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1. 소프트웨어 주도권 장악은 IT회사? 중국업체?
폭스바겐 그룹의 소프트웨어 사업부인 카리아드(CARIAD)가 지난 6월, SDV(Soft-Defined Vehicle)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한 오픈 소스 선언문을 발표했다. 폭스바겐그룹과 다른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는 오픈 소스 프로젝트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기여를 장려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업계 전반에 걸쳐 협력을 강화하고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다. 카리아드 오픈소스 선언문에는 다음과 같은 원칙이 포함되어 있다. 첫째, 오픈 소스 커뮤니티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업계 전반의 협업을 촉진한다. 둘째, 직원들이 오픈 소스 프로젝트에 기여하도록 장려하고 투명성을 보장한다. 그리고 조직 전체에 오픈 소스 가치를 홍보한다. 독자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관련해 4대 양산 업체의 움직임과 중국 업체들과의 협력 관계를 정리해 본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디젤 스캔들 이후 폭스바겐 혁신의 출발점은 2016년의 트랜스폼 2025+전략이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과 광범위한 혁신, 전동화 전략이 포인트다. 2019년에는 전기차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그를 위해 SSP와 PPE플랫폼을 개발하기로 했다. PPE는 가시권에 들어와 있으나 SSP는 밀린 상태다.
2021년에는 액셀러레이터 전략을 발표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SSP개발, 카리아드의 소프트웨어 개발 가속화, 그리고 전기 자율주행차 트리니티의 구체화가 포인트였다. 같은 해 폭스바겐은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현대차그룹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2018년에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를 선언했다.
UAM(도심항공모빌리티), PBV(목적기반 자동차), Hub(모빌리티 환승 거점)가 중심이었다. 2019년 앱티브와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 설립을 비롯해 크로아티아 고성능 전기차회사 리막에 1,000억 달러 투자, 로봇 전문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등 관련 산업]으로의 확대를 추구했다.
2021년에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를 베이스로 한 아이오닉5와 EV6를 출시하면서 전기차로의 전환에 속도를 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2025년 이후에는 전기차만 판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미뤄져 있다.
폭스바겐보다 1년 뒤인 2022년에는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이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2025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차세대 승용 전기차 전용 플랫폼 eM와 PBV 전용 전기차 플랫폼 eS 등이 전제 조건이다. 네 가지 기능 영역을 통합한 기능 집중형 E/E아키텍처 개발도 필수 조건이다. 더불어 커넥티드카 운영체제 ccOS(Connected Car Operating System) 고도화 추진도 같은 영역이다. 다만 고성능 컴퓨터에는 엔비디아 반도체를 사용한다.
같은 해 현대차그룹은 글로벌소프트웨어 센터 설립 추진을 선언했다. 2030년까지 18조 원 투자한다.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등 신사업 관련 기술 개발, 스타트업 및 연구기관 대상 전략 지분 투자, 빅데이터 센터 구축 등에 투자한다. 그러나 과정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지난 6월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소프트웨어 연구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생태계가 없는 한국에서는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읽힌다.
토요타 자동차도 비슷한 행보를 보여 왔다. 2018년 TRI(토요타 연구소)가 덴소, 아이신세이키와 인공지능과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기초 연구와 제품 개발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는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2020년에는 인공지능 툴 개발/실증 조직 Machine Assisted Cognition(MAC)를 미국에 설립했다. 기본적인 기능 구축과 테스트, 그리고 솔루션 개발이 목적이다.
2021년에는 우븐(Wooven)플래닛홀딩스를 지주회사로 사업회사 우븐코어, 우븐알파, 투자펀드 우븐 캐피털 등 4사 체제로 전환했다. 자율주행기술과 실험도시 우븐 시티,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아린(Arene)의 설립, 지도생성기술 AMP(Automated Mapping Platform)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위한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운영체제(OS)와 데이터 플랫폼 정비해 구글과 애플같은 플랫포머가 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속도가 나지 않았는지 2023년에는 우븐 바이 토요타로 사명을 바꾸고 모빌리티회사로의 전환 가속화를 선언했다. 마찬가지로 우븐 바이 토요타는 덴소와 합작으로 디지털 소프트웨어 개발 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GM은 2020년 전기차회사로의 전환 선언했다. 얼티움 플랫폼과 얼티움 배터리 전략을 내 세웠다. 2021년에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얼티파이 개발을 선언했다. 물론 슈퍼크루즈와 울트라 크루즈 등 자율주행 기술 개발 가속화를 통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수년이 지나 폭스바겐은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과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과의 합작회사 설립을 선언했다. 리비안의 소프트웨어 전문 지식을 폭스바겐 제품에 도입하는 것이 포인트다. 역으로 리비안은 제품 생산 노하우를 배우고자 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우선 곧 출시될 R2를 위해 초기 10억 달러, 2025년까지 최대 50억 달러의 자본을 제공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차세대 전기/전자 아키텍처를 중심으로 50/50 합작 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리비안은 현재 수익성을 위해 비용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배터리 제조에서 100단계, 차체 공정에서 52개의 장비, R1T 및 R1S 설계에서 500개 이상의 부품을 제거했다. 밴의 자재 비용이 35% 절감됐다고 한다. 그것은 전체적인 생산 비용의 극적인 개선으로 연결됐다고 한다. 최근에는 단기적으로 20억 달러 이상을 절약하기 위해 조지아주 공장 건설을 연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로 인해 단기 재정에 대한 압박을 줄였다.
