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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5세대 신형 싼타페, 가솔린 장점 극대화 'SUV=디젤' 확증편향을 깨다

오토헤럴드 조회 수14,237 등록일 202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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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헤럴드=김흥식 기자] 상대를 추켜세우는 칭찬 가운데 "실물이 훨씬 낫다"는 얘기가 있다. 현대차 5세대 '디 올 뉴 싼타페'는 신차가 공식적으로 등장하기 전 위장막을 씌운 스파이샷, 예상도가 난무할 때까지만 해도 이전 세대와 전혀 다른 괴이한 외관 때문에 극과 극의 평가를 받았다.

랜드로버나 지프 오프로더와 "매우 닮았다"라는 혹평도 나왔다. 박시한 외관에 대부분 원형을 기본으로 하는 조명을 직각과 직선으로 바꾼 것이며 창문 쪽 여기저기 가니쉬를 덧댄 것도 요즘 간결해지는 다른 차와 비교가 됐다.

테일게이트를 열고 실내를 바라보면 '광활'=5세대 싼타페 실물을 보면 대부분 호평으로 바뀐다. 적당한 크기에 현대차 앰블럼을 형상화한 헤드라이트와 테일 램프, 복잡한 단면이 사용된 범퍼, 측면 창문의 구성이  각진 외관과 잘 어울린다. SUV 대부분이 볼륨을 과하게 강조하는 것이 보통인 휠 하우스, 스키드 플레이트, 클래딩 등은 의외로 차분하게 가져갔다.

신형 싼타페 외관 하이라이트는 뒤쪽에 있다. 테일게이트를 마름모꼴로 만들어 다양한 용도에 최적화했다. 현대차는 차박, 캠핑 등 아웃도어에 동행하는 차량에서 테일게이트의 쓰임새가 가장 많다는 점에 착안해 가능한 넓은 개구부와 공간을 확보하려 애를 썼다고 강조했다. 싼타페 테일게이트의 아래쪽 개구부 폭은 1196mm나 된다.

축간거리(2815mm가 이전 세대보다 25mm 늘어난 데다 앞 오버행을 줄이고 뒤 오버행을 늘리면서 트렁크 공간은 광활해졌다. 수화물 적재 용량은 725ℓ나 됐다. 3열 그리고 3열을 접은 후에도 독립적 사용이 가능한 공조 다이얼 버튼, 파워 아웃렛, 컵 홀더 USB(C-타입) 버튼  등 이런저런 편의 기능이 잘 마련돼 있다.

2열은 테일게이트 쪽에서 버튼 하나로 접고 펼 수 있다. 전고(1720mm)를 높여 실내 높이가 887mm에 달해 테일게이트를 열고 바라보면 운전석 앞쪽까지 길게 이어진 공간이 훤하게 보인다. 특히 측면 창문 가운데 C 필러 쿼터 글라스를 최대한 확장해 실내 개방감을 높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덕분에 싼타페 실내 전체 채광이 확보돼 가려진 곳 없이 매우 밝게 유지되는 것도 특징이다.

겉모습에 서로 다른 평가를 할 수 있겠지만 장담하는데 2열 이후 트렁크와 테일게이트로 이어지는 구성은 현대차 팰리세이드는 물론, 랜드로버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동급 모델 이상의 효율성과 사용 편의성을 갖추고 있다.

공유와 개방감 최대화, 그러나 답답한 디지털 룸미러=실내는 12.3인치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을 하나로 통합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 그리고 대시보드를 크게 가로지르는 에어 덕트를 중심으로 지문과 음성 인식, 빌트인캠, 디지털 키, 6.6인치 공조 디스플레이 등 디지털 감성을 강조하고 가득 담아 놓은 것이 특징이다.

평범해 보이지만 독특한 시도들이 보인다. 콘솔 박스를 1열과 2열 각각 다른 방향에서 여닫을 수 있게 했다. 뭔가 하겠지만 가끔 운전자가 박스를 열어 필요한 물건을 2열에 건네줘야 했던 불편을 없앤 기능이다. 센터 콘솔 부에는 또 스마트폰 무선 충전시스템이 2개나 있다.  동승자와 충전 때문에 다툴 필요가 없겠다.

글로브 박스 위쪽으로 작은 멀티 트레이도 마련해 놨다. 크기가 충분하지 않지만 UV-C 살균 기능이 있어 작은 소품을 깨끗하게 보관할 수 있게 했다. 디지털 룸미러도 제공한다. SUV 특성상 화물을 싣거나 탑승자가 많을 때 후방 시야를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사양이다.

