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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적폐 규정' 하나로 망가지고 있는 전기차 시장

오토헤럴드 조회 수1,497 등록일 2018.05.14

사진 ev-line 사진 ev-line

전기차 빅뱅이 시작됐다. 올해 보조금 지급 대상 전기차 2만 대는 접수가 시작된지 3주만에 소진됐고 추경예산으로 약 8000대가 추가됐다. 전기차의 단점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다.

일충전 주행거리가 400Km에 육박했고 세계 최고 수준의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는데다 공공용 급속 충전시설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전기차의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형 충전 인프라 구축은 중요한 사안이다. 이 가운데 공공용 급속 충전기는 직접 사용하기보다는 비상용이나 연계용의 ‘플라스 보우’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 어디서든 쉽게 이용이 가능한 충전기가 있으면 안심하고 전기차를 구매하기 때문이다.  

이는 유럽 등 선진 사례에서도 많이 증명되고 있다. 공공용 급속 충전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대부분 일반 휴대폰과 같이 저녁에 들어가 집에 있는 완속 충전기에 꼽고 충전시켜 아침에 나오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충전 방식이다. 

완속 충전은 전기비가 가장 저렴하면서도 배터리 수명에도 좋고 완전 충전이 되어 일석 삼조의 효과가 있다. 일반 가정집이나 빌라 정도면 문제 없이 심야 충전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문제는 집단 거주지다. 

대도시의 약 70%가 아파트와 같은 집단 거주지인 우리 특성상 공용 주차장의 전기차 충전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개인을 위한 심야용 완속충전을 위한 주차장 확보도 불가능하다. 일본이나 중국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에 있어 최고의 걸림돌이 바로 이런 공용 주차장의 충전 시설 설치가 어려운데서 시작한다. 전기차 신청자 상당수도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거 특성때문에 포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이동용 충전기다. 

주차장 벽면에 있는 일반 콘센트를 활용하여 RFID로 등록하고 개별 고지가 가능하도록 스마트 그리드를 통해 전기차가 쉽게 충전할 수 있는 장치다. 충전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로 정부도 적극적으로 권고하는 대안이다.

지난 4년간 이렇게 구축된 전국 아파트 등 집단 거주지의 RFID 콘센트는 7만 곳을 넘었고 올해 10만 곳 이상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주민간 멱살을 잡고 싸우는 일도 발생한다.

수십 년간 유지되고 있는 한국전력공사의 업무 지침 하나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현재 일반 전기차 소유자가 이동용 충전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개인 건물의 전력설비 용량 내에서 분리 과금 신청을 하고 허용을 받아야 한다.

아파트는 관리소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전기차를 구매하는 각각의 개인이 매번 이동용 충전기를 법적으로 계량화해 개인별 개별 분리 과금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마저도 고압 건물만 가능하다.

관리소장 승인과 아파트 입대위 회장의 날인 신청을 받아야만 비로소 개별적으로 이동용 충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하고 사용한 전기비를 납부할 수 있다. 

한 아파트에서 10명의 입주자가 전기차를 구매했다고 가정했을 때 같은 과정을 10번 거쳐야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번잡하고 필요 없는 과정은 아파트 입대위 대표 날인 문제로 대표와 입주자가 다투는 일로도 번지고 있다. 

일선의 한전 지사들도 담당 구역에 전기차를 늘어날 때마다 같은 과정을 반복하는 업무에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이동용 충전기를 설치하는 사업자도 마찬가지다. 전기차 구매자와 거주자, 한국전력, 설치 사업자 모두가 수십 년 묵은 한전의 업무 지침 하나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것이다.

중앙정부와 국회 등이 전기차 활성화에 올인을 하고 있지만 일선에서는 ‘적폐 규정’ 하나 때문에 시장이 망가지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각 부처간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산업 융합 옴부즈만도 해결을 하려고 나섰지만 담당 공기업은 요지부동이다.

이동용 충전기 사업자들은 한국전력공사의 업무 규정을 준수하면서 지난 4년간 시범 운영을 거쳤다. 그러나 최근 시범기간이 다시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따라서 적폐 규정의 폐해를 해당 중소기업과 소비자가 다시 감당해야 할 상황이 왔다.

한전은 '적폐 규정'이 필요한 이유를 전기를 불법 사용하는 '도전'을 막기 위해서라고 둘러대고 있지만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는 인증된 시스템이고 안정적이라는 것은 이미 여러차례 확인됐다.

따라서 중앙정부는 전기차 보급이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일선의 업무지침 하나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하루속히 해결하기를 바란다. 이 부분이 바로 정부가 얘기하는 ‘일선 적폐’다.  


오토헤럴드 기자/webmas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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