 문화의 화학적 결합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별 이후 두 회사의 엔지니어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양측 모두 혀를 내둘렀다.
또 다른 예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다. 본격적인 합병은 아니었지만 르노가 부도 직전의 닛산 지분 43%를 인수하며 실질적인 경영권을 장악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크게 다르지 않았다. 두 회사의 CEO를 겸임한 소위 ‘코스트 커터’ 카를로스 곤은 특히 닛산의 기업 체질을 바꾸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그러나 최근 양측의 지분을 각각 15%로 낮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마찬가지로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할 수 없다. 플랫폼 통합도 동맹 관계를 맺은지 20년이 다되어서야 일부 이루어졌다.
같은 시기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도 합병했다. 외환위기로 인해 혼란의 상황에서 정부의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현대차는 기아를 인수합병했다. 현대측은 마뜩치 않아했다. 그러나 당시 기자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기회라고 주장했었다.
두 회사는 분명 합병된 상태였지만 내부적으로는 화학적 결합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초창기 현대차는 점령군 행세를 했다. 그래서 라인업 구성도 쉽지 않았다. 초기에는 현대차는 세단만, 기아는 SUV 위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에 대해서도 당시 추세였던 세분화, 즉 다양한 라인업 구축이 중요해지는 상황이어서 옳지 않은 판단이라고 비판했었다.
특히 2001년 중국이 WTO 에 가입하면서 시장을 개방했고 그로 인한 변화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현대기아의 합병은 세계화의 한 복판에서 중국시장에서까지 성과를 내며 글로벌 자동차회사들과 본격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이르렀다.
더 크게는 다임러크라이슬러도 르노닛산도, 현대차그룹도 중국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배경으로 20세기 말 비용절감을 위한 규모의 경제 달성이 힘을 발할 수 있었다. 2세기 말 400만대 시대를 주장했으나 토요타와 폭스바겐, GM은 1,000만대 시대를 선언했다.
그러던 것이 2009년 GM의 파산보호신청과 함께 또 한 번 격랑에 휩싸였다. 거기에 토요타자동차도 사상 최대의 리콜 사태를 맞으면서 절체절명의 사태를 맞았다. 이는 세계화와 중국시장의 개방으로 인한 것이었다.
그 반대급부로 부품생산의 세계화가 품질 문제를 야기했고 여기 저기에서 리콜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그것을 감당하지 못해 터진 것이 토요타의 리콜 사태고 2015년 폭스바겐의 디젤 스캔들이었다.
그러면서 전기차가 급부상했다. 그때까지만해도 외부업체였던 배터리회사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여기에 그 전기차를 무기로 내 세운 테슬라가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기술 등의 변화를 통해 일거에 모든 레거시 자동차업체들보다 높은 평가를 받으며 시장을 주도하게 됐다. 그러나 거대 기술기업들도 자동차라는 플랫폼을 배경으로 한 수익성 창출 가능성에 눈을 떴다.
이런 혼란의 시기에 피아트와 크라이슬러, PSA가 합병한 스텔란티스 그룹이 탄생했다. 스텔란티스를 그 구성상 수익성이 불리한 업체다. 소형차 위주의 피아트와 PSA 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GM도 피아트와의 합병을 타진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20세기 자동차 왕국이었던 미국 빅3의 부진은 전체적이 산업 생태계의 힘을 잃게 했다. GM은 1,000만대 그룹까지 치솟았다가 500만대 수준까지 하락했다. 자동차대중화를 이끌었던 포드는 400만대 수준까지 후퇴했다.
외부의 파괴적 경쟁자들, 레거시업체들의 선택을 강요
가장 큰 변화는 외부의 파괴적 경쟁자가 부상했다는 것이다. 자동차산업에는 전기차와 자율주행, 배터리, 반도체,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 등 다양한 새로운 이슈가 등장했다.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달라진 것이다. 그래서 등장한 용어가 100년만의 대전환이다. 그것을 이끈 것은 테슬라다. 기존 업체들도 이미 체계적으로 준비해왔지만 테슬라는 그것을 일거에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로 만들었다. 소셜 미디어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테슬라는 최근 철회했지만 2,000만대를 네 세우고 배터리 회사 CATL은 한국 배터리 3사와 일본 파나소닉을 크게 따돌리며 시장을 장악했다. 애플도 자동차산업 진출을 타진했다. 소니는 혼다의 플랫폼을 활용해 그들만의 장점을, 시스템화해 판매하고자 하고 있다.
당연히 자동차라는 상품 자체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다. 물리적인 기계장치를 중심으로 한 주행성, 즉, ‘달리고 돌고 멈춘다’는 것에서 ‘생각하고 이동한다’로 바뀌고 있다. 그를 위한 센서와 반도체, 소프트웨어 산업이 중심이 되고 있다.