이 파트너십은 최근 소프트웨어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폭스바겐에도 의미가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지연으로 전 CEO 허버트 디스가 2022년에 사임했다. 2023년 폭스바겐은 소프트웨어 개발을 돕기 위해 전직 리비안 임원을 고용했다.
폭스바겐은 이 합작 투자 설립 후 리비안이 특정 이정표를 충족한다는 조건으로 2025년과 2026년에 10억 달러 트랜치에 4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발표 후 리비안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40% 이상 상승했다.
리비안은 과거에 여러 파트너십을 맺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포드/링컨 EV를 만들기 위해 포드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전기 밴을 만들기 위해 메르세데스와도 협력했다. 이 두 가지 모두 무산됐다. 아마존과도 제휴해 10만 대의 배달 밴을 배송했다. 이 파트너십은 1만 대 이상이 인도되면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최근 계약의 독점권 부분이 만료되어 더 많은 구매자를 찾고 있다.
한편 폭스바겐 그룹의 스카우트 브랜드의 라인업과 리비안의 모델이 경쟁 관계에 놓일지 시선을 끌고 있다.
중국 시장 재건을 위해 폭스바겐은 2026년부터 중국에서 출시할 전기차에 중국 샤오펑과 공동 개발한 전기•전자(E/E) 아키텍처를 도입한다. 폭스바겐은 중국 시장을 겨냥한 전기차의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로의 전환을 가속하기 위해 샤오펑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차용할 예정이다.
폭스바겐은 샤오펑과 공동으로 개발할 CEA(China Electrical Architecture)를 두 개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통합할 예정이다. 이번 아키텍처는 폭스바겐이 중국 현지에서 개발한 신형 CMP(China Main Platform) 플랫폼과 현재 개발 중인 MEB를 채택한 중국 시장용 전기차에 적용될 예정이다. 첫 번째 모델은 2026년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했다.
폭스바겐 측의 새로운 아키텍처 개발은 중국 현지 개발을 담당하는 폭스바겐 그룹의 자회사인 폭스바겐 그룹 중국 기술 회사(VCTC)와 소프트웨어 자회사 카리아드 차이나가 수행할 예정이다. 카리아드 차이나는 현지 파트너인 호라이즌 로보틱스 및 썬더소프트와 협력해 새로운 아키텍처에서 실행되는 ADAS와 스마트 콕핏을 개발할 예정이다.
새로운 CEA 아키텍처는 샤오펑의 현재 전기차에 사용하는 X-EEA를 기반으로 한다. 자동차의 전방, 후방, 좌우, 중앙 등 각 위치에 ECU(Electronic Control Unit)를 탑재한다. CEA의 핵심에는 3대의 고성능 통합 ECU가 배치되는 존형(zone-type) 아키텍처다. 소프트웨어로 자동차의 가치를 높이는 SDV에서는 자동차 제어를 비롯한 다양한 기능에 대해 OTA(Over The Air)를 통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지원하기 위해 각 기능을 단면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통합 ECU를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 오늘날의 트렌드다.
E/E 아키텍처는 존 타입 외에도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기능별로 ECU가 설치되는 분산형과 ADAS,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등 각 도메인에 통합 ECU가 배치되는 도메인 타입이다.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엔진 구동 자동차에 사용되는 분산형에서 도메인형, 그리고 추가적인 ECU 통합을 통한 존형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 테슬라와 샤오펑 등은 이미 도메인 타입, 존 타입, 복합 용도 아키텍처를 도입했다.
