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아이오닉 5 N "고성능 내연기관차, 뺨을 때려 버리는 운전의 재미"
[오토헤럴드=김흥식 기자/태안] '런치 컨트롤' 왼발과 오른발로 브레이크와 악셀을 100% 압박했다. "자 이제 악셀을 빠르게 밟으세요". 액셀레이터에서 발을 떼는 순간 상체가 뒤로 젖혀지며 2톤이 넘는 육중한 차체가 총알처럼 튕겨 나간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에 걸리는 시간은 단 3.4초. 이보다 더 기가 막힌 건 소리다. 고성능 슈퍼카 배기음이 가속과 감속, 변속 시점에 맞춰 미친 듯이 울린다. 액셀레이터를 풀어 줄 때마다 터지는 "따다~닥" 강렬한 팝콘 소리까지.
태안에 있는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에서 괴물을 만났다. 부스트로 순간 최고 출력을 650마력으로 끌어 올릴 수 있는 고성능 전기차 현대차 아이오닉 5 N이다. 장담하는데, 어떤 고성능 내연기관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운전의 재미를 3시간 이상 쉴 틈 없이 느꼈다.
현대차 N 브랜드 매니지먼트 실장 박준우 상무는 "2015년 N 브랜드를 론칭하고 독일 뉘르부르크링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가혹한 모터스포츠 참가를 통해 축적한 고성능 기술이 아이오닉 5 N에 녹아 있다"라며 "여기에 가상의 소리 등 전기차만이 가질 수 있는 N 특화 사양을 접목했다"라고 말했다.
아이오닉 5 N을 직접 시승하지 전만 해도 박 상무의 말은 곧대로 듣지 않았다. 3m가 넘는 휠 베이스, 배터리 한계가 분명한 전기차로 고속 시험로와 서킷을 질주하고 복잡하고 길게 잡은 짐카나와 코너 브레이킹 코스, 그리고 드리프트 등 3시간 넘게 짜여진 코스를 견뎌낼 수 있을까?
괜한 걱정이었다. 아이오닉 5 N은 기본 609마력, N 그린 부스트를 쓰면 순간 최고 출력이 650마력까지 상승한다. 최대 토크도 740Nm에서 770Nm까지 발휘한다. 최고 260km의 속도를 낼 수 있다. 포르쉐 타이칸 최고 출력은 590마력, 최대토크는 850Nm, 최고 속도는 260km다.
아이오닉 5 N은 제원이 갖는 의미보다 실제 주행에서 나타나는 위력은 상상 그 이상으로 서킷을 달릴 때 분명해진다. 코너를 돌 때, 직선로를 빠르게 공략할 때 매 순간 지면을 완벽하게 움켜쥔다. 코너에 진입하고 빠져나올 때 균형 역시 빠르고 분명하게 잡힌다.
가능한 최대 속력을 내며 코너를 공략해도 불안하지 않았던 건, 브레이크에 대한 믿음이다. 전륜 4-피스톤 대구경 브레이크는 최대 0.6G 감속이 가능, 어떤 순간에도 안정적인 제동이 가능하게 해준다. 웬만한 속도에서는 N 페달 회생제동 강도를 적절하게 사용, 브레이크를 쓰지 않아도 안정적인 선회가 가능했다.
고성능 특화 사양도 운전을 재미있게 하는 데 큰 몫을 한다. 전륜 후륜 토크 배분을 운전자가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고 배터리 매니지먼트를 최적화해 내연기관과 다르지 않게 고성능을 길게 즐길 수 있다. 짐카나, 가속력, 드리프트, 서킷과 최고 시속 260km의 고속 시험로로 이어지는 3시간 이상 험한 운전을 했는데도 배터리는 단 한 순간도 심술을 부리지 않았다.
대부분 전기차는 배터리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고속 주행이 길게 이어지면 출력을 제한한다. 아이오닉 5 N은 N 레이스 모드에서 최고 속도와 출력을 제한하지 않는 스프린트 그리고 주행 거리 연장을 원하면 앤듀런스 모드 선택이 가능하다.
N 배터리 프리컨디셔닝으로 주행 상황에 맞춰 배터리 온도를 최적의 상태로 설정할 수도 있다. 이런 배터리 관리로 아이오닉 5 N은 전문 레이서가 한계점으로 몰아붙이며 뉘르부르크링 2랩을 완주한 유일한 고성능 전기차 기록이 있다.
거짓말 같은 최고 속도는 고속 시험로에서 보여줬다. 택시 드라이브로 300km 이상의 속력을 낼 수 있는 시험로 최상단으로 치고 올라가 클러스터의 260km 속도 표시를 길게 이어갔다. 인스트럭터는 "많은 전기차를 타 봤는데 260km는 처음이다. 이게 말이 되냐. 더 빠른 속도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드리프트도 간헐적이지만 실현을 했다. 아이오닉 5 N에서 드리프트 모드 설정을 하면 후륜에 우선적으로 구동력을 배분해 앞쪽을 밀고 나가게 해 준다. 좌우 패들 시프트를 동시에 올렸다 떼면 시동이 꺼지고 바로 재시동이 되는 순간 재현으로 드리프트를 돕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소리다. 현대차는 운전의 재미를 위해 아이오닉 5 N에서 고성능 내연기관 배기음을 완벽하게 재현해 냈다. N 내연기관, 가상의 레이싱 그리고 제트기 소리로 구성한 N 액티브 사운드는 전기차만이 누릴 수 있는 사치이지만 누구나 구현하지는 못한다.
특히 이그니션 모드는 고성능 내연기관에서도 쉽게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들려준다. 모터를 제어하는 순간순간에 맞춰 적절한 소리가 들린다. 박준우 상무는 "사운드 매니지먼트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라며 "전기차에 없는 변속, 엔진 회전수, 가속과 감속 같은 미세한 순간을 내연기관에 꼭 맞춰 구현했다"라고 말했다.
아이오닉 5 N에는 이밖에 셀 수 없는 고성능 특화 사양 기능이 가득하다. 재미있는 일상의 운전 그리고 짜릿한 서킷 주행을 돕는 사양들이다. 백 번의 말보다 한 번의 체험으로 더 실감할 수 있는 것들이다. 전기차는 재미로 탈 수 있는 차가 아니라고 봤던 선입견이 깨져 버린 날이었다. 아이오닉 5 N 가격은 세후 7600만 원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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