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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날 것 그대로 '천하무적 그레나디어' 인제 한석산 1200고지 등정기

오토헤럴드 조회 수7,937 등록일 2024.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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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인제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매년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로 공개하는 신차의 수는 얼마나 될까? AI에 물어봤더니 많을 때는 150개 이상이라고 답했다. 이보다 많지는 않지만 적지 않은 수의 자동차는 이런저런 이유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신차 대부분이 전기차고 단종차는 내연기관이라는 것도 요즘 추세다. 신종 신차 가운데 내연기관차는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 됐다. 2000년대 내연기관차를 만들 겠다는 신생 업체도 찾아 보기 힘들다. 영국의 세계적 화학 기업 이네오스 그룹 '짐 래트클리프' 회장은 달랐다.

이네오스 오토모티브라는 회사를 만들더니 '그레나디어'라는 차를 말 그대로 뚝딱 만들었다. 2016년 아이디어가 나왔고 2017년 맨땅에서 시작해 불과 5년 만인 2022년 그레나디어 생산을 시작했다. 기존 완성차도 신차 하나를 개발하는데 4~5년이 걸린다.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짐 래트클리프가 그레나디어를 직접 만들겠다고 나선 동기는 단순했다. 광적인 랜드로버 디펜더 마니아였던 그는 이런저런 이유로 자신이 직접 정통 오프로더를 만들기로 하고 '그레나디어' 개발을 시작했다.

영국과 독일 그리고 프랑스...유럽 최강 연합체

단기간, 최고 성능의 오프로더를 만들기 위해서 자본과 디자인 콘셉은 영국, 엔지니어링과 개발은 독일, 생산은 프랑스에서 시작한 차가 그레나디어다. 지금은 벤츠에서 인수한 독일 함바흐 공장을 거점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그레나디어는 유럽 자동차 산업의 최강국들이 머리를 맞대 만든 연합체의 결과물로 불린다.

짐 래트클리프가 자동차를 만드는 철학은 분명했다. 품질이 검증된 최고의 부품을 조합해 그 곳이 오지든 어디든 원하는 곳을 가고 누구나 쉽게 다루고 또 고장이 나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그래서 전 세계 어디서나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오프로더가 그의 목표였다.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공식 수입사 차봇모터스도 다르지 않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완성차를 수입해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통 오프로더의 진짜 재미를 누구나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 인제 스피디움 한쪽에 '오프로드 파크루'라는 걸 만들었다.

정진구 차봇모터스 대표는 "그레나디어뿐만 아니라 누구나 도전하고 체험할 수 있는 오프로드 코스"라며 "전자기기에 익숙해져 있는 고객이 그레나디어의 기계식 장비를 효과적으로 다루면서 오프로드를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준비한 시설"이라고 했다.

그레나디어 100배 즐기기 '오프로드 파크루'

일 년 중 가장 덥다는 대서(大暑)가 지났는데도 더위가 최고조에 오른 날 인제 스피디움 '오프로드 파크루'를 찾았다. 온-로드 그리고 주변에 있는 해발 1190m 한석산(寒石山) 정상을 오르는 오프로드 코스도 준비돼 있었다.

오프로드 파크루는 철길, 모굴, 경사로, 자갈길, 도강 등 일반적인 코스와 난이도를 갖고 있다. 그레나디어가 아닌 오프로더도 함께 이용할 수 있게 난이도를 조절한 탓에 조금 싱겁게 코스가 끝난다.

하지만 기계식으로 작동하는 장치를 만지는 재미가 있다. 다이얼을 돌리고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전자전' 체제로 돌입하는 요즘 것들과 다르게 그레나디어는 각각의 코스 특성에 맞춰 디퍼런셜을 제어하고 오프로드 모드, 도강 모드 등을 헬리콥터 조종석처럼 헤드 라이닝에 배치한 버튼류를 직접 다뤄야 한다.

변속기 옆에 있는 2단 트랜스퍼 케이스의 레버를 힘껏 당겨 좌우로 조절해 로우 레인지로 자리를 잡고 디퍼렌셜을 잠그고 경사로 내려오고 도하 모드를 설정하고 해제하는 모든 것을 수동으로 조작해야 한다.

오프로드 코스에서는 그레나디어 섀시의 강점이 드러난다. 박스형 사다리꼴 프레임 섀시는 뛰어난 강성과 아이박의 프로그레시브 코일 스프링의 견고함으로 뒤틀림 과정에서 아무런 잡음이나 흐트러짐이 들리거나 보이지 않는다. 한 덩어리의 기계가 온전히 운전자의 제어로 묵직하게 구르는 듯한 기분이다.

고급 뷔페 최고 메뉴만 골라 담은 것처럼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을 갖춘 그레나디어는 고급 뷔페에서 최고의 메뉴만을 골라 담은 접시와 같은 차이기도 하다. 엔진은 BMW의 걸출한 V6 가솔린 3.0(B58), ZF 8단 자동변속기, 카라로의 헤비 듀티 솔리드 빔 액슬, 구동축은 세계적인 기업 다나와 함께 개발했다.

