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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SUV 베뉴, 잘 만든 차 그러나 혼족 마케팅은 글쎄

오토헤럴드 조회 수3,002 등록일 201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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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초저출산, 인구절벽의 위기에 처해있다. 통계청은 우리나라의 15~64세의 생산연령인구가 2029년까지 연평균 33만 명, 2030년대에 접어들면 52만 명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생산연령인구로 진입해야 할 0~14세 인구는 연평균 13만5000명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초저출산, 인구절벽의 시대가 초래할 미래를 재앙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생산 가능 인구가 줄면서 노인이 증가하는 시대, 구구절절 바라보지 않아도 그런 시대가 가져올 혼란과 부담이 걱정스럽다. 그래서 혼자 사는 것을 재미로 삼는 TV 프로그램조차 불편하다. 혼자 사는 것도 꽤 살만하고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니, 가까운 미래 우리에게 닥칠 위기를 부추기는 것 같아서다.

현대차가 엔트리급 SUV 베뉴(VENUE)의 마케팅 컨셉을 '혼 라이프'로 설정한 것은 의도가 어떻든 시대적 상황과 맞지 않는다고 본다. 사회공헌을 한다며 거액을 기부하는 것도 좋지만 혼자 사는 것보다는 결혼하고 자녀를 낳는 것에 더 의미가 있도록 계몽을 하는 것도 모자란 판에 그걸 부추기는 '혼라이프'에 최적의 자동차를 만들었다고 자랑을 하다니.

그럼 기혼자나 자녀가 있는 가족들은 베뉴를 살 이유가 없거나 혹여 사더라도 주변의 이상한 시선을 감수해야 할 판이 됐다. 혹여 기혼자가 베뉴를 타면 결혼 반지를 빼고 다니는 격이 되니 오해를 살 수도 있다. 혼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결혼하고 자녀를 둔 부부가 한 대의 차를 사는 것보다 두 대를 나눠 파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설정한 마케팅 전략은 아닐 것으로 믿고 싶다.

억지스럽다고 하지 말라! 현대차 정도의 기업이면 내 차 보다 우리 차, 내 집보다 우리 집에 혼족 그 이상의 끈끈한 정이나 삶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밀어 붙여야 한다. 체구는 작지만 베뉴는 패밀리 SUV로 충분한 차다 그랬으면 어땠을까. 그래서인지 이광국 현대차 부사장은 "베뉴의 연간 판매 목표는 1만5000대"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과거 어떤 신차보다 보수적인 목표다.

항상 자랑스럽게 얘기했던 사전 예약 대수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베뉴는 기본기가 탄탄한, 매우 잘 만든 차라고 자신 있게 얘기한다. 내·외관의 디자인은 돋보이거나 부족한 것 없이 이 급의 경쟁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면부는 상단의 얇은 방향지시등과 주간전조등으로 둘러싸인 헤드램프, 팰리세이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캐스케이딩 그릴로 같은 형제라는 것을 과시한다.

범퍼에는 보디와 다른 컬러를 입힌 장식으로 멋을 부렸고 측면은 휠 하우스에 풍부한 볼륨을 줬다. 베뉴의 외장은 기본 10종의 원 톤과 3종의 루프 컬러를 조합해 11종의 투톤 루프 컬러로 21개의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 루프 컬러를 다르게 할 경우 선루프 장착이 어려운 다른 차종과 다르게 베뉴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 작은 차체에도 외관의 생김새가 그렇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건 쌍용차 티볼리(전고 1620mm)나 형님 격인 코나(전고 1565mm)보다 전고(1770mm)가 높고 전폭(1800mm)이 같거나 차이가 크지 않은 덕분이다.

측면을 시원스럽게 가로지르는 캐릭터 라인과 루프의 경사는 베뉴에 꽤 스포티한 인상을 입혀준다. 후면부는 수평을 기조로 테일게이트의 볼륨과 디테일하게 멋을 부린 'VENUE' 레터링으로 마감을 했다. 볼만한 것은 리어램프다. 어릴 때 문방구에서 팔던 딱지나 책받침에서 봤던 '렌티큘라' 렌즈를 사용돼 멍하니 바라보면 은하수를 바라보는 듯 몽환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트렁크의 구조에도 신경을 썼다.

