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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역사의 시작 #28. 자동차 기술의 정수 '맥라렌 F1'

오토헤럴드 조회 수139 등록일 2019.02.08

1980년대 후반, 포뮬러 원(F1)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던 맥라렌 팀은 1988년에 아이르턴 세나(Ayrton Senna)와 알랭 프로스트(Alain Prost)라는 걸출한 드라이버와 MP4/4 경주차의 탁월한 성능에 힘입어 시즌 16차례의 그랑프리 중 15번 우승을 차지하며 정점에 이른다. 이에 고무된 맥라렌 경영진은 F1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성능을 내는 일반 도로용 차를 개발하기로 결정한다.

1970년에 세상을 떠난 팀 설립자 브루스 맥라렌(Bruce McLaren)이 계획했던 미완의 스포츠카 M6GT의 개념을 이어받아, 경주차 개발을 통해 얻은 경험과 최신 기술을 접목해 '도로 위를 달리는 경주차'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그 결과 만들어진 차가 맥라렌의 첫 양산 스포츠카인 F1이다.

설계는 맥라렌 F1 경주차 설계 책임자인 고든 머레이(Gordon Murray)가 맡았다. 머레이는 당시 혼다가 개발하고 있던 NSX를 경험해 보고 뛰어난 승차감과 핸들링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는 NSX처럼 균형잡힌 운동 특성에 더 뛰어난 성능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고출력 엔진을 찾았고, 우선 맥라렌의 엔진 공급업체였던 혼다에 F1 경주차용 엔진을 바탕으로 새 엔진을 만들어줄 수 있는지 문의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던 탓에 대안을 찾아야 했고, 결국 BMW M의 엔진을 얹게 되었다. BMW M이 만든 V12 6064cc 엔진은 가변흡기 및 가변밸브리프트 시스템과 니카실(Nikasil) 실린더 코팅 등 최신 기술을 반영해 627마력의 최고출력을 냈다.

또한, 알루미늄 합금 실린더 헤드와 블록을 비롯해 주요 부품에 가벼운 마그네슘 합금을 써서 엔진을 경량화했는데, 머레이가 설계할 때 기준으로 삼은 것보다는 무거웠지만 출력은 더 높았다. 변속기는 6단 수동으로, 높은 엔진 출력을 감당할 수 있도록 세 개의 탄소섬유 클러치 판을 썼다. 아울러 토센(Torsen) 방식 차동제한 디퍼렌셜을 기본으로 달아 동력전달 특성을 최적화했다.

섀시는 전체를 한 덩어리의 탄소섬유강화 플라스틱(CFRP)으로 만들었다. 이 소재와 구조를 쓴 양산차는 맥라렌 F1이 처음이었다. 실내는 차체 중심선에 맞춰 운전석이 있고, 그 뒤쪽으로 두 개의 좌석을 빗겨 배치했다. 도어는 A 필러 아래와 지붕의 경첩을 기준으로 위를 향해 비스듬히 열리는 독특한 형태였다. 섀시와 차체는 물론 주요 부품들에 탄소섬유, 티타늄, 금, 마그네슘, 케블라 등 고가의 첨단 소재로 최대한 무게를 줄였다.

독특한 더블 위시본 구조로 만든 서스펜션은 승차감과 핸들링, 고속주행 안정성 등을 모두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세심하게 조율했다. 피터 스티븐스(Peter Stevens)이 디자인한 매끄러운 차체는 공기역학 특성도 뛰어나, 공기저항계수가 0.32에 불과했다. 기본 모델은 외부로 돌출된 스포일러를 달지 않고 차체 만으로 공기역학적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디자인했지만, 뒤 디퓨저에 차체 아래쪽 공기를 뒤로 뽑아내는 전동 팬을 달아 표면효과를 높였다.

아울러 차체 뒤쪽 끝의 스포일러는 속도에 따라 각도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것은 물론, 공기흐름을 유도해 뒤 브레이크의 냉각효율도 높였다. 실내는 편의성을 고려해 최대한 경량화하면서도 실용적으로 꾸몄다. 좌석은 CFRP 뼈대에 얇은 코놀리 가죽을 입혔고, 편의장비도 비교적 풍부했다. 당시 순수 스포츠카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파워 윈도우, 중앙집중 도어 잠금 기능이 있는 리모컨, CD 체인저 등이 기본으로 달렸고 금도금한 티타늄 공구와 구급상자도 실렸다.

아울러 적재공간 크기에 맞춰 전용 가방도 함께 제공되었다. 스티어링 휠은 따로 각도나 거리를 조절할 수 없어, 페달 위치와 함께 출고 전에 구매자 체형에 맞춰 조정했다. 계획에서 설계, 생산에 이르기까지는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려, 맥라렌 F1은 1992년 5월 모나코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F1은 혁신적 기술만큼이나 뛰어난 성능으로 주목받았다.

다섯 대의 시제차 중 하나는 1993년 이탈리아 나르도 트랙에서 시속 372km의 최고속도를 기록했고, 자동차 전문 매체 시승에서도 시속 350km를 거뜬히 넘겼다. 그와 더불어 1990년대 걸쳐 성능과 관련한 기록을 여러 개 갈아치웠고, 지금까지 자연흡기 엔진을 얹은 승용차로서 가장 빠른 차라는 기록을 지키고 있다.

1998년까지 106대 한정 생산된 맥라렌 F1은 1990년대 자동차 기술의 정수를 모은 차로 성능의 기준을 세우며 수퍼카 개발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그리고 승용차로 개발되었지만 GT 클래스 경주차 버전인 F1 GTR도 만들어져 1995년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하는 등 활약하기도 했다.

 


류청희 칼럼니스트/webmas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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