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저가차의 종말, 전기차가 끌어올린 신차 가격의 민낯
전기차와 럭셔리카 중심 판매가 신차 평균 거래 가격을 끌어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출처: AI 생성 이미지)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미국 시장 신차 가격이 또 한 번 역사적 기록을 갈아 치웠다.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미국 내 신차 평균 거래가는 5만 80달러, 한화로 약 7100만 원 수준에 이른다. 이는 전월 대비 2.1%, 전년 동기 대비 3.6% 상승한 수치로 사상 처음 5만 달러 벽을 돌파했다.
이 같은 신차 가격 상승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3년 동안 이어진 자동차 시장의 고질적인 인플레이션 구조를 상징한다. 공급망 회복으로 재고는 늘었지만, 가격은 내리지 않고 오히려 오르는 기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
미국 내 분석기관들은 이번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전기차를 지목한다. 실제로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 평균 거래가는 6만 8000달러 이상으로, 내연기관차 대비 약 35% 높게 책정됐다. 여기에 루시드, 리비안, 테슬라 등 고가 전기차 브랜드의 신모델 고객 인도가 시작되며 평균 거래 가격을 끌어 올린 측면도 있다.
이번 가격 상승의 또 다른 축은 럭셔리 브랜드의 점유율 확대가 꼽히고 있다. 3분기 기준, 미국 신차 시장의 럭셔리 브랜드 점유율은 19.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테슬라, BMW, 렉서스, 메르세데스-벤츠 순으로 판매가 집중되며 고가 모델 중심 시장이 고착화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술이 확산되면 단가가 낮아지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은 이와 반대로 가고 있다. 배터리 원자재 가격은 안정세지만, 제조 원가와 개발비, 고급 내장재, 대형 스크린·AI 칩 등 이외 요인들이 전체 비용을 다시 밀어 올리는 추세다.
신차 평균 거래 가격 상승에는 완성차 제조사의 수익 방어를 위한 보급형 전기차 출시를 늦추는 정책 영향도 있다(출처: AI 생성 이미지)
또한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이 수익성 방어를 위해 보급형 전기차 출시를 늦추거나 단종시키는 것도 구조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앞서 제너럴 모터스는 볼트 EV를 단종시키고, 포드 역시 머스탱 마하-E 중심의 고가 전략으로 전환했다. 이로 인해 전기차 시장의 평균 가격은 내연기관보다 빠르게 상승 중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1~2년간 신차 가격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높게 분석했다. 전기차 세제 혜택 축소, 보험료 상승, 고금리 환경 등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 리세일 밸류 측면에서도 전기차의 잔존가치 하락이 예상보다 커, 중고차 시장에서 가격 인하 압력을 상쇄하지 못하는 것도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다만 2026년 이후 배터리 가격 하락과 플랫폼 표준화가 본격화되면 전기차 가격은 완만히 조정될 수 있을 것으로도 분석된다. 특히 LFP 배터리의 유럽과 북미 현지 조립이 확대될 경우 5만 달러 벽이 다시 무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론적으로 전기차는 환경과 시대적 측면에서 거부할 수 없는 숙명과 같은 미래 기술이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오히려 고급화의 상징처럼 인식되고 있다. 또 완성차 제조사 입장에선 볼륨보다 마진을 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기에 결국 소비자가 기술 발전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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