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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EV3의 감각적인 디지털 디자인

글로벌오토뉴스 조회 수7,604 등록일 202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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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에 EV6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이 공개될 때, EV3의 이미지도 공개됐었지만, 이제 드디어 공식적으로 EV3가 등장했습니다. 기아의 전기 차량 모델은 모두 EV라는 알파벳 약자의 뒤에 숫자를 붙여서 나타내는데요, EV6가 준대형급 차체였다면 EV3는 소형급, 또는 준중형급의 차체 크기라고 보아도 무난할 듯합니다.

실제로 EV3의 차체 크기는 전장×전폭×전고가 기본형 기준으로 4,310×1,850×1,560(mm)에 휠베이스는 2,680mm 이어서 기아 니로의 크기 4,420×1,825×1,545(mm)와 축간 거리2,720mm 와 비교됩니다 즉 EV3가 니로 보다는 110mm 짧고, 25mm 넓고, 15mm 높습니다. 휠베이스는 40mm 짧습니다.



치수에 의한 비교로만 본다면 EV3는 차체에서 휠베이스가 긴 편이면서 폭과 높이를 확보한 공간 중심형 차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높이 치수가 모두 실내 공간의 높이로 쓰이기보다는 차체 바닥에 탑재되는 배터리에 의한 것일 수 있지만, 치수 비례로 본다면 공간 중심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EV3의 측면 뷰를 보면 짧은 앞 뒤 오버행과 짧은 후드 길이로 인해 실용 공간의 비중이 높은 차체 윤곽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또 눈에 띄는 특징은 전반적으로 거의 평면에 가까운 팽팽한 곡면을 쓰면서 직선적인 모서리를 강조하는 조형으로 된 차체의 이미지입니다. 즉 디지털적 감성을 강조한 기하학적 조형으로 일관된 감각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단지 수직 수평에 의한 사각형의 디자인이 아니라, 45 각도의 이미지를 가진 사선의 요소를 곳곳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차체 측면에서 도어 아래쪽의 검은색 띠의 흐름이 휠 아치와 만나기 전에 사선으로 꺾인 그래픽이 시선의 흐름을 한 번 붙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선 요소는 앞모습에서도 후드와 범퍼가 만나는 부분에서 검은색의 띠처럼 간격이 만들어지면서 주간주행등과 수직 헤드램프로 이어지지만, 헤드램프의 형태는 측면에서 보면 사선으로 꺾인 면에 의해 앞바퀴 휠 아치의 사선 형태와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물론 앞 범퍼의 아래쪽에도 사선형 그래픽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테일 램프의 그래픽 역시 직선과 사선이 결합된 조형을 볼 수 있는데요, 램프는 전반적으로 기하학적 이미지의 디지털 감각입니다.



사실상 오늘날의 여러 메이커 차량들의 디자인 경향이 직선적 디지털 경향 이기는 하지만, 최근의 기아의 EV 시리즈가 보여주는 디자인 감각은 다른 어느 차량 메이커나 브랜드, 가령 폴스타 같은 브랜드 역시 전기 동력 전용 차량이면서 직선적이지만 그와는 또 다른 인상이 느껴집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2000년대 초반까지는 국산 신형 차량의 디자인이 외국의 어느 브랜드의 인상이 드는 듯한 느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2010년을 전후로 해서는 그 이후에 등장하는 국산 차의 디자인에서부터 그런 인상은 확실히 사라진 것 같습니다. 이제는 어느 브랜드를 닮은 차가 아니라 기아는 기아의 차이고, 현대는 현대의 차 라는 인상이 확연 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건 단지 디자인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메이커의 차들이 디자인의 독자성뿐만이 아니라 기술의 독자성과 자신감도 함께 생기기 시작한 것에 의한 복합적인 결과인 걸로 보입니다. 단지 겉모습만 그럴 듯하게 만든다고 해서 독자성 있는 차가 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기술적 확신의 느낌은 실내에서도 나타납니다. 수평 기조의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스티어링 휠의 디자인, 그리고 오렌지 색상의 무드 조명 역시 그런 인상을 줍니다. 게다가 인스트루먼트 패널에 만들어진 감각적 디테일은 단지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디자인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자신감이 들어간 감각의 처리라고 할 것입니다.
이런 디테일의 디자인을 제안하고, 또 그런 디테일을 승인하고 설계해서 양산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건 단지 디자이너들이 그림을 그려서 되는 일이 아니라, 기업 전체에서 이런 감각적 요소까지도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감각적 요소는 실내 좌석의 등받이에서 오렌지색 한 줄이 들어간 요소도 눈에 띄고, 외부에서는 기하학적 그래픽으로 디자인 된 휠 디자인 역시 단지 독특한 디자인을 했다는 차원이 아니라, 저와 같은 비대칭적 개념의 휠-물론 완전히 비대칭은 아니지만-을 양산형 차량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평범한 디자인의 휠에 비해서 더 많은 설계적 고려 사항과 성능 테스트 등이 요구되는 것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평범한 디자인의 휠 보다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만이 햇빛을 볼 수 있는 디자인이며, 그것은 그 기업의 디자인 성숙도와 전 구성원의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를 보여주는 건 지도 모릅니다.



그런 맥락에서 새로운 EV3는 전기차의 감성을 강조한 디자인만을 보여준다기 보다는 기아 브랜드의 디자인 이해도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새로움 속에서도 EV3는 SUV로서의 기능도 변함없습니다. 해치백 구조이면서 공간의 활용성을 가진 것은 물론이고, 성능을 높인 GT 라인 역시 구분되는 디테일의 디자인으로 나옵니다. 게다가 제시된 이미지에는 EV3가 전동 킥보드를 충전하는 에너지원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전기 동력 SUV는 엔진 동력의 SUV와는 다른 맥락에서의 유틸리티(utility), 즉 활용성을 제공하는 차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1980년대에 SUV의 개념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4륜구동 차량이 험로 주행 차량에서 전천후 기능과 공간 활용성으로 승용차의 한계를 뛰어 넘었 듯이, 전기 동력 차량 기술은 엔진 동력 차량들이 가지고 있던 성능이나 활용성의 한계를 크게 넓혀주면서 우리들이 더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자동차로 바꾸어줄 지도 모릅니다.



전기 동력 차량은 분명히 자동차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기술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만나보는 기아의 EV3는 그러한 새로운 기술의 자동차를 또 다른 새로운 감성의 디자인으로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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