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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검은 돈, "폭스바겐이 살인 무기라는 것 꿈에도 몰랐다"

오토헤럴드 조회 수854 등록일 201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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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다는 핑계로 휴일 내내 넷플릭스를 뒤졌다. TV를 꿰차고 대부 전편(넷플릭스에는 없다)을 찾아 헤매려는 만행에 질린 아내가 리모컨을 빼앗으려는 순간, 솔깃한 제목이 스쳐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검은 돈(원제 DIRTY MONEY), 더러운 돈이라니. 더 관심을 끈 것은 시즌1, 1회차 타이틀이다. 그린 디젤의 배신(원제 HARD NOx), 솔깃했으니 아내의 타박에도 플레이를 눌렀다.

러닝타임  1시간15분의 이 다큐멘터리는 폭스바겐 제타의 운전자가 "완벽한 차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디젤 제타 왜건 광고에 홀딱 넘어갔다"는 독백으로 시작한다. 폭스바겐 2.0 TDI가 청정 디젤엔진, 그린카라는 광고 영상이 나오고 "뿌듯함에 입이 찢어졌다"는 격한 독백, 그러나 곧 자신이 "살인 무기를 몰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한다. 검은 돈은 2015년 시작된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검은 돈은 폭스바겐이 히틀러의 명령에 따라 페르디난트 포르쉐로 시작해 그의 손자 페르디난드 피에히에 이어 마틴 빈터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왜 디젤 엔진에 집중하고 무슨 이유로 2015년 훨씬 그 이전부터 배출가스를 조작해 왔고 왜 했는지, 어떤 부정한 방법들이 동원됐는지를 차분하지만 세밀하게 보여준다.

이런 다큐멘터리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지만 영상에는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들이 수두룩하게 담겨져 있다. 비틀 한 개의 모델로 미국에서 연간 50만대를 팔았던 폭스바겐이 품질 문제로 8만3000대까지 추락하자 피에히가 디젤차에 승부를 걸었고 1996년부터 TDI를 청정엔진이라고 광고를 하기 시작한다.

골프가 제타가 티구안이 미국에서 불티나게 팔렸던 것도 TDI가 휘발유를 능가하는 성능에 클린, 청정 엔진이라는 홍보가 먹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폭스바겐이 TDI의 청정성을 스스로 의심하면서도 이를 감추기 위해 어떤 꼼수를 부렸는지 그리고 도덕적으로 비난 받아야 할 것들을 폭로하는 대목은 충격적이다.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폭스바겐은 주행하는 디젤차를 자전거를 타고 따라가도록 한 다음 인체의 변화를 검사라는 인체 실험, 원숭이를 대상으로 배출가스를 주입해 폐의 이상 변화를 살펴보는 동물 실험도 마다하지 않았다. 폭스바겐이 처음 디젤차에서 과도한 오염물질이 배출된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이를 바로 잡겠다며 실시한 리콜이 사실은 그런 조작 사실을 알 수 없게 하기 위해 더 정교한 소프트웨어를 심는 업그레이였다는 사실도 폭로한다.

조작을 덮기 위한 리콜이었던 셈이다. 폭스바겐의 배출 가스 조작 사실이 드러나게 된 배경도 흥미롭다. 이 사실을 처음 발견한 미국의 환경 단체는 디젤 엔진의 유해성을 지적한 보고서에 반박하기 위해 청정성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을 했다. 그러나 이 실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실험실보다 500% 이상 많은 배출가스가 뿜어져 나오자 원래의 목적 대신 조작여부를 확인하기 시작했고 결국 찾아낸다.

2007년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부터 시작한 미국의 환경규제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강화하자 폭스바겐은 최고 경영진을 포함한 엔지니어들이 조직적으로 실험실과 실제 도로 주행에서 배출가스가 다르게 조작했다는 사실도 폭로한다. 어떤 방법으로 미국의 환경 관련 당국을 속여왔는지, 전세계 소비자를 속여왔는지 세세한 내용을 모두 소개할 수는 없지만 검은돈은 노골적인 비유로 폭스바겐의 부도덕한 것들을 지적한다.

2차 세계 대전 유대인을 독가스로 학살한 히틀러의 명령으로 만들어진 폭스바겐이 20세기에도 낙스(NOx, 질소산화물)이라는 독가스로 전세계를 병들게 했다는 뼈 아픈 지적도 나온다. 라틴어로 디젤(Diesel)이 더럽다는 의미라는 것도 검은 돈을 보면서 처음 알았다.

비틀과 마이크로 버스가 미국에서 불티나게 팔렸던 이유도 알고보니 허탈했다. 워낙 단순해서 약물에 취해서도 고치기 쉬웠고 그래서 히피족에게 특히 인기가 많았으며 달리는 차 안에서 민망한 짓을 하기 좋았기 때문이라고 비꼰다. 폭스바겐은 미국에서 천문학적 벌금을 내고 TDI를 장착하고 문제가된 자동차를 대부분 회수해 아스팔트의 무덤으로 불리는 구 디트로이트 라이언스 주차장에 세워놨다.

대부분은 분해가 됐지만 일부는 수리를 하거나 재활용된다고 한다. 폭스바겐이 우리에게 한 대응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2017년 제작된 다큐멘터리를 이제서야 봤다는 것이 창피하지만 그리고 많은 사람이 이미 봤을 수도 있겠지만 자동차를 어떻게 생각하든 보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꼭 보라고 추천한다.

지금도 폭스바겐의 디젤차, 리콜 수리조차 받은 디젤차가 우리 주변에 수두룩하다. 그대로 둘 것인가. 클린 디젤이라고 앞장서 얘기했던 사람들이 떠 오른다. 검은 돈은 "우리의 아이, 당신의 폐는 건강한가"를 묻는다. 그럼에도 폭스바겐은 전세계 100여개 공장에서 60만명이 일하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제조사로 성장했다.(주의:디젤차에 관심이 있다면 시청을 삼가할 것)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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