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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파워트레인의 미래 25. 마케팅만으로 전기차를 판매할 수 없다

글로벌오토뉴스 조회 수189 등록일 2019.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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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기차 시장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있다. 배출가스 제로를 구현한다는 것이 배터리 전기차에게 당위성을 제공하는 이상이다. 그 이상을 근거로 미디어들은 각 나라가 내연기관 금지법을 시행하기로 했다는 제목과 세상은 빠른 속도로 전기차 시대로 가고 있다는 주장만 그대로 받아 쓰고 있다. 조금만 들여다 보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그 이면에 대해 고민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다. 여기에는 석탄 등 화석연료로 생산하는 전력을 사용하는 전기차는 무공해가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조차 끼어들 여지가 없다. 그러나 전동화차 판매를 주도하고 있는 중국의 판매가 하락세로 돌아서고 유럽도 시장 점유율이 1.6%에 불과하며 미국은 연비규제완화정책이라는 트럼프 리스크 등이 전동화차 시대로의 전이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과 덴마크가 보여 주듯이 보조금 혜택이 없으면 수요는 무너진다. 거기에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있는 것이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국제 모터쇼는 최고의 마케팅의 장이었다. 과거형으로 표현한 것은 모터쇼의 위상이 줄어 들었기 때문이다. 2019 프랑크푸르트오토쇼는 토요타와 PSA그룹, 기아차, 볼보, 페라리, FCA등이 참가하지 않는 등 규모가 축소됐다. BMW가 쇼의 공간과 예산을 2/3로 줄였다. 그런 속에서도 자동차회사들은 전동화차 판매를 위한 마케팅 활동을 모터쇼를 통해 펼쳤다.

폭스바겐이 첫 번째 배터리 전기차 전용 모델 ID.3를 선보였고 포르쉐는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을 공개했다. BMW 그룹에서는 미니의 첫 번째 배터리 전기차 쿠퍼SE를 출시했고 메르세데스 벤츠는 EQC에 이어 S클래스의 배터리 전기차 버전 EQS를 컨셉트카로 선보였다. 아우디도 전기 오프로드 컨셉트카 AI 트레일로 주목을 끌었다. 하이퍼카 브랜드들도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선보이며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현대자동차의 EV 컨셉트카 45도 새로운 시도였다. 포니 쿠페의 데뷔 45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개발된 모델이다. 시대적인 트렌드에 맞게 배터리 전기차를 상정하고 있지만 그 스타일링 디자인과 인테리어의 구성은 현대 브랜드의 미래 디자인 방향성을 보여 주고 있다. 그보다는 이제 현대자동차도 헤리티지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을 끈다.

하지만 유럽에서 열리는 모터쇼인만큼 유럽 메이커들과 유럽시장의 전동화차 전략에 관한 움직임이 더 많은 관심을 끌었다.

배터리 전기차가 국제 모터쇼의 무대에 오른 것은 2007 프랑크푸르트오토쇼였다. 당시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차 외부에 표시하며 디젤 엔진이 본격적으로 부상한 시기이기도 했다. 그런 한편으로 배터리 전기차의 도래를 예고한 이벤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이 동시에 가시화되지는 않았다. 2010년 테슬라가 모델S를 출시하며 분위기는 달라졌다. 테슬라라는 벤처기업은 자동차산업을 주도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흐름을 바꾸는 데는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배터리 전기차는 중소기업의 개조차라는 인식이 강했다. 기존 차량의 엔진을 들어 내고 전기모터와 관련 부품을 탑재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닛산 리프가 등장하고 BMW i3가 출시되면서 분위기는 상당히 달라졌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배터리 전기차로의 흐름을 바꾼 것은 2015년 폭스바겐의 디젤 스캔들이었다. 그때부터 배터리 전기차는 메이저 업체들의 비즈니스로 부상했다. 모든 메이커들이 2020년, 2025년, 2030년 배터리 전기차 판매 비율을 발표하며 배터리 전기차의 출시를 서둘렀다. 쉐보레가 볼트(Bolt) EV를 출시했지만 여전히 개조차가 더 많았다.


본격적인 배터리 전기차 전용 모델로 등장한 것은 재규어의 I-페이스와 메르세데스 벤츠 EQC였고 아우디 e-트론이었다. 그리고 2019 프랑크푸르트오토쇼를 통해 양산 브랜드 폭스바겐이 iD.3를 내놓았고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는 타이칸을 공개했다. 따지고 보면 뉴스에 등장하는 빈도에 비하면 본격적인 배터리 전기차는 몇 개 되지 않는다.

