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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역사의 시작 #26. 일본 최초의 빨간색 '혼다 S500'

오토헤럴드 조회 수1,071 등록일 2019.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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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가 시판한 첫 자동차는 1963년 8월에 나온 T360 경 트럭이었다. T360도 기술적으로 흥미로운 점이 많지만, 두 달 뒤에 판매를 시작한 S500은 그 이상으로 큰 의미가 있다.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 의지가 직접 반영되었고, 당시까지 혼다가 쌓은 모터사이클 경험을 바탕으로 이후로 나올 자동차들의 성격과 이미지를 규정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혼다가 자동차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1958년 9월, 혼다 시로코(白子) 공장에 있었던 기술연구소에 자동차 개발을 맡을 제3연구과가 만들어지면서 부터다. 이곳에서는 국민차 규격에 맞춰 승용차와 트럭, 스포츠카의 시제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트럭은 당시 일본 내 수요가 많았던 상용차 시장을 의식한 후지사와 다케오(藤?武夫)와 스포츠카는 기존 자동차 업체와의 직접 경쟁을 피하면서 새로운 수요를 개척하는 한편 모터스포츠 참여를 통한 자동차 발전을 꾀한 혼다 소이치로의 의견을 따른 것이었다.

한창 개발이 진행 중이던 1961년 5월에 통상산업성이 자동차 행정 기본방침을 통해 생산업체 신규 참여를 금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혼다의 움직임은 바빠졌다. 법안이 시행되기 전에 생산실적을 만들지 않으면 자동차 산업 진출이 가로 막힐 수 있었다. 결국 1962년 초에 경 스포츠카와 경 트럭부터 양산 전 단계의 시제차 제작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1962년 6월, 건설이 한창이었던 스즈카 서킷에서 혼다는 스포츠카인 스포츠 360 시제차에 개발책임자 나카무라 요시오(中村良夫)를 동반석에 태우고 관중 앞을 달렸다.

시제차 개발을 시작해 완성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겨우 4개월 반 정도였다. 그리고 10월에 열린 전일본 자동차 쇼(지금의 도쿄모터쇼)에 스포츠 360, 스포츠 360을 바탕으로 크기를 키운 S500, 경 트럭인 T360을 함께 전시했다. 여러 여건을 고려한 끝에, 혼다는 스포츠 360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혼다의 첫 시판 승용차는 S500이 되었다. 경차와 소형차를 고루 내놓음으로써 혼다를 법적 제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종합 자동차 회사로 키우는 한편 기왕 스포츠카를 내놓는다면 성능 면에서도 손색이 없는 차를 만들겠다는 혼다 소이치로의 생각이 반영된 결정이었다.

S500은 스포츠 360의 차체 너비를 약 10cm, 길이를 약 30cm 키우고 더 큰 엔진을 얹은 모델이었다. 디자인은 가와무라 마사오(河村雅夫)가 맡았다. 혼다의 첫 차에 쓰인 수랭식 4기통 엔진은 당시 양산차로는 평범하지 않은 기술이 쓰였다. 밸브계는 고회전 특성이 뛰어난 DOHC(기통당 2밸브) 구성으로, 모터사이클 엔진의 경험을 살린 것이었다. 흡기 쪽에는 실린더마다 한 개씩 모두 네 개의 카뷰레터를 달았고, 배기 매니폴드는 실린더마다 길이를 통일했다.

실린더 헤드와 블록은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드는 한편, 회전수를 충분히 높일 수 있도록 값비싼 니들롤러 베어링으로 크랭크샤프트를 지지했다. 초기에 492cc 였던 배기량은 양산 모델에서 531cc로 커졌고, 8000rpm에서 44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며 회전한계는 9500rpm에 이르렀다. 당시 양산차로서는 보기 드문 고회전형 엔진이었던 셈이다.

변속기는 1단을 제외한 나머지 단에 동기기구(싱크로나이저)가 쓰인 4단 수동이었고, 뒤 디퍼렌셜에서 갈라져 나온 드라이브 샤프트가 다시 알루미늄 케이스에 들어 있는 체인 구동계를 거쳐 뒷바퀴로 구동력을 전달하는 동력계 배치가 독특했다. 모터사이클의 것을 연상케 하는 이 체인 구동계는 서스펜션의 트레일링 암 역할도 했고, 절묘한 디퍼렌셜 배치로 차체 뒤쪽에 스페어 타이어를 넣고도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단순한 사다리꼴 프레임에 달린 서스펜션은 앞이 더블 위시본, 뒤가 구동방식을 고려한 트레일링 암 형식으로, 당시에는 경주차에서나 볼 수 있는 구성이었다. 1963년 10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S500은 45만 9000엔의 가격표가 붙었다. 스포츠카 성격의 일본차 가운데에서도 꽤 저렴한 값이었다.

또한, S500은 일본 승용차 처음으로 빨간색 차체를 쓴 것이 화제가 되었다. 당시 빨간색은 긴급자동차 전용으로 일반 차에서는 쓸 수 없도록 법으로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혼다는 일본 운수성과 논쟁을 벌인 끝에 사용허가를 받았다.

S500 이후로 다른 업체들도 빨간색 차를 내놓기 시작했다. 혼다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차인 S500이 판매된 기간은 1년 남짓으로 무척 짧았다. 1964년 말에 같은 설계를 바탕으로 더 큰 엔진을 얹은 S600에게 자리를 넘겨주었기 때문이다. 1년여 동안 생산된 S500은 1363대였고, 이후 S600, S800으로 발전하며 초기 혼다 스포츠카의 기틀을 마련했다.

첫 승용차가 모터스포츠에서 갈고 닦은 모터사이클 기술이 어우러진 창의적 스포츠카였다는 사실은 소비자들의 기억에 혼다의 브랜드 이미지를 뚜렷하게 새기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혼다가 경 스포츠카 출시를 포기하는 계기가 되었던 통상산업성의 자동차 산업 신규진출 금지 움직임은 법안이 폐기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말았다.


류청희 칼럼니스트/webmas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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