그레나디어는 가장 돋보인 2단 트랜스퍼 케이스도 이네오스가 설계하고 트레멕, 디퍼런셜 시스템은 엔지니어링 전문 기업 이튼 인더스트리가 맡았다. 최종 엔지니어링은 마그나 슈타이어가 했다. 하나 같이 각각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곳들이다.

이네오스는 BMW B58이 저회전 영역에서 토크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캘리브레이션하고 여기에 맛깔나는 메뉴들을 조합해 온-로드에서도 부족하지 않은 주행 성능을 발휘하게 했다.

투박한 생김새에 워낙 오프로드를 강조한 탓에 주행 질감이 평범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빗나갔다. 올 터레인 타이어가 지면을 부드럽게 다루는 것, 코일 스프링과 5-링크로 조합한 투박한 서스펜션 반응이 의외로 차분하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전자 장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긴급비상제동, 차선이탈 경보 등 안전 규제를 위한 최소한의 전자 장비가 갖춰져 있고 일반적인 크루즈 시스템과 무선 연결이 가능한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등 첨단 커넥티드 시스템도 쓸 수 있다.

귀찮을 정도로 많은 센서를 가능한 최소화 한 대신, 운전대 너머 계기반을 없애 시야를 넓게 확보했다. 버튼류가 많기는 해도 주행에 필요한 기능과 공조 및 오디오를 구분해 천장과 센터페시아 패널에 확실하게 나눠 배치해 사용에 불편하지 않다. 완전 분리가 가능한 천장의 사파리 윈도어도 그레나디어를 상징하는 특별한 구조다.

날 것들이 보여주는 천하무적 '오프로드 지오매트리'

스티어링 휠 조향감은 낯설다. 유압식인 파워 스티어링 휠은 커브 투 커브 회전 반경이 잡는 13.5m까지 3.85번 회전한다. 하는데 유격이 상당하다. 일반적인 자동차는 길어야 10m, 많이 돌아야 3.5회면 끝난다. 따라서 습관대로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길을 놓칠 수도 있다. 차봇모터스가 오프로드 파크루를 만들고 고객에게 사전 교육을 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한석산 임도로 진입하기 전 하이 레인지, 오프로드 모드를 활성화했다. 놀라운 것은 많은 비로 임도 곳곳이 깊게 패 있는데도 그레나디어는 거리낌 없는 일관성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 준다는 점이다. 전지형 반응시스템, 전자식 디퍼런셜 락, 전자식 트랙션 컨트롤 따위가 없어도 액셀러레이터, 브레이크 페달을 긴박하게 다룰 필요 없이 깊게 팬 웅덩이, 둔덕 따위를 어렵지 않게 이겨낸다.

264mm에 이르는 최저 지상고, 28.2도의 브레이크 오버 앵글, 강철로 만든 하부 프로텍터도 안심하고 오프로드를 타게 해 준다. 그레나디어는 한석산을 오르면서 순정 상태 기준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에 있는 어떤 오프로더보다 오프로드 지오매트리가 뛰어난 차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했다.

오너의 올곧은 철학이 좋은 차를 만들었다

이네오스 파트너에 '헤일로 트러스트(The HALO Trust)'라는 NGO가 있다. 분쟁 역사가 있는 곳의 지뢰를 제거하는 곳인데 그레나디어가 장비를 싣고 이동하는 데 쓰이고 있다. 이네오스는 그레나디어 헤일로 트러스트의 프레임을 붉은색으로 칠하고 이를 통해 얻는 수익금도 기부한다. 통일이 되고 DMZ에서 그레나디어를 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

라이노 오르퍼니지(Rhino Orphanag)라는 NGO도 후원한다. 다치거나 밀렵으로 부모를 잃은 새끼 하마를 돌보는 일을 하는 곳이다. 이네오스는 그레나디어를 지원하고 회색 프레임으로 발생하는 수익금을 기부한다. "그레나디어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한다"는 오너의 철학이 실천으로 이어진 것이다.

[총평] 깜짝 놀란게 온-로드 성능이다. 워낙 오프로드 성능을 강조한 탓에 우려가 앞섰지만 의외의 주행 질감, 승차감을 보여 준다. 가공하지 않고 날 것 그대로 들리는 엔진의 소리는 그 중 압권이다. 일반 도로에서도 스트레스 없이 탈 수 있다.

오프로드 재미는 말할 것도 없다. 전자 장비가 많은 차는 알아서 가겠지만 그레나디어는 상황에 맞춰 모든 것을 제어하며 호흡을 맞춰가며 재미와 긴장감을 즐길 수 있다. 묵직하고 견고한 섀시도 인상적이다. 이런 오프로드 감성을 날 것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차가 또 있을까?

정진구 차봇모터스 대표는 "그레나디어는 활동적인,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고 활동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차"라며 "레저 활동 장비를 실을 수 있는 충분한 트렁크 공간과 지붕에도 올릴 수 있는 다양한 액세서리를 추가하면 탐험과 모험, 아웃도어의 즐거움이 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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