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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의 내재화 득일까, 독일까?

글로벌오토뉴스 조회 수1,074 등록일 202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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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산업 발달 과정을 배울 때, 우리는 분업과 협업의 수준이 산업 고도화의 지표가 된다고 들었다. 즉 가내수공업, 자급자족처럼 혼자 다 처리하는 대신 전문적으로 일을 나눠서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는 재벌의 수직계열화를 경쟁력 약화의 큰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세상 참 모를 일이다.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을 이야기하는 오늘날 세계적 협업체제가 약화되는 징후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의 주제를 너무 확장하지는 말자.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유발한 세계적 불평등이나 펜대믹 상황 이후의 지역내 제조업 기반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등의 거시적 상황은 오늘의 주제가 아니다. (이것은 경제 시스템과 관련된 것이므로 좀 더 거시적으로 전문가들이 다루어 주셨으면 한다.)


그 대신 오늘은 범위를 좁혀서 자동차 제작사, 즉 OEM들의 부품 내재화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기존의 레거시 자동차 브랜드들은 내재화의 일종인 수직 계열화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보았다. 모듈화 플랫폼이 대세가 된 이후로는 OEM은 요구 스펙을 정하고 모듈은 부품사, 즉 티어 1이나 2로부터 구입하여 체계를 통합하는 역할에 더 많은 리소스를 투입하게 되었다. 그리고 OEM이 자체 개발하는 핵심 부품인 엔진이 없고 부품의 모듈화가 더욱 가속화된 전기차 및 미래차에서는 이 추세가 확대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방향이었다.


그러나 테슬라가 이런 상식을 뒤집었다. 테슬라는 2세대까지는 엔비디아에 의존했던 제어기의 프로세서까지 이제는 자체 개발하면서 거의 대부분의 핵심 부품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 즉, 핵심 부품인 모터와 PE – 배터리 – 통합제어기는 자체 조달품이다. (물론 반도체 자체의 생산은 파운드리인 TSMC에서 담당했다.)


테슬라의 핵심 역량 내재화의 장점은 전기차 기술 태동기에서 크게 빛을 보았다. 그것은 레거시 브랜드들과의 기술적 절대 격차를 만들었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에너지 효율성과 더불어 펌웨어 OTA를 통한 안전도 제고와 추가 매출의 기회를 위하여 꼭 필요한 통합제어기 분야에서 테슬라는 원천 기술과 실제 적용 부문에서 모두 몇 걸음이나 앞서있다. 또한 모터 기술에서도 모델에 따라 전혀 다른 기술 기반의 모터들을 조합할 수 있고 폭넓은 성능 영역을 커버할 수 있는 절대적 기술 우위를 확보한 상태다. 예를 들어 포르쉐 타이칸이 2단 변속기를 사용해서 도달하는 최고 속도를 테슬라는 1단 기어만을 이용해서 도달하며 제로백 발진 가속에서도 우월한 성능을 보인다. 그리고 기술뿐만 아니라 작년 전기차 판매 100만대 돌파 등, 전기차 시장에서는 양적으로도 가장 앞선 선도 제작사가 되었다.


물론 테슬라도 많은 약점을 갖고 있다. 최근 주행 중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했다가 부랴부랴 제한을 거는 등 자동차가 갖는 안전에 대한 엄중함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면, 차량의 부족한 조립 품질과 애프터서비스 네트워크와 정책 등 자동차 시장에 대한 근본적 이해가 부족한 면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계속된 적자 행진으로 파산할 수도 있다는 미국 월스트리트의 평가를 비웃듯 이제는 규모과 틀을 갖춘 어엿한 자동차 제작사가 되었다. (물론 테슬라의 주식 시장 가치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즉, 본궤도에 올라섰고 전기차 시장에서는 선두주자라는 점은 기술적으로나 판매량에서나 주지의 사실인 것이다.


