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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식 칼럼] 불법 '타다'에서 배워야 준법 '택시'가 산다

오토헤럴드 조회 수651 등록일 201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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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의 일이다. 12월 어느 날 송년회를 마치고 광화문 세종회관 앞에서 1시간 10분 동안 택시를 잡았다. 빈 택시가 수없이 지나갔지만 '산본'이라는 말에 아무도 서지 않았다. 꼼수를 부려 과천을 불렀고 그곳에서 다시 산본 가는 택시로 갈아탔다. 새벽 1시에 술자리를 마치고 집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3시를 조금 넘겼다. 그때 택시를 보면 점잖게 말해서 다 쥐어박고 싶었다.

2018년 출범한 '타다'는 모빌리티 혁신의 상징이 됐다. 스마트폰 앱으로 자동차를 호출하면 불만을 찾기 힘든 운전기사가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준다. 등록된 카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번거로운 결재 과정도 필요 없다. 이용자들은 환호했지만 택시업계는 발끈했다. 렌터카를 이용한 사실상 편법 여객운송 행위라는 것이다. 근거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다.

이 법 2조는 "자동차대여사업(렌터카)"이란 다른 사람의 수요에 응하여 유상으로 자동차를 대여(貸與)하는 사업으로 정의한다. 같은 법 34조는 "자동차대여사업자의 사업용 자동차(렌터카)를 임차한 자는 그 자동차를 유상(有償)으로 운송에 사용하거나 다시 남에게 대여하여서는 아니 되며, 누구든지 이를 알선(斡旋)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했다.

타다는 렌터카로 승객을 모집하고 운임을 받는다. 변명의 여지없는, 편법도 아닌 불법 유상 운송 행위임이 명백하다. 최근 논란이 됐던 경찰의 기소도 이에 근거한 것이다. 분신사태까지 발생하며 극렬하게 타다의 영업 행위를 반대 해 온 택시업계는 '승리자'가 됐지만 이용자는 불편해하고 있고 여전히 타다의 편이다. 준법을 외쳤는데도 택시는 기득권, 제 밥 그릇 따위의 비난을 듣는다.

수년 전 운수업계를 들썩이게 했던 '콜밴'이 떠오른다. 콜밴은 기아차 카니발 밴으로 등록한 개별 용달차다. 6인승 좌석을 갖춰 주로 공항이나 시장 근처에서 휴대품이 많은 승객들이 이용했다. 짐이 많다고 푸대접을 받았던 승객들은 너른 공간에 운임까지 싼데다 택시보다 1명 더 탈 수 있는 콜밴에 환호했다. 운임 역시 화물 수송의 대가로 받았기 때문에 불법은커녕 편법도 아니었지만 콜밴 역시 택시의 강력한 반발로 추가 등록이 제한되고 동일 차량의 교체가 막혀 거의 사라졌다.

따져보면 콜밴은 타다보다 준법적이고 화물과 승객을 동시에 수송한다는 점에서 더 혁신적이었다. 오래전 얘기지만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대형 마트나 백화점 등을 오가는 무료 셔틀도 버스업계의 반대로 사라졌었다. 특정 업종 특히 운수업은 기득권을 허물거나 비집고 들어가기가 이렇게 힘들다.

콜밴과 타다의 공통점은 택시 업권을 침해했다는 것, 불법 영업으로 정의됐고 결국 위기를 맞게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택시는 업권을 지켜 냈다며 자축해도 되는 것일까. 장담하는데 법에 저촉되지 않는, 아니면 최소한 논란이 있더라도 타다와 유사하거나 그 이상의 새롭고 혁신적인 모빌리티 플랫폼은 또 등장할 것이다.

운전자 고용이 가능한 기준의 렌터카로 '택시영업'을 하는 타다를 혁신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전에도 여행사 등에 소속돼 렌터카로 해외여행객을 실어나르는 편법 영업은 있어왔다. 그런데도 지금의 여론은 택시 보다 타다의 편이 많다. 이유는 특별할 것이 없다. 호출을 하면 바로 달려오고 목적지를 말하지 않아도 되고 요금 정산의 복잡한 과정이 필요 없고 무엇보다 택시 기사와의 불필요한 대화를 피할 수 있다는 것, 타다의 편을 드는 한결같은 이유다.

역으로 보면 택시는 그런 불편 때문에 제 편이 없다. 해마다 이때쯤 강남이나 광화문 쪽 송별회 자리에는 기를 쓰고 자동차를 몰고 간다. 추위에 떨며 택시 잡는 일이 지옥 같아서다. 타다를 이용해 본 적은 없지만 냉큼 달려온다고 한다. 택시가 어디 그런가. 소위 목 좋은 곳에서는 손님이 없어도 태우고 있는 것처럼 호출을 꺾고 장거리나 가려는 방향만 잡는 일이 다반사고 정치적, 경제적 토론을 강요하고 가정사, 연애사까지 주고받기를 강요하는 택시가 누구에게만 불편한 일인가.

'저쪽 골목 안으로' 소리만 해도 구겨진 인상이 보이는 것이 택시다. 택시가 타다처럼 바뀌었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또 다른 타다가 나올 리 만무하다. 7만 대가 넘는 서울 등록 택시의 규모로 촘촘한 대기가 가능하고, 빠르기로 따지면 세계 최고 수준인 운전 실력으로만 봐도 타다의 운행 형태나 서비스가 그대로 택시에 전이된다면 감히 누구도 맞서려는 생각을 할리 없다.

타다 이용자가 폭증한 비결이 곧 택시 업종의 미래다. 택시는 지금 타다의 불법 결정에 환호할 것이 아니라, 언제 또 유사한 형태의 새로운 모빌리티 플랫폼이 등장할 것인지를 감시하고 촉각을 곤두세울 때가 아니다. 자구노력으로 택시와 유사한 형태의 사업에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먼저 바뀌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의 낡은 택시 정책과 규제에도 손 볼 것이 수두룩하지만 당장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타다에서 배워야 준법 택시가 살 수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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