그러나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이 정부차원에서 배터리 전기차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및 연료전지 전기차와 함께 신에너지차(NEV)로 분류해 보조금을 지급해 전동화차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중국에서는 2009년부터 일부 소도시의 전기 버스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4년 중국 전역의 일반 신에너지차로도 확대되면서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다. 그 결과 2009년 1만대였던 전동화차 판매가 2018년 125만대까지 증가했고 올 해에는 160만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정부는 2020년에 200만대, 20205년에는 700만대로 신에너지차 시장을 키우겠다는 방침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정책 때문에 하이브리드 전기차에 올인해 오던 토요타마저도 2019년 연초의 전략을 6개월만에 바꿨다. 핵심은 당초 2030년까지 전동화차의 판매 비율을 50%로 늘리겠다는 것을 5년 앞당긴 2025년으로 한 것과 배터리 전기차와 연료전지 전기차의 판매를 2018년 2,449대에서 100만대로 늘린다는 것이 포인트다. 더불어 하이브리드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도 2018년 163만대 판매에서 450만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는 중국시장의 미래를 보고 내린 결정이다.


그러나 자동차회사들이 제시한 목표 달성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올 상반기 중국의 신에너지차 판매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49.6% 증가한 61만 7,000대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4월부터 신에너지차 보조금이 줄어든 것이 주 요인이었다. 그리고 7월에는 보조금 시행 이래 처음으로 4.7% 감소한 8만대에 그쳤다. 신차 판매가 13개월 연속 판매 감소세를 이어간 데 이어 신에너지차 판매도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중국의 전동화차는 BYD와 상하이자동차가 98%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BYD도 7월 한달 동안 신에너지차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11.8% 감소한 16,567대에 그쳤다. 이중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은 전년 동월 대비 35.2% 감소한 6495대, 배터리 전기차는 16.4% 증가한 9,515대가 판매됐다. 8월에는 중국 전체의 전동화차 판매가 16% 감소한 8만 5,000대에 그치며 어두운 그림자가 더 짙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 해부터 NEV규제를 시행하며 의무 판매 비율을 강제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다지 녹녹치 않다. 중국에서 신차를 판매하려면 올 해는 10%, 2020년에는 12%의 크레딧을 획득해야 한다.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현지 미디어들의 분석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신차 판매는 물론이고 신에너지차 판매를 위해 당국에서 대책을 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지방 자치단체들은 반응하지 않고 있다.

글로벌 시장으로 넓혀 봐도 현실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2019년 상반기 글로벌 전동화차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47.4% 증가한 112만대였다. 그 중 절반 이상이 중국시장에서 팔린 것이다. 전체 자동차 판매 중에서 2.4%의 점유율로 아직은 규모의 경제를 논할 수 있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2018년 같은 기간보다 0.8% 증가한 데 그친 것이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자동차회사 경영진들은 프랑크푸르트오토쇼를 통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나섰다. 마케팅 공세만으로 전동화차의 판매가 증가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유럽자동차제조자협회 회장인 PSA그룹의 CEO카를로스 타바레스는 합리적인 가격의 전기차가 제공되어야 소비자들이 눈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2016년 전기차에 부여하던 수입관세 180% 면세 혜택을 폐지한 덴마크에서 전기차 수요가 무너져 내린 것이 입증해 주고 있다.

대부분의 유럽 자동차회사들도 전동화를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일반 소비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3만 유로 이하의 모델은 테슬라의 모델3와 폭스바겐 ID.3 등 몇 개 되지 않는다 포르쉐 타이칸은 18만 5,456유로에 달하며 재규어 I페이스와 아우디 e트론도 프리미엄 시장에 속하는 중고가에 해당한다.


이들 배터리 전기차의 판매가 본격적으로 증가하려면 배터리 가격이 하락해야 하고 그때까지는 정부 당국의 보조금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이런 그들의 주장이 받아 들여지도록 로비를 하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현재 유럽 연합은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7.5%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배터리 전기차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고가의 배터리 전기차의 수요는 기대만큼 늘지 않고 있다. 업계는 각 정부가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 줄 것과 보조금을 강화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내 세우는 것은 이산화탄소 등 배출가스 저감이다.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전기차에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지만 현재의 상황에서는 수익을 낼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프랑크푸르트오토쇼 무대에 나선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2020년까지 독일 내에서 100만대의 전기차가 판매되도록 하겠다는 목표의 포기를 선언했다. 2018년 독일의 전동화차 판매는 5만 5,000대, 시장 점유율은 1.6%에 불과했다. 메르켈 총리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인류는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로 현실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미국시장도 트럼프 리스크로 전동화차의 미래가 밝지 않다. 트럼프는 연비 규제 완화정책을 공개적으로 선포한 상황이다. 트럼프의 뜻대로 규제완화 정책이 의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당초 2030년 미국시장의 전동화차 판매가 56%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3%로 줄어들게 된다는 분석이 나와있다.

자동차회사들은 규제를 달성하기 위해 전동화차에 대한 투자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고 제품 라인업을 늘리려 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높은 가격으로 인해 구매를 꺼리고 있다. 그나마 판매되고 있는 것은 대부분 보조금으로 인한 것이다. 보조금을 통해 수요를 늘리고 그 과정에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것이 가까운 미래에 해결될 것 같지 않다. 2019 프랑크푸르트오토쇼장을 가득 메운 전동화차에도 불구하고 지금 자동차업계는 장벽에 부딛혀 있다. 마케팅만으로 전기차가 팔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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