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i Vision Dee 콘셉트의 디자인

BMW가 2023 소비자가전전시회에서 공개한 콘셉트 카 i Vision Dee 콘셉트는 BMW 디자인의 디지털 버전 같은 인상으로 급진적인 디자인을 보여준다. BMW 뿐만이 아니라 이번 CES 2023에 등장한 자동차들은 그 디자인이나 기술적인 면 모두에서 하나같이 급진적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 중의 하나가 BMW의 콘셉트 카 i Vision Dee 콘셉트 이다.
정말로 이제 콘셉트 카를 모터쇼가 아닌 가전제품 전시회에서 만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게 뭘 의미하는 걸까? 사실상 디지털화와 전기동력화로 자동차는 그 의미나 실체에서 전자제품이 돼 버린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BMW의 i Vision Dee 콘셉트 카의 이름의 Dee는 Digital Emotional Experience의 머리글자로 디지털 감성 경험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리고 2025년에 출시될 BMW의 뉴 클래스의 모습이라고 밝히고 있기도 하다.

i Vision Dee 콘셉트가 기존의 BMW 자동차와 그 디자인 감각이 달라 보이는 건 아무래도 형태를 다루는 방법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i Vision Dee 콘셉트의 차체 형태를 이루고 있는 표면은 곡률의 변화가 많지 않고 대체로 수학적 느낌의 곡면이다. 여기에서 수학적이라는 말은 기하학적 특성(geometric)을 의미한다.
이를 테면 유기체적인 곡면은 자유 곡면이고 유연한 특징을 가지면서 감성적인 특성을 강조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기하학적 조형은 상대적으로 기계적이고 변화가 적은 특징을 보여준다.

게다가 전반적으로 마치 종이를 접어 만든 듯한 밋밋한 조형을 보여준다. 이런 조형을 쓴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차체 표면이 모두 OLED(유기 다이오드) 패널로 만들어진 때문일 것이다. 그대신 차체 외판은 색상과 패턴이 무궁무진하게 바뀐다. 정말 이런 차가 나온다면 차를 살 때 차체 색을 선택하는 과정이 필요 없어질지 모른다.
그런데 만약 그렇다면 차체 색깔을 바꾸기 위해서는 차 값 이외에 차체 색 변환 프로그램을 별도의 비용을 주고 사야 하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사실상 디지털화와 전기동력화로 이제 자동차는 그 의미나 실체에서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전자제품이 돼 버렸다.

이미 BMW는 멀쩡하게 차에 달려 있는 열선 시트를 작동시키려면 그 작동 소프트웨어 값을 추가로 내야 하는 서비스(?)를 실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니 어느 업체보다도 앞서서 차체 색 변환 프로그램에 추가 비용을 받는 서비스를 실시하지 않을까? 콘셉트 카 i Vision Dee는 그런 예측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물론 지금의 보통 차들도 처음 차를 살 때 차체 색 중의 일부는 이른바 특수 컬러라는 이유로 몇 십만 원에서 몇 백만원까지 추가로 지불해야 하니, 그게 디지털 화 된다는 예측이 가능할 걸로 보인다.

콘셉트 카 i Vision Dee의 실내 역시 디지털 감각으로 충만하다. 우선 눈에 띄는 건 장방형 이미지의 스티어링 휠이다. 마치 아래 위를 D 컷 한 것 같은 형태인데, 더욱 특징적인 건 4개의 스포크를 가진 걸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수직 방향으로 두 개의 스포크가 아래 위로 만들어져 있고, 수평 방향은 스포크가 아니라 버튼 패널이 있고 둥근 스티어링의 링에 손을 얹을 수 있는 그립(grip)부가 만들어진 것이다.

수직 스티어링 휠 스포크는 마치 1940년대 클래식 카의 스티어링 휠을 연상시킨다. 1940년대 이후의 차량들에서는 속도계의 가시성을 위해 수직 스포크는 사라졌지만, 콘셉트 카 i Vision Dee는 앞 유리 전체가 디스플레이 패널이고 거기에 다양한 운전 정보를 표시해주는 콘셉트이므로, 실질적으로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매우 심플하게 디자인 돼 있다.

