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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턴 페이스 리프트의 디자인

글로벌오토뉴스 조회 수1,153 등록일 202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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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4월에 나왔던 G4렉스턴이 3년 7개월만에 페이스 리프트 모델(Y450)로 나왔다.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최근에 필자가 리뷰를 쓰는 차종들이 대부분 페이스 리프트 차량들이다.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4년에 이르기까지 각 차종 별 성격, 또는 메이커의 기술 개발 주기에 따라 페이스 리프트 시기는 천차만별이지만, 아무튼 최근에는 페이스 리프트 차량이 유독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


글 / 구상 (자동차 디자이너, 교수)





처음 G4 렉스턴(Y400)이 나올 때는 국산 SUV 중에서 가장 큰 차라고 홍보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이제는 국산은 물론이고 수입 SUV 중에서도 G4 렉스턴 보다 큰 차들이 많아졌기 때문인지 시각적인 크기는 그런가 보다 하는 인상이 들기도 한다. 물론 비례 상으로 좁고 높아서 껑충해 보이는 건 여전하다.


페이스 리프트 된 새로운 렉스턴은 이름에 쓰였던 G4라는 코드명도 없애고 ‘렉스턴’ 이라고만 명명됐다. 새로운 차량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8각형으로 디자인된 어마어마한 크기의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2017년에 나왔던 G4 렉스턴은 2001년에 나온 선대 렉스턴(Y200)의 이미지를 이어받은 슬림 비례의 그릴의 점잖은 얼굴로 성숙한 이미지를 주었는데, 이제는 오로지 크기로 승부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여준다. 솔직한 첫 인상이 탐욕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우디의 최근 SUV들도 비슷한 8각형 라디에이터 그릴을 쓰고 있어서 인상이 무척 강하지만, 이런 류의 느낌은 아니다. 렉스턴은 가장 큰 차처럼 보이고 싶었던 걸까? 물론 커 보이는 게 중요할지 모른다.





LED가 쓰인 헤드램프에는 주간주행등이 들어가 있지만, 요즘 대형 SUV는 헤드 램프 위치가 승용차 운전자들의 눈 높이이므로, 눈부심을 막기 위해서 아래로 내려 다는 추세이다. 그렇지만 렉스턴은 위쪽을 고수하고 있다. 이유가 궁금해진다.





한편 각을 잡아서 디자인 한 앞 범퍼는 차체 색으로 칠했다. 본래의 G4렉스턴은 낮게 설치된 앞 범퍼 부분을 검은색으로 처리해서 댄디한 이미지가 있었는데, 그 낮은 위치에 차체 색을 칠해 놓아서 시각적 무게 중심이 강렬한 8각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그 아래쪽에 디테일로 무장한 바디 컬러 범퍼로 분산되고 있다.





주연과 조연이 구분이 명확히 돼야 비로소 드라마 구성이 탄탄해 지는 법이지만, 만약 조연이 주연보다 더 튄다면 극의 전개는 뒤죽박죽이 된다. 그런데 새로운 렉스턴은 앞 모습에서 모든 디테일들이 저마다 주연 노릇을 하려고 다투고 있는 형국이다. 좋은 것을 모두 가져다 붙여 놓았지만 그게 능사가 아닐지 모른다. 게다가 범퍼의 안개등은 눈꼬리가 쳐져 있다. 어떤 감성을 표현하려 했을까?





문화평론가 최경원은 그의 최신 저서 ‘한류 미학’ (더블북 2020년 출간)에서 ‘조형적 안목이 없으면 기교적으로 만들어진 부분에만 집중하고 정작 전체적인 조형적 불균형은 보지 못하게 된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그가 한 말은 우리나라의 문화재들이 장식성보다는 조형적 완성도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특성은 전통 미술품만이 아니라 우리 문화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이다. 그렇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SUV 메이커를 표방하는 쌍용자동차의 플래그 십 모델이 이런 특성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은 지나친 것일까?





