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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3008 GT, 프랑스 감성으로 제주도 렌터카 체험하기

오토헤럴드 조회 수2,406 등록일 2019.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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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하늘은 변화무쌍했다. 오후 느지막한 시간, 공항을 빠져나올 때만 해도 미세먼지까지 더해져 음침했다. 그것도 잠시, 한라산 정상부근으로 햇빛 한줄기가 수줍은 듯 고개를 내밀더니 눈 깜짝할 새 부신 하늘이 됐다. 때맞춰 제주공항 주차장 한켠에 있는 렌터카 하우스 앞 3구역 5번, 지정된 자리에 오면 셔틀이 대기 중이라는 문자가 왔다.

제주도를 찾으면서 '푸조ㆍ시트로엥 제주 렌터카'로 예약을 했다. 48시간 기준, 완전면책 보험료 포함 19만 원을 내고 푸조를 대표하는 SUV 3008GT를 선택했다. 비용은 비슷한 체급의 국산 차와는 별 차이가 없고 다른 수입차보다는 저렴한 수준이다. 푸조ㆍ시트로엥 제주 렌터카는 자동차 브랜드 최초의 직영 렌터카다.

공식 수입업체인 한불모터스가 2015년 8월 제주에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고 지금은 푸조, 시트로엥, DS 브랜드 13개 차종 200여 대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이용자 수는 약 1만2000명 정도. 셔틀 직원은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 대부분이 소형 국산 차를 선호한다."며 "특정 브랜드의 모델만 운영하는 것 치고는 꽤 높은 가동률"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브랜드 최초의 직영 렌터카

렌터카 사무실이 모여있는 공항 인근 도두동 푸조ㆍ시트로엥 제주 렌터카 하우스는 2016년 마련됐다. 조금은 낡고 어수선한 주변 렌터카 하우스와 다르게 4958㎡ 규모에 깔끔한 시설로 손님을 맞는 이곳까지는 푸조 익스퍼트,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를 타고 10여 분 가량 이동하면 된다. 자동차를 받고 반납하는 일도 모두 이곳에서 이뤄진다.

이곳 관계자는 "관광 사업자하고 관광객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해서 친절업체를 뽑는 것이 있는데 작년 하반기에 우리(푸조ㆍ시트로엥 렌터카)가 '친절 우수업체’ 1위로 뽑혔다"고 말했다. 주행거리가 5000km 이하의 신차급 렌터카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높은 점수를 받는데 기여했을 것이다.

대여차로 선택한 푸조 3008GT의 누적 주행거리도 3420km에 불과했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새 차를 뽑고 서너 달 남짓 달렸을 거리다. 따라서 외관은 물론, 실내 구석구석 새 차 느낌이 가득했다. 널찍한 트렁크에 짐을 옮기고 첫 번째 목적지인 성산 일출봉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새 제주 하늘은 다시 먹빛으로 변해 있었다.

변속기 하나로 푸조는 환골탈태했다. 수동변속기를 기반으로 한 싱글 클러치의 MCP(Mechanical Compact Piloted)를 고집해왔던 푸조가 일본 아이신(Aisin)의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이후, 거슬렸던 변속 이질감이 사라졌고 가속 응답성이 빨라지면서 전혀 다른 차가 됐다.

MCP에서 EAT, 참 잘한 선택

2015년으로 기억된다. 한국을 방문한 당시 에마뉘엘 딜레 PSA그룹 부회장은 "MCP를 고집해 온 것은 분명한 실수였다"라고 말했다. 푸조는 이듬해부터 순차적으로 MCP를 6단, 8단 자동변속기로 대체해왔다. 물론 유럽에서는 아직도 MCP가 적용된 모델이 투입되고 있지만, 시장 거부감이 상당한 아시아 지역 특히 국내에서는 연식 변경 모델을 시작으로 자취를 감출 예정이다.

제주도에서 만난 푸조 3008GT는 아이신의 EAT6을 탑재한 모델이다. 지금 판매되는 같은 모델은 EAT8, 8단 자동변속기로 업그레이드됐다. 푸조 SUV 라인업의 대표 격인 3008에 2.0ℓ 블루HDi 엔진을 탑재, 높은 출력의 성능을 즐길 수 있는 버전이다. 현재 판매되는 모델의 가격은 3008 라인업은 물론 상위 모델인 5008보다 비싼 4990만 원이다.

생김새는 3008이나 3008GT 라인, 심지어 5008과 크게 다르지 않다. 풀 LED 헤드램프를 감싸고 있는 주간전조등, 복잡한 것 같지만 푸조를 상징하는 사자의 발톱이 흩고 지나간 흔적처럼 예리한 선과 단면이 전면부에 가득하다. 측면은 헤드램프 테두리로 시작된 라인이 루프로 이어지고 리듬을 살린 하단의 크롬 가니쉬로 멋을 부렸다.