배터리를 포함해 센서와 반도체, 소프트웨어가 중심인데 이들 모두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 것들이다. 자동차회사들은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배터리 내제화는 물론이고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도 자체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그런데 폭스바겐과. GM은 소프트웨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조직까지 만들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진전이 없다. 현대차그룹도 생태계가 있는 미국 실리콘 벨리에 소프트웨어 연구센터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마저도 단 시일 내에 성과를 낼 수 없다는 판단 아래 2026년부터는 자동차 운영체제를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로 바꾸기로 했다.
나중에 자체 개발 OS 로 다시 바꿀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그것보다는 운영체제를 통해 해야 하는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와 자율주행에 더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리나 차량 공유 서비스와 마이크로 모빌리티, 자율주행 셔틀 등 자동차 판매 후 수익성 창출이 더 시급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현대차그룹과 GM의 이해 관계 정확히 찾아야
여기에서 GM와 현대자동차는 서로의 인프라를 활용해 더 적은 투자로 더 빨리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고자 하는 파트너십을 결정했다. 크게는 전기차, 소프트웨어 등 차세대 자동차를 공동 개발하기 위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GM은 혼다와의 차세대 전기차 공동 개발을 취소하고 현대차와 파트너십을 맺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아직은 양해각서 단계이기 때문에 상황은 지켜 봐야 한다.
두 회사는 지금까지 다른 완성차회사와 제휴한 적이 없었다. 최종 결정된다면 GM과 현대차그룹 모두 다른 완성차업체와 제휴관계를 맺는 첫 번째 예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2023년 기준 현대차그룹 730만대, GM 618만대를 합하면 1,300만대가 넘는다. 토요타의 1,143만대보다 더 많다.
우선은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GM은 한국 배터리3사애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의 힘을 빌리는 것이 필요하다. 배터리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전기차 기술력에서도 현대차그룹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의 입장에서는 2023년 GM의 인도 공장 인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생산시설 활용을 꾀할 수 있다. 미국의 비즈니스 환경이 녹록치 않지만 앨라배마와 조지아주 등 상대적으로 비용이 낮은 지역의 확대에 이어 기존 GM 의 설비 유용도 노릴 수 있다. 무엇보다 소프트웨어 부문에서의 GM이 상대적으로 빠른 진전을 보이고 있다.
당연히 원자재 공급망의 구축도 포함된다. 툭히 중국 등 전기차 시장에서 한미 동맹의 공급망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북미시장에서는 전기차시장에서 타도 테슬라가 필요하다. 현대차그룹의 미국시장 전기차 점유율이 10%라고 하지만 모든 자동차회사를 합해도 테슬라와 비슷한 정도다.
GM의 CEO 메리바라는 이번 파트너십 목표를 자본 지출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배터리 공급량의 50% 이상을 공급해 전기차 가격을 결정하며, 소재 및 기타 제품의 공급 네트워크에서 독과점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동원해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전기차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중국의 힘만 확인한 꼴이다.
GM은 현대차와 파트너십을 맺기로 하면서 혼다와의 관계를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혼다는 전기차 개발을 위해 닛산, 미쓰비시와 제휴하고 있다.
중국 시장 르네상스도 중요한 과제다. GM은 폭스바겐만큼이나 중국 의존도가 높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1/3 수준으로 하락했다. 현대차그룹도 2014년 174만대에서 2023년 25만대까지 떨어졌다. 올 해 2분기도 판매가 40% 감소했다. 현대차그룹은 더 빨리 중국시장의 부진을 경험했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이다.
다시 말해 두 회사가 전기차 개발 비용 절감을 추구한다는 것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중국에서의 부활을 노린 것이다. 중국 자동차회사들은 전기차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도 앞서고 있다. 독일 업체들이 최근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양사는 내연기관, 전기 및 수소 동력 차량에 대해 협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공동 작업이 어디서 이루어질 것인지, 어떤 경영진이 그 노력을 감독할 것인지, 얼마나 빨리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 사항은 앞으로 논의를 해야 한다.
최근 들어 다양한 방식으로의 업체간의 제휴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스타트업과 레거시 업체들의 체질이 다른 때문이기도 하고 지역적 특성 차이 때문이기도 하다. 포드는 리비안과의 제휴를 철회한 상태이고 폭스바겐과 포드의 제휴도 당초 의도로대 굴러가지 않고 있다. 혼다도 GM기술을 차용한 두 대의 전기. SUV를 아큐라 브랜드로 출시했지만 더 이상의 진전은 없다.
메리바라는 GM과 현대는 상호 보완적인 강점과 재능 있는 팀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선은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현대차와 GM은 주요 시장과 자동차 부문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평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용 효율성을 높이고 더 강력한 고객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도와 목표는 분명하다. 그러나 두 회사의 문화차이는 적지 않은 걸림돌이다. 파산했던. GM이지만 그 구성원들은 자동차왕국 미국이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그들이 한국의 현대차그룹 구성원들과 화학적인 결합을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부분은 경영진에서 밀어 붙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당장에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20세기 말 21세기 초의 인수합병 시대와는 또 다른 환경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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