뒷모습은 다행히도(?) 앞 모습처럼 디테일들이 다투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테일 게이트 아래쪽이 마치 말끔하게 면도를 한 듯 텅 비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테일 램프를 보면 볼보의 상징이 된 ‘토르의 망치’가 자리잡고 있다. 혹시 쌍용은 그 ‘망치’가 부러웠던 걸까? 만약 볼보에서 왜 우리 걸 베꼈냐고 물어본다면 뭐라고 답해야 할까? 그들의 망치 디자인에 대한 부러움이 죄인 건가?





운전석에 앉으면 D 컷 스티어링 휠이 눈에 들어온다. D 컷 스티어링 휠은 본래 전고가 낮은 스포츠 쿠페 등의 차량에서 승/하차 시에 운전자의 무릎이나 허벅지가 스티어링 휠에 닿아 불편한 점을 해소하기 위해 나온 ‘고육지책’이다. 그런 이유에서 D 컷 스티어링 휠은 스포티한 차량의 상징이 됐지만, 무릎이 닿을 일이 없는 렉스턴에 D 컷 스티어링 휠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물론 이것 역시 부러움의 소산일지 모른다.





왜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좋은 건 일단 다 가져다 넣는 게 새로운 렉스턴의 지향점일까? 요즘 트렌드에 따라 듀얼 존 공조장치를 넣은 것은 좋지만, 온도 조절 기능을 다이얼 식이 아닌 버튼식으로 만든 이유가 궁금해진다. 운전 중에 온도를 조정하려면 한 번 누를 때마다 0.5도씩 오르거나 내려갈 것인데, 그것도 좌우를 따로 따로… 버튼을 많이 누르는 게임을 좋아하는 요즘 소비자들을 겨냥한 것일까?





이런 것들, 토르의 망치와 8각 그릴 등등을 내부적으로 걸러내 줄 안목을 갖춘 디자이너가 쌍용에 없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비싼 차라고 해서 좋은 걸 다 가져다 우겨넣으면 무슨 맛인지 모를 잡탕이 될 뿐이다. 물론 쌍용의 디자이너들은 죄(?)가 없다. 감각적인 디자인을 최대한 내놓아야 하는 게 임무이기에.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는 명품 악기를 연주하는 명문 음대 출신의 연주자들과 저명한 지휘자로 구성돼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콘서트를 앞두고 오랜 시간 연습을 한다. 그들이 연습하는 이유는 절대 기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들이 지향하는 곡의 해석을 관객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연습을 통해 음색을 조정하고, 강조하고 싶은 대목을 찾아 내는 등의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높은 음악성을 가진 지휘자가 필요하다.


비싼 회원권을 사서 콘서트에 갔는데, 곡의 해석은 고사하고 악보를 따라서 간신히 마무리하는 걸 자랑스러워하는 수준의 동네 음악대가 연주하고 있다면, 좋은 공연을 기대한 사람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할지 모른다. 물론 동네 음악대는 죄가 없다. 그들을 데려다놓고 오케스트라 표를 판 사람들의 잘못이지.


자동차 디자인 역시 마찬가지이다. 실무 디자이너들이 아무리 감각적인 디자인을 많이 내놓는다 해도 그들을 잘 조율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그 누군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정말로 완성도 높은 디자인은 요란한 디테일을 뽐내는 디자인이 아니라, 콘셉트에 따라 주연과 조연이 명확히 각각의 위치에서 역할을 하는 디자인, 그게 바로 완성도 높은 디자인인 것이다.


뒤돌아보면 1996년에 나왔던 쌍용자동차의 뉴 코란도(KJ)는 명확한 개성과 창의성을 가진 디자인으로 젊은이들의 드림 카 였고, 2001년에 나온 초대 랙스턴(Y200)은 창의적이고 오리지널리티 넘치는 디자인으로 부의 상징이자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 어느 누구도 그때의 뉴 코란도와 렉스턴 오너에게 짝퉁 느낌 디자인의 차를 탄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오늘의 새로운 렉스턴은 어떨까?


쌍용자동차를 응원하고 싶은 것은 많은 사람들의 한결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렇지만 좋은 말만 해주는 건 응원이 아님이 확실하다. 잘 된 디자인에 대해 당연히 찬사를 보내야 하지만, 문제가 보이는데 그걸 훌륭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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