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실익을 선택한 폭스바겐 노동자 "우린 노조가 필요없다"
폭스바겐 미국 채터누가 공장 전경. 이 곳 노동자들이 전미자동차노조(UAW) 탈퇴 청원 운동을 시작했다.(출처:폭스바겐)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폭스바겐의 미국 채터누가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전미자동차노조(UAW·United Auto Workers) 탈퇴를 요구하는 이례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제조업 환경에서 노동자·노조·기업의 관계가 재편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할 부분이다.
2024년 노조 설립 당시 미국 남부 공장 최초의 UAW 승리로 주목을 받았던 분위기와는 정반대의 움직임이 불과 1년 반 만에 나타난 배경은 장기간 이어진 단체협상의 교착, 회사가 제시한 직접 보상안, 그리고 노조의 대표성에 대한 현장의 회의가 겹겹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조합원들은 수개월째 실질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임금 협상 과정에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폭스바겐이 4년간 20% 임금 인상과 많게는 5500달러(약 800만 원)에 이르는 보너스 등 파격적인 제안을 하면서 노조의 협상 역할을 희석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폭스바겐은 여기에 “노조 유지 여부와 무관하게 회시가 제시한 경제적 혜택은 적용된다”고 밝히면서 현장에서는 ‘드라마 없이 임금만 받고 싶다(take their raise without all the drama)’는 정서가 힘을 얻기 시작했다. 노조를 통한 집단 교섭보다 즉각적 보상을 더 선호하는 심리가 작용한 셈이다.
노조 대표성에 대한 신뢰 약화도 탈퇴 움직임을 부추긴 핵심 원인이다. 폭스바겐 측이 “노조가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느끼면 결정은 노동자의 몫”이라고 언급한 것은 회사의 전략적 포지션이면서 동시에 현장에서 이미 형성된 불만을 반영한 것이다.
노조는 온라인 탈퇴 청원 사이트가 개인정보를 요구한다며 보안 위험을 우려했지만 일부 노동자들은 이를 또 하나의 갈등 프레임으로 받아들이며 "노조가 자신들의 목소리보다 조직 전략을 우선하는 것 아니냐"는 회의를 드러냈다.
채터누가가 속한 미국 남부는 전통적으로 노조 조직률이 낮고 ‘라이트 투 워크(Right-to-Work)’ 환경이 강한 지역으로 노조 필요성에 대한 구성원 인식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도 탈퇴 시도가 현실화하기 쉬운 구조적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채터누가 공장 노동자들이 협상보다 정치적 논리를 앞세워 '투쟁'을 강조하는 노조를 외면하고 결국 탈퇴를 결정한다면 UAW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된다. UAW는 미국이 아닌 해외 브랜드의 현지 공장 노조를 결성하는 데 조직의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한국 자동차 산업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전기차 전환과 공장 자동화가 확산되는 시점에서 글로벌 제조업 현장에서는 ‘임금 인상·고용 안정·신속한 협상’ 같은 직접적 이익이 기존의 이념적 노조 구호보다 우선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완성차 업계 역시 전동화 투자 부담이 큰 상황에서 생산직의 고용 안정성을 둘러싼 노사 논의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노동자들이 체감 가능한 성과 중심의 협상 방식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국내 노사 구조상 쉽지 않은 일이지만 기업이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임금 제안을 통해 노조 영향력을 선제적으로 약화시키는 전략도 등장할 수 있다. 폭스바겐 채터누가 공장 상황은 이념만으로는 실익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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