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내연기관차를 멸종 시킨 '노르웨이' 신차 96%가 전기차
노르웨이에서 신차의 96%가 전기차로 판매되고 있다. 202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노르웨이 정부의 목표도 사실상 달성됐다는 평가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 내는 최신형 내연기관차를 좀처럼 보기 힘든 나라가 있다. 유럽의 북쪽 끝, 노르웨이는 지금 전기차가 일상이 된 대표적인 국가다. 지난해 노르웨이의 신차 판매 중 전기차가 차지한 비율은 90%를 넘어섰다.
올 들어서는 그 수치가 96%(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에 근접했다. 적어도 노르웨이에서 내연기관차는 사실상 멸종의 단계에 들어섰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유럽 내 어떤 국가도 이 정도의 전기차 보급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인구 540만 명 남짓의 작은 나라다. 하지만 전기차 보급율은 주변 국가들을 압도한다. 덴마크와 스웨덴도 각각 60% 안팎, 독일이 30%대, 프랑스가 25%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독보적이다. 유럽연합(EU) 평균 전기차 점유율은 15% 안팎에 머물러 있다.
노르웨이는 이미 ‘완전 전기차 국가’에 가까운 전환을 이룬 셈이다. 노르웨이가 신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할 수 있었던 비결은 특혜에 가까운 '돈의 혜택'이다. 우선 경제적 인센티브가 강력했다.
노르웨이 정부는 1990년대 초부터 전기차에 부가가치세(25%)와 등록세를 면제하고 유류세가 붙는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다. 재화의 가치로 따지면 유럽의 주변국가, 내연기관차 대비 수 천만원 저렴한 비용으로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게 했다. 테슬라 모델 Y를 노르웨이에서 구입하면 독일보다 약 20~30% 저렴하다.
또한 유료 도로 통행료와 공영주차장 요금을 대폭 감면하고 버스 전용차로 통행을 허용하는 등 보유 과정에서의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했다. 노르웨이 국민 입장에서 전기차는 단순히 친환경적인 선택일 뿐만 아니라 내연기관차 대비 월등한 ‘경제적 선택’이 된 것이다.
노르웨이가 전력의 98%를 수력 발전으로 생산되는 ‘청정 전력국가’라는 점도 작용을 했다. 이는 전기차를 늘리면 곧바로 탄소 배출이 줄어드는 구조적 이점이다. 화석연료 발전 비중이 높은 국가들이 전기차 전환의 탄소 절감 효과를 즉각 체감하기 어려운 것과 다르게 노르웨이는 전기차 보급이 곧바로 탄소중립 실현으로 이어지면서 비교적 빠르게 성과를 체감할 수 있었다.
충전 인프라도 완벽에 가깝다. 정부와 공기업, 민간 사업자가 일찍부터 협력해 전국 주요 고속도로와 도심, 주거 지역에 급속 충전소를 촘촘히 배치했다. 현재 노르웨이에서는 대부분의 운전자가 5km 이내 거리에서 급속 충전기를 이용할 수 있다. ‘충전 불안’을 제거한 것이 전기차 확산의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됐다.
무엇보다 노르웨이 정부의 일관적인 정책 방향이 큰 몫을 했다. 노르웨이는 2025년 이후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로드맵을 2016년에 확정했고 큰 수정없이 일관되게 밀어 붙이고 있다. 이 기간, 전기차에 제공하는 각종 세제지원이나 혜택이 오락가락 한 적도 없다.
정치적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추진됐고 국민의 80% 이상이 이에 동의하면서 노르웨이는 목표로 했던 202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를 사실상 달성했다.
노르웨이의 성공은 다른 유럽 국가들, 더 나아가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세제 혜택과 충전 인프라가 소비자 행동을 바꾸는 핵심 변수라는 점이다. 전기차 구매 의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 보조금보다, 실제 구매·운용 단계에서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이 중요하다.
둘째, 에너지 구조의 탈탄소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전기차 전환이 탄소중립으로 이어지려면 전력 생산 단계의 청정화가 필수다. 마지막으로,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다. 정부가 ‘언젠가 바뀔 수도 있는’ 정책이 아니라 사회적 신뢰 위에 세워진 장기 로드맵을 제시할 때 전환 속도는 가속된다.
노르웨이의 전기차 혁명은 정책의 방향성과 실행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일깨워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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