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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전기차 르노 ZOE, 자투리 충전으로 '846km' 당일 시승 성공

오토헤럴드 조회 수1,043 등록일 2020.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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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가 몰려오고 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쓰비시 아이미브(i-MiEV)가 나오고 테슬라가 등장하고 중국에서 BYD 순수 전기차가 날개 돋친 듯 팔리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2010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1만대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2012년 10만대, 2015년 50만대, 2017년 100만대, 지난해 200만대를 돌파했다. 올해 코로나 19 확산으로 소폭 감소할 것이라고 봤지만 이런 예상을 깨고 300만대에 근접할 것이라는 새로운 전망이 나왔다. 2025년 1000만대, 2030년 2300만대를 예상하고 있지만 지금 추세대로 간다면 이보다 많을 것이라는데 의견이 모인다. 그러면서 배터리 성능을 높여 주행거리를 늘려야 한다는 얘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배터리 1회 충전으로 갈 수 있는 전기차 주행 거리는 얼마나 돼야 만족할 수 있는 것일까.

꾸준한 주장이지만 전기차 주행거리는 300km 수준이면 적당하다. 400km, 500km 성능을 갖고 있어도 조금 더 편리할 뿐이지 불편할 일이 없다는 것이 평소 소신이다. 전기차 절대 기준으로 생각하는 주행거리는 사실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배터리 용량을 늘리면 어느 모델이든 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배터리 용량에 따라 차량 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주행거리가 짧다고 장거리 주행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주행 거리 213km인 르노삼성 SM3 Z.E.로 개인택시를 하는 사업자도 "이런저런 시간 틈 사이에 충전하면 택시 영업을 하는 데 큰 불편이 없다"라고 말했다. 주요 전기차 가운데 주행 거리가 경쟁차 대비 상대적으로 가장 짧은 309km에 불과한 르노 조에(ZOE)로 장거리 주행에 나선 것도 이를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였다.

효율적인 배터리 용량으로 합리적 가격

르노 조에 배터리 용량은 54.5kWh다. 가끔 비교되는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에는 64kWh 배터리가 탑재돼 있다. 전기차 평균 전비는 대부분 5km/kWh 내외다. 르노 조에가 309km를 달리고 코나 일렉트릭이 400km 넘는 주행거리를 가진 비결이 바로 배터리다. 그런 만큼 가격 차이가 상당하다. 코나 일렉트릭 고급형인 프리미엄 트림 기본 가격이 5100만원대, 르노 조에 인텐스는 4500만원대다. 전기차 가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다.

효율성을 강조한 덕분에 르노 조에는 가장 낮은 트림인 ZEN 기준 최대 1186만원 보조금(서울시)을 받아 실제 구매 가격이 2809만원에 불과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차량 기본 가격 600만원에 연간 2만5000km 운행을 기준으로 절약할 수 있는 기름값(휘발유)도 약 300만원 정도 된다. 전기 충전비는 약 60만원 정도로 차이가 240만원이나 된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짧은 주행거리에서 오는 불편은 없을까. 경기도 군포에서 부산을 왕복하는 시승으로 확인을 해봤다.

순수 전기차로 총 846km 당일 시승 결과

경기도 군포 1호선 당정역 주차장에서 출발한 시간은 오전 5시 11분이었다. 내비게이션에는 부산 덕천공영주차장까지 374km, 소요 시간은 4시간 10분으로 표시됐다. 94%를 채운 배터리는 319km를 달릴 수 있다고 알렸다. 새벽 시간인 덕분에 상습 정체 구간인 영동고속도로 북수원, 경부고속도로 안성 부근까지 속도를 낼 수 있었다. 금강휴게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7시, 이 곳에서 식사하는 시간 동안 르노 조에도 충전을 했다. 걸린 시간은 약 40분, 충전비는 5911원이 들었다. 부산 가는 길, 대구에서 서부산으로 쉽고 빠르게 가는 길을 놓치는 바람에 다시 되돌아오면서 거리와 시간이 늘었다.

부산 북구 덕천공영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경, 437km를 오는 길 식사와 휴식한 시간을 보태 6시간이 걸렸다. 충전을 걸어 놓고 지인을 만나 식사를 하고 일 얘기를 하면서 2시간 남짓을 보내고 왔는데 낭패스러운 일이 생겼다. 계산대로 했다면 그 시간 가득 충전이 됐어야 했지만 충전기 고장으로 43%밖에 되지 않았고 주행이 가능한 거리는 130km밖에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부산에서 오후 1시 40분 출발해 되돌아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건천 휴게소에서 1시간 30분을 소비해야 했다. 충전기가 말썽을 부리지 않았다면 쓰지 않아도 될 시간이었다.