콘셉트 카 i Vision Dee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이른바 샤이 테크(shy tech)라고 불리는 개념에 의해 필요한 인터페이스만을 자동으로 표시해주는 기능으로 디자인 돼 있어서 직물처럼 보이는 OLED 표면에 아무 것도 없는 듯한 모습이다. 센터 페시아에 손을 가져가면 필요한 디지털 인터페이스가 나타나는 방식인 걸로 보인다.

이런 부분은 디지털 기술의 혜택이 틀림 없지만,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전원이 끊어지거나 사고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 조작하고자 하는 버튼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 올 때는 난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빈발하는 전기 동력 차량의 화재 사건 등을 보면 디지털 인터페이스가 주는 두려움이 농담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콘셉트 카 i Vision Dee의 앞 모습은 키드니 그릴의 모티브를 디지털 감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이다. 좌우로 길게 늘린 키드니 그릴 안에 두개의 원형의 헤드램프 대신 사선 막대 형태의 LED 램프가 두 줄 자리잡고 있는 초 미래적 감각의 디자인이다. BMW 특유의 ‘쌍라이트’를 디지털 감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그리고 그릴 부분 역시 디스플레이 패널로 블랙 대신 차체 색으로 메워 지기도 하고 마치 이모티콘처럼 다양한 형태를 통해 보행자와 의사소통을 하는 디자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게다가 후드 끝 모서리와 그릴 패널이 만나는 부분은 마치 두께가 없는 듯한 초 슬림 디테일로 디지털과 가상성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런 감각의 디자인 처리는 테일 램프에서도 동일하다.

휠에도 역시 디스플레이 패널이 쓰여서 패턴과 색상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미지를 볼 수 있다. 만약 이것도 정말로 양산이 된다면, 휠 컬러 변환용 휠 디스플레이 프로그램 패널 옵션을 선택해서 비용을 따로 치러야 할 것이고, 색을 몇 종류나 바꿀 수 있는지의 소프트웨어 비용도 따로 내야 할 수도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수익성 좋은 아이디어일지 모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도 같이 좋아지는 건지는 모르겠다.
요즈음은 전통적인 기술이 크게 바뀌고 있는 기술전환기가 틀림 없다. 경제학자 토머스 피케티(Thomas Piketty)의 새로운 세기(世紀)의 특징이 명확히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은 달력 상의 날짜가 바뀐 뒤로부터 10~20년이 지난 이후부터라는 견해와 같이,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바뀌어 21세기가 시작되고 23년째가 되는 오늘날은 디지털 기술에 의한 혁신과 변화가 여러 분야에서 목도되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처럼 달력 상의 날짜 변경과 실질적 기술 변화가 시차를 가지고 나타나는 현상이 100년 전에도 똑같이 나타났었다. 1903년에 포드자동차를 설립한 헨리 포드(Henry Ford)는 1915년에서 1921년에 걸쳐 부품 규격화를 통한 제조의 효율화로, 일관체제(一貫體制)에 의한 대량생산방식의 창안으로 차량 제조를 수공업, 또는 수공예에서 산업으로 전환시켰다. 그 이후, 포드의 대량생산방식(Fordism)은 다른 산업분야로 파급되어 물건을 만드는 방법의 급격한 변화로 20세기를 대표하는 기술 혁신을 가져온다.

2023년 오늘 우리가 조우하고 있는 이런 변화는 시간이 더 지나면서 또 다른 변화된 모습으로 자리잡게 될 걸로 보인다. 그렇게 변화될 미래의 모습이 무엇일지 아직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변화에 적응해 새로운 상태로의 변화가 앞으로의 문명의 방향이라고 한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 2040년쯤 되면, 분명 지금의 우리들이 보는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른 차들이 나올 것이다. BMW의 콘셉트 카 i Vision Dee는 그 중의 하나가 저런 방향일지 모른다는 암시를 하는 것 같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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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명
- BMW
- 모기업
- BMW AG
- 창립일
- 1915년
- 슬로건
- Sheer Driving Pl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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