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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렌토 하이브리드 사태 중요한 이정표로 새롭게 태어나기를

글로벌오토뉴스 조회 수1,306 등록일 2020.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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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쏘렌토의 출발은 기대 이상의 대성공이었다. 하루만에 1만 8천 대가 넘는 예약은 그랜저가 세웠던 기록마저 갈아치우는 역대급이었다. 심지어는 기아차 관계자들조차도 이 정도의 성공을 거두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 대성공은 직후의 ‘사고’에 의하여 더욱더 깊은 골을 남기게 되었다.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이 친환경차 연비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그래서 세제 혜택 등 친환경차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일단 가격표가 수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미 사전 예약을 마친 고객들에 대한 보상책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전부이어서도 안 된다. 왜냐하면 이번 4세대 쏘렌토는 본래 기아차의 주요 모델이기도 했고 이번 사전 예약의 고객 반응에서 더 중요한 점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첫째, 쏘렌토는 내수 시장에서 기아 SUV 라인업의 실질적 기함이다. SUV와 MPV 등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역사를 쌓아 온 기아차. 텔룰라이드가 국내에 판매되지 않는,그리고 바디 온 프레임 모델인 모하비는 충성도 높은 고객군들을 위한 스테디셀러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내수 시장에서 쏘렌토는 판매량은 물론 이미지에서도 기하 RV 라인업의 기함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함이라면 단순히 모델 하나가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와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쏘렌토는 충분히 자격을 갖추고 있다. 일단 기술적으로도 그렇다. 현대 쏘나타 – 기아 K5를 통하여 선보인 신형 3세대 플랫폼이 적용된 현대차 그룹의 첫 번째 SUV 모델이고 비록 이번에 구설에 올랐지만 정말 오랜 기간 기다렸던 새로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즉 1.6 터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최초로 선보인 모델이다. 구성 상으로도 대형 모델이 아님에도 2-2-2 레이아웃의 6인승 모델을 출시한 최초의 모델이기도 하다. 즉 쏘렌토는 새로운 기술적 내용과 새로운 고객 경험을 선보이는 등 기함의 역할을 충분히 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둘째, 파워트레인 전략의 전환점이다.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가격표 문제가 단순히 이미 예약한 분들의 구제 및 이후 고객들에게는 세제 혜택이 없는 가격표의 적용 식으로 기계적인 처리는 더 옵션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쏘렌토의 첫날 사전 계약 대수는 무려 1만8천여 대. 그랜저의 기록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의 기록이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그 가운데 1만4천 대가 복합형이었다는 것. 즉, 디젤과 하이브리드 등 두 개의 파워트레인 구성에서 하이브리드가 단연 우위를 차지해버린 것이다.

아무리 디젤게이트가 발생한 뒤라고 해도 SUV 시장에서는 여전히 디젤 파워트레인이 강세였던 것이 사실이었다. 물론 가격에 민감한 소형 SUV를 중심으로 고가의 디젤 엔진보다는 가솔린 파워트레인의 비중이 높아져 온 것은 사실이다. QM6와 같은 틈새 전략을 채택한 모델들이 가솔린과 LPG 엔진으로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쏘렌토와 같은 주력 모델 군에서는 여전히 디젤 파워트레인이 주류였었다.

그랬던 것이 이번 4세대 쏘렌토에서 글자 그대로 ‘단숨에’ 뒤집혔다. 기아차도 세제 혜택을 고려했을 때의 디젤과 하이브리드의 가격 차를 1백6십만 원까지 좁혔고 이 정도의 차이를 소비자들은 감내할 수 있다는 것을 기대 이상으로 명쾌하게 보여주었다. 따라서 디젤 엔진을 자연스럽게 하이브리드로 대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쏘렌토는 모델 하나보다 더 큰 이정표가 될 수 있었다.

21세기 초 자동차 시장의 대세 중 하나라는 SUV. 자동차 판매량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는 반갑지만 제작사들에는 동시에 고충 거리이기도 했다. 무거운 중량과 큰 저항 등에 의한 낮은 연료 효율, 이에 따른 이산화탄소 등의 배출가스 증가다. 친환경 규제가 엄격해지는 추세에 따라 제작사들은 탄소세 또는 오염세 등의 페널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대책이 필요했고 이산화탄소에 관한 한 디젤 엔진이 가장 현실적인 솔루션이었다. 하지만 디젤 게이트가 이런 안정적인 공식을 깨뜨려버렸다. 엄격해지는 디젤 관련 배출가스 기준은 디젤 엔진의 원가를 계속 끌어올려 그 자체로도 가격 경쟁력을 상실할 위험이 높다.

따라서 자동차 제작사들은 디젤 엔진을 대신하여 이산화탄소를 저감할 방법, 그리고 내연 기관의 오염 물질을 희석할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찾아야 했다. 가격과 마진 구조에 여유가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기존 모델에 PHEV 파워트레인을 탑재하거나 중~대형 전기 SUV들을 출시하였다. 즉 한 대로부터 커다란 감소 효과를 볼 수 있는 모델들을 일정 수량 판매하여 대다수의 일반 내연 기관 모델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덜고 오염물질의 평균값을 낮추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대중 브랜드에는 부담스럽다. 이미 대당 마진 구조가 악화되어 있는 상태에서 고가의 중대형 순수전기차나 PHEV가 야기하는 손해를 상쇄할 여유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순수전기차는 소형 모델을 중심으로 배치하고 중대형 라인업에는 하이브리드를 중심으로 가격 부담을 최소화하는 – 그러나 배출가스 저감 효과도 전기차나 PHEV보다는 제한적인 – 모델로 라인업을 구축하는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관점에서 바로 이 전략의 출발점이 되는 모델이 쏘렌토 하이브리드였던 것이다. 그리고 예상을 뛰어넘는 대성공을 거두었고 동시에 커다란 곤경에 처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선택은 무엇일까? 143만 원의 가격 인상과 90만 원 가량의 취·등록세 부담, 즉 230여만 원의 가격 상승 요인을 그냥 가격표에 반영하고 고객들의 선택을 기다린다? 미안하지만 이것은 절대로 선택지의 하나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등록비를 포함하면 디젤 모델과 1백만 원 이하의 가격 차에 불과하므로 고객들이 하이브리드로 쉽게 넘어오지만 3백만 원 수준으로 가격 차가 벌어지면 하이브리드는 기세를 잃게 된다. 만일 하이브리드로의 전환을 서서히 유도한다는 전략 아래에 처음부터 3백만 원의 가격 차를 가졌었다면 오히려 괜찮다. 신형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 매력을 느낀 적극적 고객층부터 잡아나가면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보편적인 주류 고객들을 하이브리드 모델로 초대한 상황이다. 초대한 뒤에 초대장을 회수한다면? 부정적인 반작용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중장기적으로도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기아차는 당장은 고객들의 가격 부담감을 최소화하는 가격 정책으로, 그 다음으로는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친환경차 조건을 만족시키도록 최대한 신속하게 시스템 업데이트를 완료하는 것,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많은 모델에 신형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하여 대량 구매에 의한 원가 절감 효과와 탄소세 등의 절감 효과로 전반적 수익성을 회복하는 방법으로 가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일단 열었던 뚜껑은 다시 닫으면 안 된다. 판도라의 상자가 전설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글 / 나윤석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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