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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민식이 놀이? 생사 가르는 놀이판 '자동차와 도로'

오토헤럴드 조회 수851 등록일 202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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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무 이유 없이 벽돌을 던져 차량 5대를 부순 40대 남성이 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멀쩡했던 차가 아무 잘못 없이 파손됐고 수리비가 1000만원이나 됐지만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배상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 보상도 받지 못했다. 보험 처리를 해도 피해자가 입을 손해는 적지가 않다.

#2. 목줄을 하지 않은 개가 차량으로 뛰어들어 다치는 바람에 한 운전자는 치료비와 위자료 190만원을 물어줬다. 개를 친 장소가 횡단보도였다는 것이 이유다. 차주는 횡단보도라도 목줄을 매지 않은 개가 차량이 있는 쪽으로 뛰어들어 사고가 났다며 항변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운전하면서 목줄 맨 개가 보이면 당황스럽게 됐다.

#3. 민식이 놀이가 요즘 초등생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단다. 처음에는 믿기 힘들었고 가짜 뉴스라는 얘기도 나왔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유튜브 영상을 보면 실제로 있는 일이고 보면 섬뜩하다. 어린이 보호구역을 지나는 차량의 후방에 접근하거나 뛰어드는 모습이 보인다. 누가 봐도 고의적이고 아찔한 놀이로 보인다.

학교 주변 그리고 아파트 단지 등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이런 일이 자주 보인다. 심지어 차량 전방에서 두 팔을 벌리고 달려드는 일도 있었단다. 이런 일을 당한 운전자들은 모골이 송연해진다. 뒤에 따라붙어 달리는 어린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멈춰 섰을 때 아이가 다치면 운전자는 범죄자가 된다. 이 위험천만한 놀이가 초등생 사이에서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단다.

생판 모르는 사람, 사돈에 팔촌, 자기 자식까지 보험 사기 범죄에 악용하는 어른이 고의로 이런 일을 벌이지 말라는 법도 없다. 어린이 보호 구역에서 정해진 법규를 지킨다고 해도 사고를 내려는 고의성까지 운전자가 대응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자동차가 잠재적인 범죄의 도구가 됐고 그래서 이를 악용하는 일에 아이들까지 놀이로 생각하는 세상이 됐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법 잘 지키고 조심 운전하면 될 일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일부 철없는 아이들의 일탈로 운전자가 볼 피해는 상상 이상이다. 어린이 보호 구역에서 아이가 다치면 설령 민식이 놀이였다고 해도 그걸 증명해 내지 못하면 모든 책임과 비난은 운전자의 몫이된다. 

민식이법 제정의 동기가 됐던 사고를 놓고도 말이 많다. 이런 모럴 해저드를 막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분야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당장은 아이들의 교육이 필요하다. 선진국에서는 교통안전을 전문으로 하는 담당 교사를 초등학교에 배치하고 이론교육과 현장 교육을 하게 한다. 이 교육을 받아야 하는 시간도 어떤 과목 못지 않고 연간 의무적으로 정해있다.

교통경찰이 초등학교에서 직접 안전 교육을 하고 일정 연령까지 어린이 등하교를 보호자가 반드시 책임지도록 하는 곳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도로 표지판과 자동차보험, 음주운전, 교통사고 현장 보존법 등에 대한 교육을 어릴 때 받고 수료증을 받아야만 성인이 됐을 때 운전면허를 받을 수 있다. 어린이도 면허를 받아야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나라도 있다. 어릴 때부터 교통안전이 몸에 배도록 한 이들 나라의 어린이 교통사고는 당연히 적다.

교통안전은 일방적 강요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도로의 구조와 시설, 자동차의 안전장치, 운전자와 보행자의 인식이 함께 높아져야 사고를 줄일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운전자에게 일방적인 책임을 묻는다. 교통은 모든 주체의 긴밀한 약속으로 이뤄지는 것인데도 사람을 치면 아무 잘못이 없어도 운전자는 '기본 과실'을 떠 안게 되고 책임져야 할 부분이 생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교통사고 보험사기가 발생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민식이법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이걸 놀이로 생각하는 아이 때문에 황당한 일을 당하는 운전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 학교와 가정에서의 교육, 그리고 무단횡단이나 차도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전시설 확충이 사실은 민식이법 이전에 이뤄졌어야 했다. 민식이 놀이가 유행하는 것은 따라서 어른들의 책임이다.

아무 이유 없이 차량을 부수는 일도 그렇고 목줄도 없는 개를 치고도 보상을 해 주는 것도 모자라 모골이 송연해지는 민식이 놀이 때문에 신세를 망치는 일이 없으라는 법도 없다. 아직도 어린이 보호 구역 교통안전 시설은 열악하다. 불법 주정차 차량이 여전한데도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아직도 속도 제한 표지판이 고쳐지지 않은 곳도 있다. 이래저래 자동차를 몰고 나서면 도로는 생사를 가르는 놀이판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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