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형 승용차와 스마트의 디자인
우리나라에도 경승용차가 있고, 일본이나 유럽에도 경승용차가 있지만, 각 국가나 지역 별로 경승용차의 규격은 서로 조금씩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경승용차의 기준은 일찍이 1980년대부터 논의되었지만, 그 당시에 별개의 메이커였던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각각 경승용차의 엔진 배기량 기준을 1,000cc 로 설정하자는 주장을 펼쳤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660cc에 불과한 일본 경승용차의 엔진은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의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 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러한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그 당시 대우조선에서는 일본 스즈키의 3세대 알토(ALTO) 승용차를 바탕으로 배기량을 800cc로 늘린 티코(TICO)를 개발했고, 정부가 이를 승인해 주면서 800cc로 굳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후 차량 상품성 향상과 연비 향상 등을 이유로 배기량 상향 조정에 대한 요구가 이어진 끝에, 2008년 1월1일부터 배기량은 1,000cc로, 전장과 전폭은 각각 100mm씩 늘린 규격으로 변경됩니다. 벌써 16년 전이네요.
변경된 크기로 본다면 우리나라의 경승용차는 배기량은 유럽의 기준과 같지만, 차체 크기로는 가장 큽니다. 물론 유럽은 차체 길이를 3,700mm까지 허용하고는 있지만, 차체 폭과 높이를 고려한 전체의 크기는 우리나라의 경승용차 차체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뒷좌석의 중요성이 높다 보니, 경승용차들도 모두 5인승에 5도어 차체이고, 기준 상의 크기를 꽉 채운 규격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유럽에서 판매되는 경승용차 중에는 스마트 포 투(Fortwo)와 같이 정말로 작은 2인승 모델이 있어서, 보통의 준중형 세단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는 콤팩트 한 크기의 차량도 존재합니다.
유럽의 경승용차 브랜드 스마트(Smart)는 현재는 중국 업체에 합병돼 있지만, 스마트 승용차의 본래 디자인 콘셉트는 1980년대부터 스위스의 패션 시계 메이커 스와치(Swatch)와 공동 연구로 만들어진 차량이었습니다. 그래서 스마트의 전체적 디자인 이미지는 스와치 시계처럼 패셔너블 합니다.
스마트 브랜드의 심벌 마크는 콤팩트(compact)의 이니셜 알파벳 C와 앞서가는 생각을 의미하는 오른쪽을 가리키는 삼각형 화살표의 조합으로 디자인된 것이라고 합니다.
스마트는 본래 2인승 모델 한 차종만 ‘스마트 시티 쿠페(Smart City-Coupé)’라는 이름으로 1998년에 나왔지만, 2004년에는 4인승 5도어 모델이 추가되면서 포 투(For two)와 포 포(For four)로 구분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등장한 포 포 모델은 5도어에 엔진은 1,100cc부터 1,500cc까지의 조금 큰 엔진에 FF방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현재 스마트 모델은 10년 전인 2014년에 나온 3세대인데요, 엔진은 898cc와 999 cc의 두 종류이고, 포포 모델은 길이 3,490mm, 휠 베이스 2,494mm, 폭 1,660mm, 높이 1,550mm로 사실상 우리나라 경승용차와 비슷하면서도 약간 작은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2인승의 포 투의 차체 크기는 폭과 높이는 1,660mm 1,550m로 포 포와 같으면서도, 길이는 2,690mm, 휠 베이스는 1,873mm로 매우 짧습니다.
포 투 모델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바로 RR방식의 레이아웃, 즉 Rear Engine, Rear Wheel Drive (엔진을 차체 뒤에 탑재하고 뒷바퀴를 구동시키는)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이런 레이아웃은 고성능 스포츠 쿠페들이 택하는 것이지만, 초소형 스마트 역시 공간 효율을 위해 그런 구조를 채택했습니다. 게다가 엔진이 뒤 트렁크 바닥에 탑재돼 있다는 건 사실 좀 놀라운데요, 실제로 차를 살펴봐도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스마트의 차체 디자인에서 특징적인 것은 A-필러에서 C-필러까지, 그리고 뒤 펜더를 거쳐서 차체 아래쪽 로커패널에 이르기까지 하나로 연결된 구조물이 있고, 여기에 도어 패널과 후드, 펜더 등의 부품들이 조립된 디자인입니다.
이러한 차체 구조는 마치 인체의 두개골과 같은 개념, 혹은 갑각류의 외골격과 같은 개념으로 내부의 승객을 보호하는 바디 쉘(body shell)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건 한편으로 스와치 손목시계의 간결하면서도 견고하고, 경제적으로 만들 수 있는 구조와도 상통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시계의 외부 케이스가 시계 내부의 무브먼트(movement)가 조립되는 프레임(frame)과 일체로 성형돼 있고, 이 플라스틱 케이스 즉 외골격에 시계의 여러 가동 부품들이 조립된 구조와 같은 개념입니다.
아무튼 그런 구조 덕분에(?) 스마트는 바디 쉘을 그대로 두고 도어 패널과 후드, 펜더 등의 부품을 취향에 따라 교체할 수도 있는 구조라고 합니다. 차체 패널을 마치 시계 줄을 갈아 끼우듯 패션 소품처럼 활용할 수 있는 셈입니다.
이처럼 스마트는 자동차에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구조를 가지고 여기에 패션 요소를 더해서 감각적 특징을 보여주는 초소형 승용차 였습니다. 3세대가 나온 지 10년이 됐는데요, 또 다른 패션 감각과 혁신을 더해서 전기 동력 모델의 4세대 스마트가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미니멀 이라는 감성은 유지하면서 터치 패널이나 전기 도어핸들 같은 지나친 디지털 장비는 빼고 말입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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