건천 휴게소에서 1만원을 들여 배터리 97%를 채웠다. 이때까지 달린 거리는 528km, 최종 목적지(1호선 당정역)까지 297km가 남았고 갈 수 있는 거리는 298km였다. 추가 충전이 없으면 애매한 거리였지만 고속도로 휴게소 대부분 급속 충전기가 마련돼 있어 걱정은 되지 않았다. 오후 4시30분경 건천 휴게소를 출발,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는 동안 르노 조에도 충전을 했다. 걸린 시간은 역 15분, 3000원으로 주행 가능 거리가 80km 늘었고 최종 목적지까지 여유 있게 달렸다. 1호선 당정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8시55분, 건천 휴게소 충전 그리고 휴게소를 빠져나온 직후 시작된 극심한 정체로 오전과 달리 부산에서 되돌아 오는데는 7시간이 걸렸다. 르노 조에가 달린 총 거리는 846km, 개인적인 볼일을 빼고 13시간을 달렸다. 한전에서 친절하게 문자 메시지로 알려준 이 날 총 충전 요금은 2만3825원이었다.

만족스럽다. 충전기 고장만 아니었으면 11시간 조금 넘게 걸렸을 것이고 전기차가 아닌 일반 차로 이 거리를 달린다고 해도 걸릴 수 있는 시간이다. 시동을 걸고 논스톱으로 달린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누구나 적절한 시간 휴식을 취해야 하는 것이 운전이고 끼니도 때워야 한다. 그런 자투리 시간 충전을 하면 전기차 주행거리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문경 휴게소에서 핫도그 하나 먹고 볼일 보는 15분 충전을 했을 때 주행거리가 80km나 연장된 것, 이것이 이날 시승 포인트다.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하고 그것이 기술인 것처럼 얘기하지만 사실은 효율적이고 일반화된 적정 수준 배터리로 합리적인 가격에 팔리는 전기차도 이런 장거리 운전이 가능하고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전기차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면 주행 가능 거리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다른 조건에도 관심을 가져보기 바란다. 조만간 르노 조에보다 주행가능 거리가 100km 이상 긴 전기차와도 비교해 볼 생각이다.

이것이 바로 르노 조에가 테슬라 모델3를 압도하는 이유

르노 조에는 유럽 전기차 베스트셀링카다. 테슬라 모델 3는 적수가 되지 못하고 폭스바겐 I.D3를 내놨지만 판매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6만대가 팔렸고 출시 이후 6년간 누적 판매 대수가 21만대나 된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5만4000대를 팔아 작년 기록을 크게 넘어설 전망이다. 르노 조에가 유럽 전기차 시장을 지배하는 비결은 합리적인 가격 경쟁력, 경쟁차들보다 짧은 주행 거리는 약점이 되지 않아서다. 상품성에 대한 만족감도 높았다. 800km가 넘는 장거리 시승을 당일, 단박에 마치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운전을 하는 재미 그리고 전기차가 가진 특별한 정숙함과 승차감이 피로도를 낮춰졌다.

이런 재미도 있었다. 르노 조에는 B모드 원 페달 드라이빙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빠른 감속이 이뤄지고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로 배터리를 충전하면서 주행 거리를 늘릴 수가 있다. 이날 건천 휴게소를 출발할 때 남은 거리보다 주행 가능 거리가 짧았지만 1시간 남짓 달렸을 때 수치가 같아졌다. B 모드를 활용한 전비 운전으로 주행 가능 거리는 늘고 거리는 줄어든 덕분이다. 르노 조에에 탑재된 100kW급 R245 구동 모터가 보여준 퍼포먼스도 인상적이다. 스티어링 감각에 최적화돼 있어 운전이 쉽고 편하다. 출발과 동시에 최대토크 25kgf.m이 뿜어져 나오고 최고 출력도 136마력이나 된다. 힘은 충분한 셈이다.

가속력도 뛰어나다. 정지상태에서 50km/h 3.6초, 80km/h에서 120km/h는 7.1초면 끝낸다. 대신 속도에 대한 감각이 무뎌진다. 워낙 빠른 페달 반응에 잠든 것처럼 조용한 주행 특성 때문에 순간순간 제한 속도를 넘길 때도 많았다. 르노 브랜드를 상징하는 C 타입 주간 전조등에 볼륨이 풍부한 외관, 10.25" 컬러 TFT 클러스터, EASY CONNECT 9.3" 내비게이션을 중심으로 한 실내 구성은 간결하지만 유용했다. 키를 꺼내지 않아도 가까이 가면 도어가 열리고 멀리 떨어지면 닫히는 것도 편리한 기능 가운데 하나였다. 다만 내비게이션에서 목적지를 찾고 설정하고 결정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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