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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그랑 콜레우스 "르노 코리아, 땀 흘린 노력의 대가로 보여준 진가"

오토헤럴드 조회 수7,546 등록일 2024.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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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르노 코리아만 보릿고개를 버티고 있는 건 아니다. 경기 부진으로 내수 시장 전체가 요즘 확 쪼그라들었다. 7월 기준, 해외 판매와 수출을 포함한 국내 완성차 누적 판매 대수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7%, 이 가운데 내수는 4.3%나 줄었다.

문제는 르노 코리아 수치가 유난스럽게 바닥에 있다는 사실이다. 같은 기간 내수가 13.8%나 줄었다. 7개월 동안 1만 2682대를 파는 데 그쳤다. 7월 판매 대수는 1469대, 수입차 4위에 오른 볼보 코리아(1411대)와 비슷했고 경쟁사의 웬만한 단일 모델 한 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산업 전반의 흐름도 있지만 르노 코리아의 보릿고개가 유독 심한 첫 번째 이유는 노쇠한 모델 의존도가 높은 데다 절대 부족한 라인업이 겹쳤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XM3에서 차명만 바꾼 아르카나도 어느덧 변화가 필요한 때가 왔다.

엄청난 땀과 모든 열정을 쏟아 부은 그랑 콜레우스

그랑 콜레오스는 그래서 단순한 신차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반전을 노리는 르노 코리아 '오로라 프로젝트'의 성패를 점칠 수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르노 코리아는 그랑 콜레오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땀을 흘리며 모든 열정을 쏟아 부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중국에서 플랫폼을 공유한 모델이 먼저 출시되면서 '유사품' 얘기가 나오지만 그건 이 바닥을 몰라서 하는 얘기다. 글로벌 완성차들 모두 하나의 플랫폼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 모델을 개발하고 투입한다.

플랫폼을 공유하고 생김새가 비슷하다고 해서 같은 차로 보는 건 그래서 오산이다. 그랑 콜레오스는 철저하게 한국형으로 개발된 중형 SUV다. 외관의 디테일, 실내는 물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수많은 기능을 한국 시장, 소비자를 위한 것들로 가득 채워놨다.

연료 효율성에 집중, 이전과 전혀 다른 주행 감성

무더위가 여전했던 날, 그랑 콜레오스로 부산에서 통영을 거쳐 거제도까지 170km 남짓한 거리를 달려봤다. 여러 차례 소개가 된 외관, 실내, 사양에 대해서는 운전하면서 경험하고 느낀 점만 소개한다.

그랑 콜레오스에는 1.5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그리고 2개의 모터가 동력을 발휘하고 3단 기어 및 컨트롤러, 인버터를 모두 결합한 일체형 구조의 멀티모드 오토 변속기로 제어한다. 복합 연비는 19인치 타이어 기준으로 15.7km/ℓ, 동급 하이브리드 SUV 가운데 가장 좋다.

하이브리드 방식은 직병렬이다. 발전기 역할을 하는 모터와 내연기관과 전기 모드가 각각 작동하고 필요한 순간마다 서로의 힘을 보태는 100kW 구동 모터가 결합한 듀얼 모터 시스템이다.

르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1.64kWh 배터리가 탑재됐다. 동급 하이브리드 가운데 최고 용량이다. 여기에 변속기 레버로 회생제동의 강도를 3단계로 제어할 수 있게 했다. 도심 구간을 오래 달리진 않았지만 전기 모드의 빈도가 그동안 경험한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길고 많았다.

모터와 엔진 그리고 변속기의 조합이 매끄러운 것이 인상적이다. 속도를 낮추고 높이는 모든 과정에 스트레스가 없다. 속도의 영역과 관계없이 일관성을 끝까지 유지한다. 웬만한 하이브리드 모델에서도 가끔 신경이 쓰인 모터의 회전 소음 그리고 발전을 위한 엔진의 거친 소음도 들리지 않는다.

르노코리아가 NㆍVㆍH에 많은 공을 들였다며 정숙성을 계속 강조한 이유가 보인다. 엔진 룸을 열어봤을 때 더 실감을 했다. 차분하고 고른 소리다. 에어컨을 켠 상태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보닛만 봐도 NㆍVㆍH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가 나타난다. 그렇게 깔끔하고 세심하게 마무리한 엔진룸은 고급 차에서나 봤던 것 같다.

달리는 맛도 삼삼하다. MFB(Multi-Functional Body)를 적용한 덕분에 차제의 롤이나 바운스가 제대로 잡힌다. 과속 방지턱, 굽은 길, 교차로에서 빠르게 방향을 틀 때도 차체의 균형이 알맞게 유지된다. 정숙성을 포함한 승차감이 가장 돋보였다.

밋밋한 운전대 반응과 아쉬운 가속력

그렇다고 다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랙 타입 EPS(R-EPS) 방식의 운전대 반응이 우선 아쉽다. 예민하지도, 기민하지도 않기에 무덤덤하다. 힘없이 꺾이는 느낌, 맥없이 푹 순응한다. 어느 정도의 담력으로 각을 살려주며 회전하는 질감이 아쉽다.

가속력도 밋밋했다. 명색이 풀악셀을 했는데도 덤덤하게 속도를 높여준다. 마치 "급가속은 위험하다"라는 경고를 하는 것처럼 약 올리듯 속도가 오른다. 시승차는 에스프릿 알핀 트림이었다. 르노 코리아 관계자는 늘 그렇듯 "연료 효율성과 성능은 양립할 수 없다'며 경제적 가치를 위해 동력 성능에 전력을 다하지 않았음을 고백했다.

그러면 어떤가. 그랑 콜레우스는 차분한 운전이 필요한 도심 운전에서 이만한 차가 없다는 얘기를 들어도 좋을 정도로 질감이 좋다. 다그치지만 않으면 떨림이 전혀 없는 거의 완벽한 상태의 승차감을 제공한다.

[총평, 아리아~~] 시승 중간, 중앙 스크린을 다루기가 힘들었다는 불만, 공조나 오디오 같은 기능에 접근하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불만을 들었다. 그런데 그런 것 다 '아리아'만 호출하면 되는 일이다. 지도 화면을 틀고 창문을 열고 에어컨을 어느 온도로 켜고 끌지, 심지어 '뽕짝'을 틀어 달라고 하면 기가 막히게 알아듣고 임영웅 노래를 들려줬다.

또 그랑 콜레우스는 퀄컴의 파워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을 기반으로 최신 안드로이드 OS를 적용하고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진 업체들과 협력해 운전자나 동승장에게 쾌적하고 유쾌한 공간을 제공한다. 3개의 12.3인치 스크린에 뭐가 담겨 있는지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장황한 얘기가 필요하다.

요약해서 동승자는 주행 중에도 운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유튜브, OTT, 뮤직 스트리밍을 즐길 수 있고 내 사진을 배경 화면으로 설정이 가능하고 이런 것들을 손가락 터치로 스크린을 옮겨 가면서 공유할 수 있다는 정도로 소개한다. 다만, 스크린의 퀄리티는 만족스럽지 않다. 터치 반응 속도가 느리고 터널을 빠져나온 후 화면의 밝기가 돌아오는 시간도 너무 느렸다. 

그래도 그랑 콜레오스는 르노코리아가 지금까지 한국 시장에 소개한 어떤 모델보다 완성도가 높다고 자신한다.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신차를 준비한 르노 코리아의 노력 덕분에 그랑 콜레오스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오토헤럴드 기자/webmas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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