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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묘하게 겹치는 벤츠와 테슬라 그리고 독일과 한국

오토헤럴드 조회 수509 등록일 2020.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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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는 상반기에만 7000대에 달하는 모델3를 국내 시장에서 팔았다. 한국에서 유독 잘 나가고 있는 테슬라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유럽에서도 모델3를 앞세워 전기차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한국에서 유난스러운 현상이 또 있다. 묻고 따질 것도 없는 메르세데스 벤츠 사랑이다. 팔리는 대수로 한국이 몇 번째 시장이고 어떤 모델이 가장 많이 팔렸고 하는 얘기가 새삼스럽지 않을 정도로 애정이 넘친다. 

1월부터 7월까지 벤츠는 4만대가 넘는 차를 한국에서 팔았다. 코로나 19로 독일은 물론 세계 어느 시장을 가릴 것 없이 고전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한국에서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가 늘었고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30%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올해 누적 판매량에서 벤츠는 국내에 생산 시설을 가진 쌍용차를 6000대 격차로 추격하고 있다. 

테슬라 상황도 비슷하다. 모델3가 본격 출고되기 시작하면서 국산 전기차 판매는 급감했다.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 가운데 43%를 테슬라가 휩쓸어 가면서 논란이 일고 있을 정도로 독주하고 있다. 벤츠는 상품성이 워낙 뛰어나서 그렇다고 해도 테슬라는 조악한 품질 논란에도 묘한 군중심리가 더해져 많은 사람이 애를 태워 가면서까지 기다리고 있다.

좋은 차 또는 특별한 가치를 가졌으니 잘 팔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자동차 본고장 독일에서 테슬라는 뜻하지 않은 이유로 고전을 하고 있다. 독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신차 판매가 급감했다. 1월부터 7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0% 감소한 152만6000대로 부진했다. 반면 전기차 수요는 급증했다. 같은 기간 88% 증가한 6만1000대가 팔렸다. 전체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 미만에서 올해 4%로 확대됐다.

독일에서는 공공기관 수요와 환경규제 강화로 전기차 증가세가 더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테슬라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6800대에 달했던 판매 대수가 올해 5300대로 줄었다. 전기차 수요가 많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판매가 줄어든 탓에 테슬라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8.4%에서 올해 8.7%로 급감했다.

폭스바겐 ID.3

독일 전기차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브랜드는 폭스바겐이다. 올해 2만3400대를 팔아 시장 점유율 38.3%로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과시하고 있다. 9917대를 팔아 2위에 오른 르노와도 상당한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3위는 7353대를 판 현대차다. 각사 실적에는 폭스바겐에 아우디, 현대차에 기아차 같은 계열 브랜드가 포함돼 있다.

테슬라는 5306대로 현대차에 이은 4위다. 그러나 메르세데스 벤츠(5305대), BMW(4898대)와 격차가 크지 않고 7월 판매로만 보면 이미 역전이 된 상태여서 테슬라 순위는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할 것이 유력해 보인다. 독일에 생산 시설을 짓고 있는 테슬라 입장에서 최근 판매 부진은 매우 심각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테슬라는 왜 이렇게 갑작스러운 추락의 길로 들어선 것일까. 지난 몇 년간 테슬라 말고는 다른 전기차를 선택할 여지가 없었던 독일 시장 상황이 변화한 데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폭스바겐이나 벤츠, BMW, 아우디는 말로만 전기차를 얘기했을 뿐 양산을 미뤄왔다. 그러나 폭스바겐 계열 디젤 게이트 이후 디젤차가 외면받자 테슬라가 주목을 받고 제법 팔리는 것을 목격하면서 서둘러 전기차를 내놓고 판매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일본 이상으로 자국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독일 소비자들은 자국 업체들이 내놓은 훌륭한 대체품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폭스바겐 주력 전기차 ID.3가 테슬라 모델3와 비교해 상품성이 월등하지 않은데도 수요가 몰렸다. 결국 자동차 본고장 독일을 공략해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던 테슬라는 지난 7월 203대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는데 그쳤다. 

테슬라가 전기차라는 화약 심지에 불을 붙이기는 했지만 막강한 자본과 연구, 생산, 물류, 서비스 네트워크를 갖춘 거대 완성차 벽을 허물기는 한계가 있고 따라서 대 폭발을 목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내 시장 상황도 독일과 비슷해질 전망이다. 시점은 내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탑재한 현대차 준중형 CUV 아이오닉 5가 세상에 등장하는 때가 될듯하다. 벤츠는 몰라도 테슬라는 수많은 거대 완성차 기업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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