측면에서 보면 테일 게이트는 직선에 가깝다. 여기에 사자의 발톱을 닮은 리어 램프와 두툼한 가니쉬로 포인트를 줘 통상적인 SUV와 완벽하게 차별화된 그리고 차원이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다.

1100고지를 강력하고 차분하게

제주도는 렌터카 사고가 특히 잦은 곳이다. 대부분은 초행길이고 육지의 도심처럼 정체가 심하지 않은 데다, 한눈팔기 좋은 경치들이 즐비해서다. 그래서인지 무인 과속단속카메라를 경고하는 소리가 잦다. 제한속도도 70km 이내인 곳이 많아 주의해야 한다. 맘 놓고 달렸다가는 후일, 여러 장의 범칙금 통지서를 받아 들어야 한다.

그래서 많은 것을 절제하며 푸조 3008GT를 몰아야 했다. 2박 3일 일정 가운데 1132 해안도로를 타고 성산 일출봉과 섭지코지, 1139 산간도로를 타고 1100고지, 대포 주상절리와 쇠소깍, 이런저런 박물관 여러 곳을 들르며 기록한 주행 거리는 약 300km.

EAT8 탑재 모델을 몰아보지 않아 비교는 할 수 없었지만 6단으로도 변속의 질감, 또 빠른 반응에 충분히 놀라게 된다. 무엇보다 조용하다. BlueHDi 2.0 엔진으로 최대출력 180마력, 최대 토크 40.82kg.m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데도 디젤차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숙하고 일관성을 유지한다.

장담하는데, 동급의 그 어떤 독일산 모델과 비교해도 정숙성이 뛰어나고 주행 질감이 부드럽다. 2000rpm부터 시작하는 최대 토크는 1100고지를 오르는 가파르고 각도가 센 길에서 조금의 굼뜸이나 버거움 없이 3008GT를 거뜬하게 밀어붙인다. 후륜을 토션빔으로 받쳐놨지만, 차체 바운스는 유연하다. 19인치 타이어의 그립감도 충분했다.

솔직히 토션빔이 아닌 다른 서스펜션으로 착각을 했을 정도다. 좌우 흔들림 역시 기가 막히게 잡아놨다. 프랑스 자동차에 늘 아쉬웠던 첨단 사양도 가득 채워놨다. 긴급제동, 차선이탈 경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 어라운드 뷰 모니터, 스마트 빔 어시스트, 블루투스로 키보드를 연결하면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나 엑셀과 같은 문서작성 프로그램도 가능하게 해 놨다.

프랑스 감성이 녹아든 실내

감성 만족도도 높다. 알칸타라와 직물이 혼용된 시트,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의 새틴, ‘Z 컷’ 스티어링 휠, GT 전용 ‘ 더블 스티치’까지 색다른 것들로 가득하고 이 소재가 주는 시각적 만족감, 그리고 손에 닿는 감촉까지 최상이다. 무엇보다 12.3인치 헤드업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화려한 그래프가 압권이다.

다이얼 모드, 드라이빙 모드, 개인 모드 등 4가지 디스플레이 모드가 제공되는데 그래프 전환 과정 하나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인 티가 역력하다. 센터패시아의 버튼, 변속기 레버, 콘솔의 레이아웃도 사자의 발톱을 닮아있다. 운전석 쪽으로 살짝 방향을 틀어놨고 꽤 높게 자리 잡고 있는 점도 마음에 든다.

다만 버튼을 누르고 다시 터치스크린으로 디테일한 조작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주행 후 3008GT를 반납하기 직전 확인한 연비는 15.8km/ℓ, 복합연비가 13.0km/ℓ니까 꽤 알뜰하게 운전을 한 셈이다. 렌터카를 반납할 때 연료를 가득 채워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렇게 좋은 연비는 유용한 장점이다.

장거리는 대중교통, 현지에서는 렌터카

3008GT는 여러모로 만족스러웠다. 단출하게 떠나는 국내 여행에 짐은 많지 않았지만, 기본 590ℓ의 트렁크 공간(2열 풀플랫시 1679ℓ)만으로도 4인 가족의 부피 있는 캐리어 수용이 가능하다. 실내에 자리를 잡은 이런저런 수납공간을 모두 합치면 32ℓ나 된다고 한다.

이틀째, 제주 하늘은 바다와 함께 옥빛이었다. 기온도 적당했다. 다시 해안도로를 타고 공항 쪽으로 달렸다. 어쩌자고 제주의 렌터카는 죄다 흰색인지 모르겠지만(아닌 것도 있다), 이날 제주 하늘과는 궁합이 맞았다. 여행에서 '이동'의 편의성은 중요하다. 그래서 대중교통으로 장거리를 이용하고 현지에서 렌터카를 이용하는 여행 패턴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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