하지만 기능에 대한 만족도가 크게 떨어진다. 시승 날, 비가 내린 탓에 후방 시야가 정말 답답한 상황이 많았는데 영상의 선명도가 크게 떨어졌다. 안개가 낀 듯한 화질에 후방보다 리어 글라스가 더 선명하게 보일 때도 있었다. 선루프를 열면 빛 반사가 심해져 혼란스러운 영상이 뜨기도 한다. 화면 밝기를 조절해도 캐딜락 등에 탑재한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형편이 없었다.

운전석 시트에 다양한 기능이 포함된 건 인상적이다. 허리를 자극하고 스트레칭 기능을 담은 에르고 모션 시트, 버튼 하나로 발판이 나오고 무중력 자세를 만들어 주는 릴렉션 컴포트 시트로 운전할 때나 휴식할 때 매우 유용한 쓰임새를 제공한다. 1열과 2, 3열을 위한 각각의 선루프, 최고급 보스 사운드 시스템도 선택 사양으로 제공한다.

디젤에 익숙해진 감성탓에 더 돋보인 승차감=시승 차는 디 올 뉴 싼타페 가솔린 2.5 터보를 습식 8단 DCT로 제어하는 동력계를 갖췄다. 전륜구동으로 최고 출력 281마력, 최대토크 43.0kgf·m 성능을 발휘한다. 복합 연비는 11.0km/ℓ(255/45R 20 기준)로 이급으로는 평범한 제원이다.

SUV는 디젤(경유)이라는 수식으로 다져진 탓에 특히 중형급 이상에서 가솔린을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신형 싼타페 시동이 놀라운 정도로 부드럽게 걸리고 공회전 상태의 진동 소음이 차분한 것에 놀랐다가 "아 이 차 가솔린이지" 했던 것도 디젤 SUV에 익숙해진 탓이다.

그렇다고 해도 신형 싼타페는 일정한 속도에 도달할 때까지 비슷한 체급의 가솔린 세단과 크게 다르지 않은 주행 감성을 보여준다. 공차중량(1835kg)이 이전 세대보다 100kg 이상 늘어났다는데 오히려 가속 페달과 조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가벼운 놀림을 보여준다.

일반적인 SUV와 같은 느낌으로 속도를 가늠해서도 안 된다. 웬만한 고속에 도달할 때까지 빠르고 조용하게 속도를 높여준다. 속도계를 보지 않으면 눈치를 채지 못할 정도다. 스티어링 휠 피드백도 삼삼하다. 림의 두께와 크기가 SUV 수준에 맞아 거친 조향, 빗길 고속 주행에도 빠르고 정확하게 순응한다.

차분하게 달릴 때는 거슬릴 것이 없지만 이보다 빠른 속도에서 엔진 반응이 신경질적으로 변한다. 고속에서 더 깊게 가속 페달을 압박할 때 진동과 소음이 이전의 범위와 다르게 나타난다. 드라이브 모드 변별력도 크지는 않다. 시트의 버킷이 살짝 조여지고 가속과 스티어링 휠이 조금 더 단단해지는 정도다.

승차감은 전반적으로 꽤 뛰어난 편이다. 시승중 진동과 소음과 관련한 스트레스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 노면, 풍절, 실내의 잡다한 소음까지 잘 잡고 있다. 현대차는 3세대 플랫폼으로 에너지를 분산하고 주행 중에 발생하는 이런저런 차체의 충격을 고르게 흡수해 승차감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총평] 디 올 뉴 싼타페 시승차는 2.5 터보 6인승 모델에 듀얼 와이드선루프, 빌트인캠 2.0,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시스템, 현대 스마트 센스, 파킹 어시스트 플러스 등 모든 옵션을 담았다. 같은 트림, 선택 사양도 외장 색상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기본 가격은 3546만 원(익스클루시브)부터 시작해 4373만 원(캘리그래피)이다.

싼타페 적수 기아 쏘렌토는 3506만 원(프레스티지)부터 4193만 원(그래비티)이다. 시작 가격은 비슷하지만 최고급형은 차이가 제법 난다. 가격을 따지지 않아도 기아가 쏘렌토 부분 변경을 출시하면서 중형 SUV 패권을 잡기 위한 전쟁이 시작됐다. 싼타페와 쏘렌토는 호불호가 극과 극으로 갈리기 때문에 싸움이 더 볼만하다.

판세를 보면 완전 변경으로 등장한 신형 싼타페가 조금은 더 유리한 고지에 있어 보인다. 가능하면 남들과 다르면서도 기능적 측면의 만족도가 큰 제품을 선호하는 요즘 트랜드로 보면 싼타페가 더 제격으로 보여서다. 디젤 라인을 없애고 가솔린 장점을 극대화해 SUV는 당연 디젤이라는 확증편향을 깬 것에도 의미가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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