하지만 테슬라의 방법이 사업적으로는 상당한 도전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끊임없는 투자비용과 누적되는 적자를 일런 머스크의 능수능란한(?) 언변과 프레젠테이션, 그리고 테슬라 추종자들의 충성도로 버티지 않았다면 주식 시장을 통한 자금 수혈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따라서 앞서 살펴 본 레거시 자동차 제작사들은 물론 다른 미래차 스타트업들도 테슬라와 같은 모험적인 방법을 선택한 경우는 많지 않다.


대표적 예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의 리비안이다. 리비안도 테슬라 못지 않게 주목도를 유지하며 주식 시장에서 핫한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부품의 조달 방식은 테슬라와 전혀 다르다. 배터리는 삼성 SDI, 모터는 로버트 보쉬, 자율주행 시스템은 만도에서 공급받는 등 레거시 제작사들과 비슷한 조달 시스템을 따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 리비안이 최근 일정 부분은 자체 조달하는 내재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발표를 했다. 배터리의 일부를 자체 생산할 계획이며 차량용 반도체도 직접 설계하여 파운드리에 위탁 생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것은 리비안의 최근 R1T 픽업의 반복된 인도 지연과도 관계가 있다. 원래 2020년에 인도를 시작할 예정이었던 R1T는 펜대믹 상황과 이에 따른 생산 공장 건설의 지연, 그리고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 등으로 여러 차례 반복 지연된 것이다. 게다가 항속거리 400마일 이상의 대용량 배터리 탑재 버젼은 2024년 이후로 미룬다는 것에서 배터리 수급 계획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예측하게 한다.


리비안의 예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것은 수익성과 안정성의 충돌이다. 이윤 추구라는 기업의 속성은 스타트업에게도 동일하다. 따라서 리비안도 스타트업의 핵심인 새로운 접근과 자신만의 기술을 상품화하는 데에는 분업과 협업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변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부품을 제때에 원하는 만큼 조달할 수 없다는 최근 상황에 자체 조달로 대응한 것이다.


레거시 제작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0년대 초중반 미래차 여명기에는 독자적으로 새로운 방향성과 기술을 제시하거나 스타트업 혹은 경쟁사와 연합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신선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2010년대 후반 본격적인 전기차 출시에 가까워지면서 기존의 티어1들과 새로운 공급처인 배터리 제작사들 등으로부터 모듈을 납품 받아 체계를 통합하는 이전의 익숙한 형태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새로운 전기차용 플랫폼과 핵심 부품 몇가지에 대한 노하우를 지키며 자동차 제작사로서의 입지와 함께 경쟁력을 강화하였다.


그러나 상황은 급격하게 악화되었다. 첫째, 팬데믹과 미중무역마찰에 의한 자유무역 퇴조와 제조업 기반의 중요성 대두에 따라 블록 경제로의 회귀 증상이 보이고, 둘째 배터리와 차량용 반도체 등의 수급 문제와 이에 따른 자원 쟁탈전 등이 격화되면서 지역내, 더 나아가 자동차 제작사 내에 핵심 부품 생산 기반을 가지려는 현상이 대두되기 시작한다. 미국이 LG와 SK 등 우리나라 배터리 제작사의 생산공장을 미국 내에 유치한 것이 전자의 대표적 예이며 폭스바겐이 배터리를 3등급으로 분류하면서 일부는 자체 생산, 일부는 투자 관계인 노스볼트를 통한 생산, 그리고 나머지를 서드파티에서 조달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 후자의 예일 것이다.


요약하자면 내재화는 위기감에 대처하는 안정성 제고를 위한 대책이라는 뜻이다.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고 규모가 커진 만큼 고정비가 늘어나는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내재화는 결국 효율성의 악화이며 수익성의 저하를 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재화를 선택하는 이유는 지금이 과도기라는 뜻이다. 과도기는 테슬라처럼 선점의 효를 노리기 위한 공격적인 포석이 필요할 수도, 아니면 살아남는 것이 우선되는 비상 상황이 발생하는 예외적인 시기다.


그러나 과도기와 예외적인 시기는 지나간다. 따라서 내재화를 통한 선점과 생존이 계속 선택해야 하는 전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출구전략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잊지 말자.


글 / 나윤석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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