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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억억 거리는 꼴찌 랜드로버, 일등보다 중요한 정보 '바닥권'

오토헤럴드 조회 수662 등록일 202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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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수 천만 원이 넘는 고가 내구재다. 그런데도 자동차 대부분은 선입견을 품고 소비가 이뤄진다. 지인이 타는 차, 아는 영업사원, TV 광고, 언론에 노출된 정보, 마케팅에 현혹돼 구매하는 것이 보통이다. 자동차 선진국은 조금 다르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도 신분이나 개성을 뽐내고 과시하는 소비가 일부 있지만 이보다는 꼭 필요한 차를 고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다른 것은 각종 시장 조사, 평가 자료를 신뢰하고 활용한다는 점이다. 컨슈머리포트(Consumer Reports), 제이디파워(J.D.POWER), 켈리블루북(Kelley Blue Book), 스트래티직 비전(Strategic Vision) 등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곳들에서 나오는 자료들이다. 우리나라에도 꽤 큰 규모로 자동차 시장을 조사하고 소비자를 상대로 평가를 진행하는 곳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상위권은 노출이 돼도 '꼴찌'는 공개하지 않는다.

예외 없이 꼴찌가 드러나기 때문에 미국 자동차 조사 및 평가 기관은 공신력을 인정받는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필요하다면 구매 1순위에 놓고 살펴야 할 일등 정보 못지않게 아무리 싸고 좋아 보여도 사지 말아야 할 차 정보가 필요하다. 최근 제이디파워가 공개한 2021 내구 품질 조사(Vehicle Dependability Study 2021. VDS) 결과도 기아가 일반 브랜드 1위에 올랐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을 뿐, 하위권 관심은 상대적으로 덜했다. 그래서 하위권 목록을 살펴봤다.

제이디파워 내구품질 조사(VDS)는 최소 3년간 자동차를 소유하면서 경험한 불만 건수가 100대당 몇 건인지로 순위를 매긴다. 올해 조사에서 기아는 100대 차량에서 평균 97건으로 조사돼 토요타와 현대차를 제치고 전체 33개(테슬라 포함 33개) 브랜드 가운데 3위, 일반 브랜드 중에서는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전체 순위에서는 렉서스가 88건으로 1위, 포르쉐는 86건으로 2위에 올랐다.

주목해야 할 것은 산업평균지수(121건) 아래 어떤 브랜드가 있느냐다. 대한민국이 유독 사랑하는 메르세데스 벤츠는 100대당 불만 건수가 122건, 폭스바겐은 163건이나 됐다. 이건 벤츠나 폭스바겐을 가진 소비자 전체가 1건 이상 고장이나 이상에 따른 품질 불만을 경험했다는 얘기다. 브랜드 전체 순위로도 벤츠는 15위 폭스바겐은 28위에 불과했다. 한국은 없어서 팔지 못한다는 볼보 역시 143건으로 최하위 그룹에 속해 있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럭셔리, 프리미엄으로 제품을 소개하는 재규어 랜드로버가 꼴찌라는 점이다. 제이디파워가 매년 발표한 신차 품질, 내구 품질 순위 단골 하위권이기는 해도 재규어(186건)와 랜드로버(244건)가 알파 로메오(196건)를 사이에 끼어 꼴찌라는 것은 우리가 눈여겨보고 주의할 대목이다. 국내에서도 품질 논란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는 있지만 차량 100대에서 3년간 소비자가 불만 경험 건수가 244건이나 됐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재규어와 랜드로버 모델 대부분은 억대가 넘는 고가에 팔리고 있다. 국내에서 수입산이라는 이유로 '럭셔리 브랜드'로 대우를 받으며 비싸게 팔아도 불티나게 팔리는 미니(125건), 아우디(127), 미니(125건), 포드(130건), 지프(141건), 혼다(145건) 등도 모두 하위권이다. 제이디파워 내구 품질 조사 결과를 믿고 흉기로 불리는 현대차와 기아를 비교하면 미국 소비자 선택은 분명해 보인다. 

더불어 우리 자동차 브랜드 품질이 예전과 다르다는 것도 확인이 됐다. 신차품질에 이어 내구품질까지 좋아지면서 작년 코로나 19 확산으로 수요가 급감한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은 닛산을 추월하고 혼다를 맹추격했다.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배경을 제이디파워 내구품질 조사 순위가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제이디파워 내구품질조사는 차량 구매 후 3년이 지난 소비자 3만3251명에게 177개 항목에 대한 만족도를 직접 묻고 100대당 불만 건수를 집계해 점수가 낮을수록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미에서는 신차를 구매할 때 컨슈머가이드와 함께 가장 중요한 구매 가이드로 활용되는 자료다. 이번 조사에서 구매자 데이터가 부족해 공식 순위에 포함되지 않은 테슬라는 176건으로 역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그러니 정확하다고 할 수밖에.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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