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3040세대 노리는 5세대 프리우스 "눈에 띄게 강해지고 젊어졌다"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도요타가 경쟁사와 다른 점은 뚜렷한 신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는 길이 옳다고 판단하면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묵묵히 밀고 나간다. 도요타라서 가능한 일, 전기차 대세론에 굴하지 않고 하이브리드를 고집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카 효율성이 아직은 전기차보다 높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래서 때가 올 때까지 하이브리드 생산을 이어가겠다는 점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분명히 했다. 완전 전동화 전환 시기가 올 때까지 하이브리드로 공백을 메꾸고 속도를 조절한다는 것이 도요타 전략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도요타는 지난 10월 열린 '2023 저팬 모빌리티 쇼'에 전기 콘셉트 FT-3e와 FT-Se 2를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서두르지 않을 뿐, 도요타도 차분하게 전동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경쟁사들이 전기차 라인업을 늘려 나가는 사이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카 효율성을 높이는 일에 주력했다. 동시에 약점으로 지적을 받아왔던 주행 성능을 꾸준히 개선했다. 도요타 2세대 TNGA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5세대 신형 프리우스가 그걸 말해준다.
한눈에 반하는 디자인 "젊어졌다"
초기 프리우스 외관 디자인은 어디서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다. 도무지 특별할 것을 찾아볼 수 없는 평범한 외관 때문에 북미, 유럽 그리고 일본의 택시나 은퇴자들이 저렴한 유지비의 장점을 누리면서 모나지 않게 타는 그런 차로 인식이 됐다.
지난해 11월 정식으로 공개된 5세대 프리우스는 다르다. 도요타가 '한눈에 반하는 디자인'을 컨셉으로 개발한 신형 프리우스는 낮은 전고와 스포티한 실루엣으로 외관을 꾸몄다. 전면에서 루프를 타고 완만한 경사로 후면까지 이어지는 라인과 차량 후방으로 이동한 루프 피크로 실루엣을 완성했다. 루프 피크를 뒤로 뺀 건 공력 성능에 얽매이지 않고 스포티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후드와 측면 캐릭터 라인을 과감하게 없애 차체 표면을 단순하면서도 시원스럽게 디자인한 것도 새롭다. 전면부는 슬림한 조명, 후면은 좌우를 수평으로 연결한 테일램프로 간결하면서도 고급스러운 감성을 강조했다.
자세히 보면 타이어 사이즈가 독특하다. 19인치 타이어 단면의 폭이 195, 편평비는 50R로 표시됐다. 19인치 타이어 단면 대부분은 235~245mm 범위에 있다. 이런 부조화에 대해 도요타는 연료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폭이 좁은 타이어를 특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내는 이전 세대의 낡은 것들을 과감하게 배제하고 트랜드에 충실했다. 운전대 너머 탑 마운트 계기반 그리고 12.3인치 터치스크린으로 첨단 분위기를 살렸다. 엠비언트 라이트, 센터 콘솔에 위치한 기어 레버, 그 주변에 드라이브 모드와 EV, HEV 등 전환 버튼이 자리를 잡았다.
12.3인치 터치스크린에는 LG유플러스 U+Drive를 기반으로 하는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도요타 커넥트, 안드로이드 오토 및 애플 카플레이(무선) 연결이 가능하다. 화면의 구성이 간결하고 터치에 반응하는 속도도 만족스럽다. 공조 기능은 스크린 바로 아래 버튼으로 작동한다.
스티어링 휠 구경을 줄여 계기반 시야를 확보하고 A 필러와 윈드 실드가 맞닿은 부분을 투톤으로 처리해 빛 반사를 막고 대형 쿼터 글라스로 사각지대를 줄인 것도 세심한 배려로 보인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디지털 룸미러가 제공된다.
아쉬운 것들도 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가 없고 2세대 TNGA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했는데도 2열 공간은 여전히 비좁았다. 바닥이 꽤 낮아진 탓에 1열 시트 아래로 발이 들어가지 않아 장시간 탑승이 불편했다. 트렁크 바닥을 들춰내면 드러나는 흰색 스티로폼도 차량 가격에 어울리지 않는 소재로 보였다.
마음을 사로잡는 주행 '배기량 높였다."
시승은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번갈아 가며 각각 편도 약 50km 남짓한 거리를 달리는 코스에서 진행됐다. 두 차량 모두 1.8ℓ 가솔린 엔진을 2.0ℓ로 업그레이드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 총출력은 144kW(196PS), 가속력은(0~100km/h) 7.5초, 연비는 20.9㎞/ℓ 성능을 발휘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 총출력은 164kW(223PS), 가속력은(0~100km/h) 6.7초, 연비는 19.4km/ℓ, 전기 모드로 64km 주행이 가능하다.
전기모드로 꽤 긴 거리를 달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일반적인 순수 전기차와 주행 질감이 다르지 않다. 모터의 회전 소리가 낮게 들리고 감속할 때 나타나는 회생 제동의 질감도 비슷하다. 주목할 것은 주행 거리다. 하루 출퇴근 거리(40km)는 전기차로 사용할 수 있는 셈이 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순수 전기 모드, 하이브리드 모드, 엔진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모드 선택이 가능하다. 각각의 모드 주행 질감에 뚜렷한 차이가 나고 그때마다 스포츠 모드의 변별력이 뚜렷해지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도요타가 신형 프리우스에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은 주행 성능이다. 배기량을 높이고 가속력을 끌어 올린 이유이기도 하다. 우선 엔진음이 인상적이다. 발진과 가속에서 모터의 개입이 따르는 차종의 특성에도 전기 모드가 아닌 때 엔진음이 박력 있게 고르게 상승한다. 빠른 페달 반응과 함께 기분 좋은 가속감을 느끼게 한다.
프런트의 횡 굽힘 변형을 최소화하기 위해 바디 강성을 높인 효과도 분명했다. 와인딩 구간에서 거칠게 몰아붙여도 차체 균형이 무너지는 일도 없다. 과속방지턱, 고르지 못한 노면 그리고 코너에서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더블 위시본 세팅이 잘 돼 있다는 것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브레이크 성능을 대폭 개선했다는 설명에도 제동은 거친 특성을 보여줬다. 저 중속 영역의 엔진음이 고속에서는 고르지 않게 신경질적으로 변했다.
역시 가장 마음에 든 건 연비였다. 엔진 배기량 업그레이드로 이전 세대와 수치 변화가 있기는 해도 하이브리드 모델 연비는 23km/ℓ,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21km/ℓ를 찍었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은 코스를 놓치면서 시간에 맞추기 위해 꽤 빠르게 달렸는데도 인증 연비를 넘겼다. 이날 시승에서는 30km/ℓ를 찍은 운전자도 있었다.
[총평] 신형 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 3990만원(LE),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4630만원(SE)부터 시작한다. 상위 트림으로 가면 각각 4370만원(하이브리드 XLE), 4990만원(플러그인 하이브리드 XSE)이다. 성능이 고만고만하고 사양에서 조금 우세한 동급 국산 경쟁차보다 조금 비싸다. 그럼에도 사전 계약 대수 700대를 기록했다.
전기차가 정체기에 들어섰다는 분석과 함께 요즘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아진 효과로 볼 수 있다. 특히 수입차 시장은 순수 내연기관 점유율을 위협할 정도로 하이브리드 모델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도요타는 이런 추세에 맞춰 프리우스가 택시나 노인 세대가 아닌 30~40대를 주요 타깃으로 공략하고 있다. 외관과 실내 디자인과 구성 무엇보다 주행 감성으로 보면 의외로 좋은 반응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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