폭스바겐이 현재 MEB 플랫폼을 사용하는 전기차에 사용하는 E/E 아키텍처는 분산형과 도메인 기반 사이에 있다. 샤오펑과 공동으로 개발할 새로운 아키텍처는 MEB 기반 전기차에 비해 ECU 수를 30% 줄일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2023년 7월 샤오펑 지분 4.99%를 7억 달러에 인수하고 기술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가 개발한 E/E 아키텍처를 폭스바겐의 플랫폼에 통합하는 것 외에도 2026년에는 샤오펑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커넥티드 기술, ADAS 등 폭스바겐의 기술을 다수 도입한 폭스바겐 브랜드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폭스바겐과 샤오펑, 리비안의 협업은 분산형 아키텍처의 유산을 유지하면서 자체적으로 구역화된 아키텍처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가 취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구속되지 않는 스타트업의 고유한 아키텍처를 차용하고 SDV 라인업 확장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협력과 협업은 중국에서는 이미 일상화되어 있다. 화웨이는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지만, 지능형 자동차 솔루션을 바탕으로 합작 브랜드를 출시해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2024년 7월 초 현재, 화웨이의 지능형 자동차 솔루션(IAS) 사업부 매출은 100억 위안(13억 8천만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올해 상반기에 매출은 지난 2년을 합친 매출보다 많았다고 한다.
2019년 5월에 설립된 화웨이 자동차사업부는 세레스그룹과 아이토 브랜드를 런칭해 높은 판매를 올리고 있다. 세레스 외에도 창안자동에도 자동차 스마트 시스템 및 구성 요소 솔루션을 공동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화웨이와 창안자동차의 합작 투자 회사의 이름을 뉴쿨(Newcool)이다.
장청자동차도 자동차 커넥티비티 분야에서 화웨이와 협력하기로 했다. 장청자동차는 화웨이 하이카(HiCar) 제품의 소스 코드 및 개발 도구와 같은 심층적인 개발 리소스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광저우자동차그룹(GAC)은 텐센트와의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양사는 GAC 클라우드와 텐센트 클라우드의 장점을 활용해 차세대 클라우드 인프라를 공동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이는 스마트 드라이빙, 스마트 콕핏, 기업 디지털화 및 해외 확장을 포함한 광범위한 분야에서 GAC 그룹의 클라우드 혁신을 지원할 계획이다.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을 실현하기 위해 양사는 클라우드 통합 자율주행 지도를 공동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GAC 그룹의 수백만 개의 스마트 터미널은 지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기능을 결합하여 자동차와 지도가 클라우드에 통합되는 혁신적인 모델을 개발한다. 또한 데이터 보안 및 규정 준수를 개선한다.
현대차그룹도 바이두와 함께 중국 커넥티드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바이두와 함께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지능형 교통 시스템, 클라우드 컴퓨팅 등 포괄적인 영역에서 진일보한 기술을 앞세워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성해 갈 계획이다. 중국의 데이터 규제 강화에 대응해 바이두의 스마트 클라우드를 활용한 컴플라이언스 솔루션 개발에도 적극 나선다.
현대차그룹은 바이두와 2014년부터 10년째 협업하고 있다. 통신형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음성인식 서비스, 카투홈•홈투카, 스마트 콘텐츠 서비스 등 바이두와 공동 개발한 다양한 커넥티비티 시스템을 양산차에 적용하고 있다
토요타자동차는 텐센트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텐센트가 토요타의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에 AI,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첨단 기술을 제공하게 된다. 닛산도 바이두와 AI 및 스마트카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는 적어도 중국시장에서는 중국 브랜드가 외국 브랜드를 압도하면서 시장 지형이 변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승용차협회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3월 중국 승용차 시장의 소매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한 169만 대였다. 그 중 중국 브랜드 매출은 19% 증가한 93만대, 합작 브랜드는 8% 감소한 50만대였다.
동시에 외국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 하락했다. 독일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20.4%로 전년 동기 대비 1.5%포인트, 일본 브랜드는 13.8%로 2.2%포인트, 미국 브랜드는 8.2%로 1.8%포인트 하락했다. 그만큼의 시장 점유율은 중국 브랜드가 차지했으며, 지난 3월 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6%포인트 증가한 54.8%를 기록했다.
BYD 왕촨푸 회장은 향후 3~5년 이내에 합작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10% 감소한 40%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 배경에는 AI와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 등 미래 기술에서 파격적인 기술 개발을 하는 중국 업체들의 움직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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