러기지 스크린을 2열 등받이 뒤에 슬라이드 방식으로 깔끔하게 접어놓을 수 있게 했고 같은 방식으로 바닥 패널을 걷어 내면 제법 깊고 큰 공간이 나온다. 그러나 바닥 공간 중앙에 단단하게 고정된 수납함이 자리를 잡고 있어 좌우의 널찍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해 놨다. 아예 수납함을 떼어 놓고 비워 놓는 것이 나을 듯하다.

인테리어는 원가 절감의 흔적이 역력하다. 도어의 안쪽, 대시보드, 센터 콘솔 등 주요 부위가 모두 플라스틱이고 시트의 재질도 인공가죽보다는 두꺼운 비닐 수준의 소재를 얄팍하게 씌어놨다. 바닥의 크기나 착좌감이 형편없지는 않아도 열이 많은 사람은 한여름 불편을 감수해야겠다. 센터페시아의 AVN 위치도 애매했다. 에어 벤트 중앙에 어색하게 자리를 잡고 있어 균형감이 떨어졌고 클러스터는 평범했다.

콘솔부의 구성이나 고급스러움은 쌍용차 티볼리와 상당한 격차가 있다. 무단변속기(IVT) 아래로 드라이브와 트랙션 모드를 설정할 수 있는 다이얼이 있고 그 뒤로 두 개의 컵 홀더가 배치됐다. 수납공간은 크지 않지만 글로브 박스 상단, 도어 안쪽, 콘솔부 등에 부족하지 않게 만들어 놨다. 시승을 하면서 가장 놀란 것은 베뉴의 구동계다. 스마트 스트림 G 1.6 엔진에 스마트스트림 IVT(무단변속기)로 최고출력 123마력(PS), 최대토크 15.7(kgf·m), 복합연비 13.7km/ℓ의 수치를 가진 베뉴는 시동을 걸고 움직이기 시작해 속도를 올리고 고속에 도달할 때까지 기가 막힌 일관성을 보여준다.

같은 배기량을 올린 모델보다 출력이 낮지만, 베뉴는 월등하게 가벼운 체중(공차 중량 1215kg, 17인치 타이어)으로 감당하는 마력당 중량비가 좋아 경쾌하고 빠르게 반응한다. 에코와 노말, 스포츠 모드의 변별력도 제법이다. 특히 스포츠 모드에서 가속 페달을 강하게 압박하면 치고 나가는 능력이 인상적이고 원하는 만큼의 제동 능력도 보여준다.

N.V.H는 이 차급에서 보기 힘든 수준이다. 바닥 소음이나 풍절음, 보닛 아래에 품은 엔진음까지 적절하게 차단해 준다. 다만, 높은 전고와 노면과의 밀착감이 떨어져 조향을 거칠게 하면 가벼운 롤링이 발생하고 2열에서는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차체 반응이 신경질적으로 변한다. 서스펜션(전륜 맥퍼슨 스트럿/후륜 토션빔), 쇽 업소버의 감쇠력이 부드럽지 않은 탓이다.

작은 진동은 몰라도 큰 둔덕이나 노면이 고르지 않은 곳에서는 실내까지 제법 큰 충격이 전해진다. 사용해 보지는 않았지만, 2WD SUV의 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트랙션 모드(SNOW, MUD, SAND)도 제공된다. 베뉴의 또 다른 장점은 다채로운 커스터마이징 아이템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운전자의 무릎을 따뜻하게 보호해주는 워머, 반려동물 패키지, 오토캠핑용 공기주입식 에어 카텐트 등은 물론이고 외부를 더 멋스럽게 치장한 플럭스(FLUX) 트림도 제공한다. 가격은 착하다. 가장 낮은 사양에 수동변속기를 장착한 스마트 트림 1470만 원을 시작으로 최고급 트림인 FLUX가 2111만 원이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이탈방지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하이빔 보조 등 지능형 안전 시스템이 기본 품목인데도 그렇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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